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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시네마] 박열의 뜨거운 신념에 관객은 반하고 후미코의 ‘사랑과 열정’에 흠뻑 빠진다

기사승인 2017.07.07  08: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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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익 감독 영화 ‘박열’ - 김별아 장편소설 『열애』

박열 역의 이제훈

[독서신문] “‘박열’을 통해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과연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일제강점기의 박열만큼 세상을 정면으로 보고 살아가는지 되묻고 싶다” 

‘사도’, ‘동주’에 이어 또 한번 역사 영화 ‘박열’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 그는 참혹한 역사를 묻으려는 일본 내각을 추궁하고, 적극적으로 항거했던 박열을 우리가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부끄러웠다며 이 영화로나마 박열의 삶과 가치관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영화 ‘아나키스트’(2000)를 제작하던 당시 자료 조사 과정에서 다양한 서적에 등장하는 수많은 독립투사 가운데 박열을 만났고, 20년을 공들인 끝에 이제훈, 최희서 주연의 영화 ‘박열’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가네코 후미코 역의 최희서

박열은 1919년 3.1운동 당시 고등학생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폭압에 강한 분노를 느끼고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도쿄로 건너가 적극적으로 투쟁했던 청년이다. 박열은 그곳에서 일본인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를 반대하며 항일운동을 하는 여성 가네코 후미코를 만났다. 아나키스트 단체 ‘불령사’에 속한 두 사람은 간토대학살 사건이 벌어졌던 1923년, 일제의 만행을 조선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옥살이를 불사하며 목숨 걸고 투쟁했다. 

이준익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박열’을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박열과 후미코가 시대를 마주했던 자세를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오락성에 치중해 두사람에 대한 진정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실존 인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완벽한 고증을 위해 1920년대 두사람이 활약했던 시기의 모든 신문의 원본을 찾아 영화 속 소품으로도 활용했다. 

신문 못지않게 중요한 자료는 후미코의 자서전이었다. ‘박열’의 모든 제작진은 후미코의 자서전을 읽고 또 읽으며 한문장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영화 속에서 박열과 후미코의 집이자 ‘불령사’의 아지트가 신발가게 2층으로 설정됐던 것과, 창문 밖에 써붙인 붉은 하트 무늬 위 ‘반역’이라는 글씨는 모두 자서전에 등장하는 내용 그대로를 재현한 것이다. 

철저한 시대 고증 외에 이제훈, 최희서 두사람의 역할도 중요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제훈을 떠올릴 때 본인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불덩이를 뿜어내는 ‘뜨거운’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 박열 역에 캐스팅했다. 그 기대에 부응해 이제훈은 감정적인 부분은 물론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시나리오를 분석해 ‘뜨거운’ 박열의 진심을 연기했다. 

최희서는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특기를 인정받아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동주’에 이어 이준익 감독과 다시 작업을 하게 됐다. 그는 일본인이 구사하는 어눌한 한국 발음을 위해 한글을 히라가나로 바꿔서 외우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독립영화를 포함한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쌓아왔던 탄탄한 연기 내공을 쏟아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 역의 김인우

재일교포 3세인 배우 김인우는 일본 제국주의가 법보다 위라 생각하는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 역을 맡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고, 박열과 후미코의 대역사건 수사를 담당한 예심 판사 다테마스 가이세이 역의 배우 김준한은 심문을 하는 과정에서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알리려는 두사람의 진심과 일본인으로서 깊게 박힌 제국주의 사상 사이에서 겪는 딜레마를 잘 표현했다. 

이처럼 감독, 스태프, 배우들의 공이 많이 들어간 덕에 ‘박열’은 개봉 1주일 만에 약 1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영화 개봉 이후 이준익 감독에게는 ‘믿고보는 시대극 명장’이라는 애칭이 붙었고, 그의 바람처럼 박열 재조명 붐이 일고 있다. 그중 『미실』의 저자 김별아가 쓴 장편소설 『열애』(2009)는 ‘박열의 사랑’이라는 부제를 달고 개정 출간돼 영화를 본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열애』는 ‘조선인 독립운동가와 그의 일본인 아내’로 정형화돼 근대사의 변방에 붙박여 있었던 박열과 후미코의 뜨거운 삶과 사랑을 그려낸 소설임에도, 박열과 후미코의 시, 수필, 선언문을 재조립해 그 당시 사건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마키노 재판장이 인정신문을 시작했다. ‘이름이 무엇인가?’ ‘나는 박열이다!’ 순간 법정이 술렁였다. 재판장의 질문에 박열이 조선말로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조선인들은 감탄하며 무릎을 쳤고 조선말을 모르는 일본인들은 서로 수군덕거리며 박열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넘겨짚기에 바빴다”

“우익들은 박열에게 타격을 주고 후미코를 세상에서 매장시킬 의도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애국적인 정열에 불탄 그들은 선정적인 문장으로 가득 찬 ‘괴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박열과 가네코는 황실에 위해를 가하고자 했던 극악무도한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들을 국사 이상으로 대우해 옥중 특별실에 기거하게 하며 결혼식에 이어 동서 생활까지 시키고도 모자라 감형의 은전까지 베풀었다’”

예심 판사 다테마스 가이세이 역의 김준한

“타락자들을 말살시키고야 말겠다는 욕망으로 충전한 그들의 펜은 점점 더 음탕하고 난잡해졌다. ‘불령선인 박열은 책을 들고 있는 반역자 가네코를 포옹하고 있다. 박열의 한쪽 팔은 책상에 턱을 괴고 있지만 다른 한 팔은 가네코의 젖가슴을 누르고 있다. 하루의 취조를 마친 후 다테마쓰는 예심 법정에 박열과 가네코 두 사람만을 남겨놓은 채 변소에 간다는 핑계로 퇴정하여 감시도 없이 문만 잠그고 약 30분 동안 내버려두었다’”

생생한 묘사 덕에 영화 속 장면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이준익 감독의 추천사처럼 부당한 권력은 개인을 억압하기도 하지만 깨어나게도 한다. 박열과 후미코의 그 깨어 있음은 제국주의도 막지 못한 사랑으로 남았다. 두사람의 열정적인 투사와 그 무엇도 갈라놓을 수 없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에게 영화 ‘박열’과 김별아 장편소설 『열애』를 권한다. / 이정윤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7호 (2017년 7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

이정윤 기자 jylee9395@readersnews.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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