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메트로 북'] 『공기 도미노』, 도미노 같은 비극, 섬뜩한 판타지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메트로 북'] 『공기 도미노』, 도미노 같은 비극, 섬뜩한 판타지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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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북’은 이런 것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지하철 승객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출퇴근길 독서를 권한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권할까. 독서신문은 이런 고민 끝에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기획물을 연재한다. 일명 ‘메트로 북’이다. 책 선정 기준은 우선 작고 가벼워야 한다. 그래야 핸드백에도 넣을 수 있어 갖고 다니기 좋고 지하철에서도 옆자리 승객에 불편을 안 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가벼운 에세이, 유머가 있는 소설, 읽으면 위로가 되는 책 등이 좋다. 출판사와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란다. <편집자>

『공기 도미노』
최영건 지음 │ 민음사 펴냄 │ 200쪽 │ 13000원 (127㎜×188㎜)

[독서신문] 과장법이 흔치 않은 문단에서 2014년 괴물 같은 신인이 등장했다고 했다. 그는 문장이 악착같아 도시의 껍데기를 벗겨낼 줄 안다는 평과 함께. 바로 최영건이었다.

당시 24세 대학생. 문예지 『문학의 오늘』에 발표한 소설은 「싱크홀」이라는 단편이었다. 남녀 육체 관계에 대한 즉물적 묘사로 쓸쓸하고 파괴적인 현대성을 드러낸 작품이라는 평이다. “도시적 육체성의 의미를 집요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객관화했다”는 평단의 평가는 최영건을 부르는 호명이 됐다.

이런 최영건이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냈다. 『공기 도미노』는 다른 세대, 다른 계층, 다른 성별을 지닌 사람들 사이의 불화와 반목을 그렸다.

세밀화 같다. 타인을 지배하려 드는 사람, 그 지배에 기꺼이 종속되고자 하는 사람, 또는 편입되기를 거부하며 힘껏 저항하는 사람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저항하는 이 ‘충돌의 문학’은 현실이며 또 현대성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상처를 주고 받고 도미노 같은 비극
권태와 불행 속 섬뜩한 판타지

책 줄거리를 보면…. 주인공 연주는 30대 초반 여성으로 매사에 유약하고 소심하다. 카페를 운영하지만 할머니 것이고 사실은 그녀 인생마저 할머니에 귀속됐다고 봐야 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할머니와 재혼할 예정인 할아버지를 할머니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방문한 집에서 연주는 서로를 깊이 반목하는 가정을 목격한다.

무릇 불화라는 건 전염되듯 동심원처럼 번져나가는 법. 연주는 할머니와 불화를 일으키고, 이어 애인과도 불화하는 등 갈등은 증폭되다 연주는 (유약한 성격대로) 체념하고 불화는 봉합된다. 체념을 거듭할수록 연주는 세계로부터 멀어지고 감정은 소진됨을 느낀다.

작가 최영건. ⓒ극단 불가능, 장형순

그녀와 이웃한 사람들도 역시 또 다른 타인과 충돌하면서 상처를 주고 받는다. 비극은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불행 앞에서 멈춰 선다.

비극의 도미노가 보여주는 파편화된 개인의 비극은 여섯 개의 색깔로 서서히 드러난다. 즉, 소설 속 여러명의 등장인물이 여러개의 중심을 만들고 있다.
설명을 더 하면,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비춰지고 드러나며 평가된다. 어떤 마음은 부수고 어떤 마음은 부숴진다. 어떤 성격은 사라지고 어떤 성격은 남는다.

손정수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독특한 초점의 이동을 통해 마치 도미노가 이어지듯이 이야기가 새롭게 펼쳐지는 흐름 자체가 감상의 대상이다”라며 “권태와 불행의 세계상이 품고 있는 어두우면서도 역동적인 분위기가 이 소설의 특징이자 개성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평론가는 ‘현실 속 욕망과 의식이 만들어낸 섬뜩한 판타지’라는 말을 남겼다.

작가 최영건은 “전부나 모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전부나 모두를 각자로 분리시키고, 분리된 것들은 현재의 의문에 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는 “나는 혼란 속에 있다”고 고백하며 “나는 불완전하다. 『공기 도미노』 또한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문단의 영건(young gun)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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