[서평] 품격 있는 기억이 가득한 ‘기억의 궁전’으로 초대합니다 - 『셜록의 기억력을 훔쳐라』
[서평] 품격 있는 기억이 가득한 ‘기억의 궁전’으로 초대합니다 - 『셜록의 기억력을 훔쳐라』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8.23 2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경험을 통해 두뇌의 물리적 구조와 기능적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믿겠는가? ‘나는 머리가 굳어서 힘들어’, ‘아이들 두뇌 회전이 빠르지’라며 노력을 덜 하고 있지는 않은가?

실제로 영국 택시 기사들을 상대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일리너 매과이어라는 신경과학자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이 보통 사람보다 공간 탐지를 담당하는 우측 후방 해마가 7% 가량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런던에서 택시기사 면허증을 받으려면 약 2만5,000개의 도로와 주요 지형지물 1,400개의 위치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눈 감고도’ 런던 모든 곳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니 3~4년에 걸쳐 해당 부분 뇌신경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후에서 계속 일을 하며 단련이 되는 것이다.

이는 한 사례에 불과하지만, 더 이상 나이를 핑계로 새로운 도전을 피할 이유는 없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쉬워지며, 쉬워지면 원래 잘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 저자 정계원은 생애 첫 세계 기억력 대회에 출전해 한국인 최초 국제 기억력 마스터(IMM) 자격을 얻었다.

이 책의 저자 정계원도 그랬다. 그는 생애 첫 세계 기억력 대회 출전에 한국인 최초로 ‘국제 기억력 마스터(IMM, International Master of Memory)’ 자격을 얻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대단한 사명감을 갖고 출전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귀찮은 게 싫었고 효율적인 행위를 위해 ‘기억력’이란 분야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물론 저자가 겸손하게 설명한 부분도 있다.)

기억력 마스터라 함은, 한 시간 동안 1000자리 이상의 무작위 숫자 배열을 외우고, 10덱(520장) 이상의 트럼프 카드를 순서대로 외우며, 트럼프 카드 1덱(52장)을 단 2분 안에 보고 가볍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억력 자체를 생활 스포츠 또는 취미로 즐긴다. 장소에 숫자 이미지, 카드 이미지를 결합하며 “세면대에 토끼가 물을 마시고 있어!”, “신발장을 추신수가 야구배트로 치면서 춤추고 있어!”라 외치는 형식이다. 주변 사람들은 기억법이며 기억력 대회며 이상한 걸 한다고 하더니 드디어 정신이 어떻게 된 것 아니냐며 핀잔을 주지만, ‘취미 기억인’이자 ‘프로 기억인’들은 특별하고 재미있는 훈련법을 통해 능력을 개발한다.

▲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스마트폰 100대의 잠금해제 패턴을 한 시간 안에 외워낸 정계원.

기억력 대회에는 총 10가지 종목이 있다. 숫자 종목 5개(5분간 숫자 기억하기, 15분간 무작위 단어 기억하기, 5분간 역사연도 기억하기, 불러주는 숫자 기억하기, 30분간 이진수 기억하기), 카드 종목 2개(카드 한 벌 빨리 기억하기, 랜덤 카드), 기타 종목 3개(이름-얼굴 기억하기, 추상적 그림 기억하기, 무작위 단어 기억하기) 등이다. 각 종목의 점수를 합쳐 ‘챔피언십 포인트’로 환산하면 그 해의 기억력 마스터가 선정된다.

기억력 마스터인 저자가 알려주는 ‘기억법 레슨’을 몇 가지 들여다보자. 먼저, 기억의 궁전을 청소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저장해둔 정보의 의미가 없어졌거나 장소가 부족해졌을 때는 기억의 궁전을 비워야 다른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오랜 시간 그것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다. 복습하지 않고 놔두면 자연히 짧으면 3일, 아무리 길어도 한 달이 지나며 해당 기억이 사라진다. 또는 해당 정보에 관련된 이미지를 지우개로 지우듯 없애는 상상을 하거나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상상을 하면 결합돼 있던 이미지가 지워진다.

▲ <사진제공 = 베프북스>

그리고 알고 보면 누구나 기억의 궁전을 가지고 있다. 마인드 팰리스, 기억의 방 등으로 불리는 머릿속 기억 저장소는 사실 누구나 금방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만약 기억해두어야 할 여러 가지 일이 있고, 첫 번째로 기억해야 할 일이 ‘형광펜을 사는 일’이라면 눈을 감고 신체 장소 중 하나인 머리카락에 기억해야 할 일을 결합시켜보자. 눈을 감고 머리카락을 하나씩 골라내 정성껏 형광펜으로 칠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형광펜의 인공적인 냄새, 형광색 아래로 비치는 머리색의 미묘한 조화까지 떠올리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이야기를 정교하게 만들다 보면 향상된 기억 능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력을 스포츠처럼 즐기면 집중력 향상, 관찰력 향상, 연상능력 극대화, 창의력 향상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저자는 더 나아가 기억의 품격을 염두에 둔다.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억의 대원칙은 ‘의미부여’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것도 그만의 의미를 갖게 되면 비로소 기억될 수 있다. 나는 국제 기억력 마스터가 되기까지 훈련하는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머릿속에 입력하고 지우길 반복했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이제는 그 경험들이 내 삶에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어 나의 인생을 더욱 기억할만한 인생으로 만들었다.”

■ 셜록의 기억력을 훔쳐라
정계원 지음 | 베프북스 펴냄 | 336쪽 | 14,800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