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물도 춥고 힘들어요. 역지사지 자세로 해하지만 않았으면”
[인터뷰] “동물도 춥고 힘들어요. 역지사지 자세로 해하지만 않았으면”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1.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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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전문 1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편집실장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편집실장 <사진=이태구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버스를 타고 혜화로터리에 내려 혜화동우체국을 거쳐 10여분 올라가면 고즈넉한 주택가가 펼쳐진다. 골목골목 길고양이들이 배회하는 한가로운 모습이다. 한적한 주택가, 이곳에 동물 전문 1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편집실이 있다. 

책공장더불어는 11년 전 문을 연 출판사로 김보경 편집실장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32권의 책을 만들어 왔다.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 『후쿠시마의 고양이』,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등 다루는 범위도 상당하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걸까. 2016년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도 선정돼 지원금을 넉넉하게(소형 출판사 기준) 받았다. 

김보경 편집실장은 아직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동물과 사람의 관계, 생명과 생명의 관계’를 인식함으로써 다른 종들과 더불어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혜화동 편집실에서 그와 마주 앉아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책공장더불어에서 그간 펴온 책들. 32번째 책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를 출간한 뒤 다음 책을 준비 중이다.

- 1인 출판사 운영, 쉽지 않은 일이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아침에 일어나 주문 들어온 책 출고하고, 원고 정리하다 보면 오전 시간이 훌쩍 흘러요. 주로 미팅이 많죠. 이쪽 분야 사람들 만나야 좋은 기획이 나오니까요.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 수의사분들 만나요. 원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요. 혼자 하려면 힘들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저는 이 일이 좋아서 하고 있어요”

- 책공장더불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원래는 여성잡지, 패션잡지, 육아잡지에서 10년간 기자로 일했어요. 그때는 만나고 싶은 문화 인사들도 만나고, 기획 기사도 작성하고 미련이 없었죠. 계획 없이 회사를 그만뒀어요. 동물을 좋아하니까 동물잡지를 만들어 볼까 막연한 생각은 있었죠. 우선, 관련서를 읽고 싶었어요. 그런데 2004년에는 일본 서적밖에 없고 국내서는 읽을 게 없었어요. 하는 수 없이 외서를 보기 시작했죠. 그때 리디아 히비라는 미국 최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쓴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이(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니요. ‘아 이 책 내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번역하고 2년 뒤 책공장더불어의 첫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됐어요”

- 어느새 32번째 책(『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이 나왔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없나

“처음에는 판권도 안 알아보고 출판사를 등록했어요. 출판을 모르니까 책을 빨리 낼 수도 없고. 원고를 만지거나 기획하는 건 어떻게 해 보겠는데 제작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출판 쪽으로 간 선후배 분들에게 외주 제작을 맡겼어요. 종이 발주, 제본 등 제작 진행 과정을 서서히 배워온 거죠”

<사진=이태구 기자>

-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고

“5~6년 전부터 매번 원고 3편씩 넣어봤는데 2016년 처음 선정됐어요. 이번 기획은 정말 좋으니까 되겠지 했는데도 떨어지더라고요. 꾸준히 응모했던 점을 봐주신 것 같아요. 물론 기획도 좋지만요. (웃음) 덕분에 책 제작에 대한 부담을 던 한 해였어요. 책에 들어가는 사진들도 구매할 수 있었고요. 아직 책으로 옮기지 못한 기획들이 참 많아요. 앞으로도 진흥원의 지원을 쭉 받고 싶어요”

- 어떤 점에서 좋은 기획인가. 책공장더불어가 지향하는 점은 무엇인가

“동물은 동물 자체로 존재할 수 없어요. 인간과 같이 생활하다 같은 고통을 당해요. 연결돼 있는 거죠. 그래서 동물들과 우리가 어떻게 해야 공존할 수 있을지를 항상 염두에 둬요. 초반에는 반려동물 관련 책을 많이 냈어요. 제가 90년대 초반 반려동물을 입양한 반려동물 1세대거든요. 자연스레 그쪽으로 관심이 갔죠. 그때 얻은 교훈이 있어요. 반려동물과 길고양이 모두 사람과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동물원의 아이들도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에 의해 사용되는 동물, 가령 전시동물, 쇼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에 관심이 생겼고 ‘동물권리선언 시리즈’가 나오게 된 겁니다”

책공장더불어의 책은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해야 공존할 수 있는지를 항상 염두에 둔다. <사진제공=책공장더불어>

- 누구보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클 것 같다. 몇 마리를 기르고 있나

“첫 책을 낼 때쯤, 19년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뒤 큰 상심에 빠졌어요. 다시는 못 키울 줄 알았죠. 그런데 2년 정도 지나고, 헤어질 때 슬펐던 기억보다 기르면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다시 새로운 아이를 만나고 싶었어요. 받아들였어요. 지금은 15살 난 고양이 ‘대장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대장이가 나이가 들어서 다른 아이들 들이는 걸 안 좋아해요. 그래서 마당에 5~6마리 길고양이가 들락날락하고, 제가 골목의 길고양이 5~6마리를 밤낮으로 챙겨주죠”

- 재생지를 사용하고 있다. 독자들 인식은 어떤지
“‘책이 너무 구리다. 다른 출판사에서 책 다시 냈으면 좋겠다’는 댓글도 있었어요. 제가 재생지를 사용하는 이유를 말씀드린 뒤로는 열렬한 독자가 됐지만요. 앞으로도 계속 재생지 사용할 것 같아요. 동물 문제는 숲과 관련이 많거든요. 계속해서 나무가 잘리면 인도네시아 오랑우탄 등 동물들은 숲이 사라져서 갈 곳 없어져요. 재생지 관련해서 글도 쓰고 있어요. 조앤 K. 롤링은 책을 낼 때 직접 재생지 사용을 제안한다고 하네요. 한국의 유명한 작가들도 한 번쯤 이런 제안을 해보시면 어떨까, 그러면 출판사와 독자들의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앞으로 어떤 결과를 얻고 싶나

“책공장더불어의 책을 통해 사람들이 동물에게 조금이라도 더 연민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인간도 동물인데 왜 인간을 배제하려는 걸까요. 다르지 않다는 것만 알면 돼요. 만약 내가 저 안에 갇혀 있고, 학대받는다면 어떨까.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해요. 직접 기르지 않아도 돼요.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잖아요. 그 아이들도 겨울엔 춥고 밥을 못 먹으면 힘들어요. 어디서 먹겠지, 동물들은 털이 있으니까 괜찮아하고 편의대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아하지 않아도 되니까 해하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작업실 한 켠에 동물 인형들과 몇년 전 떠나보낸 강아지 찡이 그림이 놓여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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