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book 조리book]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요리book 조리book]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12.06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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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세 어머니와 이메일
     그게 어머니와 첫 대화
     그러나 늦은 게 아니었다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 “무지개는 피었다 진다.” 저는 이 구절이 암시하는 어떤 가벼운 체념의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모든 게 언제나 다 좋을 수는 없음을 인정하는 마음이거든요. 우리 모두에게 무지개는 피었다가 지지요.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점이 있는데, 어머니는 무지개를 볼 수 없을 때조차도 그 무지개가 바로 저기에 있다고 여전히 믿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 무지개를 찾는다는 사실입니다. <아들 앤더슨 쿠퍼>

- 무지개가 피었다가 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늘 편안해진단다. 워즈워스의 그 시 구절은, 세상의 일이 때로는 이상하게 풀려 간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주거든. 인생을 살다보면 언제나 맹목적적인 아름다움과 행복에 푹 빠져 있는 순간도 있지.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에는 아무런 색깔도 없고 하늘도 없는 깜깜한 동굴에 갇히기도 해. 하지만 곧 무지개는 다시 나타난단다.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

 

책은 시종일관 아들과 엄마의 이메일 편지로 이어진다. 아들은 미국  CNN 앵커 앤더슨 쿠퍼, 연봉 116억원.  엄마는 92세, 미국 록펠러나 카네기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철도왕 코닐리어스 밴더빌트의 5대손. 4차례 결혼했고 배우 말론 브란도,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등과 염문을 뿌리는 등 사교계의 여왕이자 대부호다. 아들 쿠퍼는 2천억원이 넘는 유산 상속을 거부해 화제다 되기도 했다.

모자, 모두 미국 내 최고의 스타다. 뭐 하나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금수저 중 금수저 정도가 아니라 물방울 다이아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고나 할까. 그런 사람들의 편지에 왜 대중은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보낼까. 스타나 부자들의 일상 엿보기는 아니다. 돈 많고 성공한 그들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그 관계는 너무 보편적이고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건 아들이 어머니에 대해 많이 안다는 것은 참 희한한 일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게 일반적이고 성인이 돼서는 어머니와 새로운 대화법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토론도 해야 할 것 같고, 껄끄러운 질문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일은 계속 미룬다. 둘 사이에 인생이 개입하고 운명이 끼어든다. 그러다보면 아들은 어머니와 대화를 해야겠다는 계획을 점차 미루고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아들은 어머니 부모의 죽음 등 격동기의 어린 시절, 네 번의 결혼 등 인생을 주제로 대화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때가 어머니 아흔한 번째 생일이었다. 얼굴을 안 보는 이메일 대화라 그런가. 내밀한 내용까지 담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뭘까? 거기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그런 게 있기나 할까?’ 등 아흔한 살에 어머니가 보낸 이 메일 속 세 개의 질문이 둘 대화의 출발점이었고 둘은 더욱 가까워졌다.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들의 하루하루는 둘 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들이 됐다.

아들 쿠퍼는 말한다.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용기를 가지라고. 마음 속 깊은 곳 앙금이나 고정 관념을 털어내라고. 

■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앤더슨 쿠퍼·글로리아 밴더빌트 지음 | 이경식 옮김 | 세종서적 펴냄 | 380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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