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화 전도사’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팀장 "4차산업혁명 제대로 하려면 '만화혁명’부터 해야"
[인터뷰] ‘만화 전도사’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팀장 "4차산업혁명 제대로 하려면 '만화혁명’부터 해야"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2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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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6월 14~18일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특징 중 하나는 만화였다. 우리나라 만화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제대로 대접 받은 적이 있었나 반문할 정도다. 꽃도 활짝 피어보기 전에 디지털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만나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만화의 매력은 상상력에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느리게 상상하며’ 라는 아날로그의 미덕이 만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기저가 창조력이라는 말이 맞다면 만화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러나 입시 교육이 만화의 자리를 멀리 밀어내고 있다. 이제 젖먹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세대를 아우르는 ‘만화 혁명’이라도 일어나야 한다. 만화는 상상력을 키우고 텍스트에 혼을 불어 넣는다.

사계절출판사 김태희 팀장은 만화 사랑에 출판인 이력을 걸고 있는 보기드문 ‘만화 전도사’다. 코엑스전시장에서 바쁜 가운데 짬을 낸 김 팀장을 만났다. 김 팀장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만화를 다시보게 된다. 그래서 예정했던 지면 배정을 배로 늘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팀장. "만화는 상상력을 키워주고 창의력의 바탕이 될수 있으니 어린이들에게 만화보기를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출판계가 만화에 주목한다. 이유 있나?

“요즘 성인이든 아이든 책 읽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고, 중학생 이후부터는 웹툰에 빠져요. 성인들도 대부분 웹툰을 좋아하고요. 그리고 만화 시장은 학습 만화 위주로 흘러왔어요. 그런데 사실, 책 읽는 것 싫어하고 웹툰에만 매달리는 게 바쁜 일상 때문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에요.

그래서 상상력을 심어주고 멍 때리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 어린이용 ‘달고나 만화방’ 시리즈를 시작했어요.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4차산업혁명에서 요구되는 것이 상상력, 감성, 공감 능력이잖아요. 아이들이 그런 걸 갖추려면 만화가 적합한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말풍선에 쓰인 대사를 읽으며 상상력을 기르고, 그림도 자기만의 눈으로 해석하고요”

- 독자층 폭 넓어졌나, 인기 작가 사례를 들면?

“독자층은 넓어졌는데 시장 구조를 보면 80~90%는 웹툰에 집중돼 있어요. 종이책 비중 높지 않아요. 종이책 안에서도 부모들이 관심 있어하는 분야만 높죠. 그런 가운데에서도 남동윤 작가 만화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사계절)이 메가 히트작이에요. 3년 전 출간돼 2만부 이상 팔렸죠. 담임선생님 이름이 강귀신입니다.

이 만화로 남 작가는 전국 강연 다녔어요. 문화 낙후지역의 학교 가서 아이들과 호흡했죠. 캐리커처 다 그려서 선물해주고. 후속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도 최근에 나왔어요. 팬 굉장히 많아요. 도서관, 학교에서도 강연 요청 오고요. 사서 분들도 이 분 덕분에 만화에 좋은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하더라고요. ‘강귀신’은 의외로 인간적인 캐릭터고 아이들도 개성 넘쳐요. 재미있어요”

- 만화를 많이 보면 텍스트 보기를 게을리하지 않을까?

“그림책 시장도 성인층까지 확대되고 있어요. 텍스트 보는 게 게을러서 그림책을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자기만의 생각을 여유롭게 가지기 위해서 읽는 거죠. 그림책도 만화도 어느 연령대의 독자가,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옵니다”
 
 

- 그동안 재미있었던 기획이나 만화가가 있었다면

“박윤선 작가의 『개인간의 모험』은 공무원 되려던 남자가 경찰견도 공무원이라는 생각에 개가 되려고 노력하다 진짜 개가 되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개인간(人間)입니다. 아이디어가 좋잖아요.

만화가들은 직관력이 뛰어나요.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림 하나로 이해하도록 만들죠. 그것이 만화의 매력입니다. 만화가의 개성이 살아있는 것들도 꾸준히 내려고 해요. 내년에는 주류 작가인 김보통 작가의 신작도 나와요. 지금 준비 중이니 기대하세요”

- 우리나라의 만화 수준 어떤가

“외국 서점 가보면 만화를 단행본과 똑같이 취급해요. 종이 만화 굉장히 많고 프랑스 만화는 수준 높아요. 일본 망가 코너도 따로 있어요. 일본에서는 망가가 굉장한 콘텐츠. 편의점에서도 팔 정도. 앙꼬 작가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편입니다.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새로운발견상을 탄 『나쁜 친구』도  대중 정서에 잘 맞지는 않아 국내 성적은 부진하지만, 외국에서는 알아봐 주더라고요. 프랑스에서 전시도 여러번 했어요”

- 만화 시장이 크려면 어떤 노력, 지원 필요할까?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어린이 책은 교육정책과 나란히 왔어요. 역설적이게도 논술고사 있을 때 만화책이 상당히 잘 나갔어요. 이명박 정부 영어몰입 시대 때는 한국책 안 읽히고 외국 어린이책 읽혔어요.
지금은 논술도 없고 입시에 매달려서 바빠요. 점점 공감 능력 떨어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변 돌아볼 여유도 없어요. 이럴 때일수록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글로벌한 시대잖아요. 그런데 교육은 아직도 전근대적입니다.

새 정부 됐으니 4차산업혁명을 정말 중시한다면 아이들을 가만히 내버려두고 아이들 그대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주입식으로 가르치지 말고. 기술은 만들어도 콘텐츠를 못 만들잖아요. 그것이 상상력, 창의력과 연결돼요. 누구에게나 멍 때릴 시간을 줬으면 해요”

김 팀장은 1971년생(나이에 비해 믿어지지 않는 피부를 가졌다). 아들은 중3, 딸이 초4. 김 팀장은 애들을 내버려두려고 하는데 남편은  현실을 강조한다고 한다. 다른 집과는 반대다. 한번 뿐인 인생 그렇게까지 입시에 목을 매달 필요가 있을까 싶다는 게 김 팀장 생각이다.

■ 사계절출판사의 ‘만화같은’ 만화 출판
 
사계절출판사는 아동 청소년 중심의 책을 주로 내왔다. 일반 독자들 대상으로는 인문교양서 말고는 없는 편이다.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김 팀장이 2010년 최규석 작가 책(2권) 출간을 밀어붙인 게 ‘1318 만화가열전’의 시작이다.

최규석 작가의 『울기엔 좀 애매한』은 이런 내용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남자애가 대학 가야하는데 돈이 없다. 같은 만화학원 친구는 돈으로 포트폴리오로 만드는 등 있고 없고의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

사회비판적인 작품이라고 하지만 유머가 있는 작품이다. 만화로는 처음으로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한국일보) 대상(아동/청소년 부문)을 받았다.

이후 앙꼬의 『삼십 살』을 냈다. 음주, 흡연 내용이 있어서 청소년에 맞지 않아 성인까지 다 볼 수 있도록 ‘만화가열전’으로 이름 바꿨다. 청소년 아이들이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촌철살인의 깨달음 얻었으면 좋겠다는 기조는 유지하며 1년에 1~2권 꾸준히 내고 있다. 박윤선 작가의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는 교양적인 성격이 강하고 소복이는 마니아층 팬이 있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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