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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투게더] 책 읽는 대한민국, 셀럽이 나선다- 영화배우 안서현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기사승인 2017.07.14  17: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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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소녀는 눈망울이 사슴을 닮았다. 지금 보고 있는 현실보다 미래에 볼 아름다운 것이 많아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그윽하다. 소녀의 입술은 작고 함초롬하다. 세상을 향한 발언처럼 날이 서지 않아 자음과 모음은 보드랍고 간혹 터지는 웃음은 석류알처럼 쏟아져 주변마저 환해진다.

이 소녀가 프랑스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했던가. 이 소녀가 10년째 카메라 앵글에 웃고 우는 수많은 캐릭터의 주인공이었단 말인가.

가녀린 손이 기자 손 안으로 쏘옥 들어온다. 수줍음은 잠시, 말이 거침이 없다. 안서현. 중학교 1학년. 이 소녀가 독서신문이 전국민 캠페인으로 벌이고 있는 책 읽는 대한민국을 응원하러 나섰다. 직접 추천한 책은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비룡소 간)이다. 그 '신기한 여행'에 한 시간 반을 동행했다. 

동화에서 일반 성인 장르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하기에도 다소 모호한 시점, 중학교 1학년이다. 소녀는 막 벗어났다고 본인은 말하지만 아직 애티가 역력한 게 또 중학교 1학년이다. 그런가하면 질풍노도의 복판을 지나는, 인격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또 중학교 1학년이다.

그런 소녀가 요즘 공포소설에 빠져 있고 나태주의 시 「풀꽃」을 졸졸 외우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며 재잘거린다. 영화 얘기는 나중 하자고 한다.

학생을 보면 공부 얘기부터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학부모(벌써 한참 전)인 기자가 쓸데없이 공부 얘기를 묻고야 말았다. 국어 사회 도덕 과목을 좋아한다. 수학은 거의 포기한 전형적인 문과 스타일이라고 잘도 말한다. 수학은 요즘 함수 활용을 배우고 있다는데 어려운 모양이다. 부모님은 공부 채근을 거의 안한다. “공부라는 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모자라는 것, 스스로 알아서 해야죠” 모범생 답안지를 보는 듯 하다.

공포 소설은 여름에 특히 즐겨 읽는다. R. L. 스타인의 『구스범스』 시리즈를 좋아한다. (구스범스 시리즈는 어린이 공포소설 시리즈로 1992년 첫 권이 나오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62권이 나왔으며 한국에는 20권이 출간됐다.) 그러면서 시집도 곧잘 챙겨 보는데 주로 책보다는 웹으로 본다.

동화나 어린이용 판타지가 상상력을 길러준다고 한다. 안서현 양에게도 같을 것이란 짐작에서 물었다. “제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책을 읽으면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요. 당연히 처음 가보는 공간이니까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발휘돼요.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그래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추천한 것인가. “에드워드 툴레인은 도자기로 만든 토끼인형이에요. 에드워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일이 담겨 있어요. 제가 처음으로 읽은 장편소설이에요”
 
단순히 처음 읽은 장편소설이라 기억에 남고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안 양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너무 어려서 읽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 살씩 나이를 먹을때마다 다시 읽고 또 읽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그때마다 감정이입이 달라지고 토끼인형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래서 최근 읽었을 때는 에드워드 툴레인이 마치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책 도입부에 에드워드는 까칠한 인형으로 나온다.

안서현 양에게 1년은 짧지만 매우 강렬한 시기다. 하루 한 뼘 키가 크고 생각이 자라는 때, 그러기에 책을 읽는 마음도 생각의 그릇도 그만큼 변해, 급기야 토끼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꽃이 다만 하나의 몸짓에서 김춘수가 꽃이라고 부르매 비로소 꽃이 됐듯이 안서현도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꽃을 꽃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소녀가 책읽기 항해에서 건져올린 것은 도자기 토끼인형이 아니라 에드워드 툴레인이라는 토끼를 닮은 사람이었고 이제 그를 이해하고 기꺼이 동행하고 있다. “초반 에드워드의 성격과 후반부 성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 보는 게 재미있어요.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해심이 길러지고 다양한 것을 배우거든요”

이 정도면 책읽기의 축복이다. 14세 소녀가 어느덧 인생의 바다에 돛을 높이 올렸다. 그 돛이 바람을 받아 팽창하면서 안서현은 시(詩)를 품었다. 시가 주는 감흥에 마음이 살랑살랑하다고 한다. 마음이 살랑살랑은 어떤 기분일까. 그러면서 나태주의 풀꽃을 외웠다. 마지막 절 ‘너도 그렇다’는 기자와 합창했다.

살랑살랑 기분은 책에서만 느끼는 게 아니었다. 얼마전 프랑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그래서 칸에 갔는데, 비행기를 타고 갈 때도, 칸에 도착했을 때도 (노미네이트된 게) 먼 얘기 같았다. 자신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식장으로 가는 차를 타면서 실감이 났다. 칸의 해변, 야자수, 그리고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포스터 색깔이 빨갛고 예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차에서 내리며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마치 헤드셋 쓰고 있다 벗었을 때 한꺼번에 주변 소음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그 순간이 그렇게 길었다.

무슨 옷을 입었을까. 샤넬에서 만든 블랙 드레스. ‘옥자’ 영화에 함께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틸다 스윈튼이 마침 샤넬 모델이어서 추천해 입게 됐다. 당시 환호성이 지금 인터뷰하는 카페 지하 1층 마룻바닥에서 아련히 솟아오르는 것 같다.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겠어요? 라는 질문은 괜히 했다. “친구들은 제가 배우라는 걸 잊고 지내요. 제가 티내는 것도 싫어하고요. 친구들이 ‘인터넷에 네가 나오더라’고 하면서 ‘아, 네가 정말 배우지’라고 해요. 학교 있을 때는 그냥 학생이에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고 그냥 같이 떡볶이 먹는 친구, 수다떠는 친구, 까르르 웃는 친구일 뿐이다.

사실 안서현양은 정신연령이 높다. 10년 세월동안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다보니 남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폭이 자연히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옥자’ 를 만든 봉준호 감독도 안서현 양에게 감탄한다. 산골소녀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은 액션부터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봉 감독은 마치 성불(成佛)한 것 같다고 했다. 그 바탕에 대해선 끝내 봉 감독도 말하지는 않았다.

기자는 말할 수 있다. 그 바탕은 책읽기라고. 안서현은 오래오래 배우로 살고 싶지만 시처럼 담백한 삶을 원한다고 했으니 맞는 말이라 자신한다.

/ 엄정권 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장소제공= 수원 천천동 Bside 복합문화공간

■ 영화인 안서현, 못다한 말

- 9살 때 정신연령 테스트, 27살 나옴. 연기활동하면서 많은 오빠 언니 스태프 분 많이 만나면서 말이 어른들과 잘 통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 봉준호 감독과 매일 연락 주고받아요.
 
- 배우의 매력은? 다른 사람의 삶도 살아볼 수 있다. 캐릭터 인생을 잠깐 살다 오는 것 아닌가. 일반 사람들은 느끼기 어려울 겁니다.

- 친한 배우 언니 오빠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 나왔던 온주완 오빠랑 친해요. 오빠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스튜디오에도 놀러갔다 왔어요. 드림하이에서 만난 옥택연 오빠도 친해서 콘서트에 초청받았어요.

- 존경하는 배우는? ‘하녀’때 만난 전도연 언니요. 배우 티 안내고 편하게 대해줘요. 이웃집 큰언니 같아요.

- 외국 배우 중에는? 다코타 패닝이요.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과정을 정말 잘 버텨낸 것 같아요. 저도 페이스 조절 잘 하고 싶어요.

- 10년 뒤에요? 24살인데…. 대학생 아닐까요. 연기생활 하면서 대학생 생활도 즐기고 싶어요. 튀지 않는 학생이 되고 싶어요.

■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어떤 책인가

이 책은 사랑을 받을 줄만 알지, 할 줄은 모르는 도자기로 만든 토끼 에드워드가 결국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는 우리에게 사랑이 얼마나 큰 위안이며 축복인가를 말해줍니다.

옮긴이 김경미는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많은 고통을 받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게는 무심하게 대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김경미는 강조한다.

신기한 모험 가운데는 고통과 좌절과 이별과 슬픔이 있다. 에드워드는 혹독한 세상살이를 하면서, 길을 잃고 헤매면서, 자신을 돌보기도 힘든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결국 사랑을 배우게 된다.

주변을 한번 돌아보라. 사랑할 것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가족이 아니더라도 내게 친절한 말 한마디를 건넨 이들도 내게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 모두에게 감사하며 욕심내지 말고 살아야겠다.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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