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안서현, "시(詩)처럼 담백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 배우 안서현, "시(詩)처럼 담백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신동훈 기자
  • 승인 2017.07.18 22: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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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독서신문은 지난 7월 10일 영화 '옥자'의 배우 안서현양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詩)를 닮아 담백해지고 싶다는 안서현양은 독서신문의 전국민독서캠페인 '책읽는 대한민국'의 취지에 공감해 책과 문학에 대한 애정을 담아 대화에 나섰다. 안서현양과의 대화를 인터뷰 영상과 함께 싣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옥자’ 촬영, 홍보까지 다 끝냈어요. 이제 중학생으로 지내고 있어요. 방학이 10일 남았네요"

-방학 때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영화 때문에 못 쉬었어요. 푹 쉬고 친구들이랑 놀아야죠. 책도 읽고 영화도 볼 거예요"

-부모님은 공부하란 말씀 안 하세요?

"전혀 안 하세요"

-그럼 책임감이 강해야 할텐데요.

"공부를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고 해야죠. 누군가의 압력, 압박 때문에 하는 건 일시적이고 기간도 짧더라고요. 금방 흥미가 떨어져요. 본인이 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과목이 국어라고 했네요. 어떤 점이 좋아요?

"다른 과목들은 답이 정해져 있는데. 국어는 예시 답이 있을 뿐 정해진 답이 없어서 좋아요. 영어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옥자 홍보하면서 해외 정말 많이 갔어요. 모두들 영어, 제2외국어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요즘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요새 어린이 공포 소설에 빠져 있어요. 여름이 되니까 공포 장르에 좀 더 관심 가더라고요. R.L.스타인의 「구스범스」 시리즈를 좋아해요.

시도 좋아요. 시집보다는 웹으로 보는 시를 즐겨봐요. 권혁주 작가님의 ‘움비처럼’은 느림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마음정화 웹툰인데 좋아해요. 다양한 시들을 소재로 웹툰을 만들었어요"

-동화책은 많이 읽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책 좋아해서 부모님이 사주신 전집을 많이 읽었어요. 지금은 사촌동생들 물려줬어요"

-동화나 어린이용 판타지가 상상력 길러준다고 해요.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책을 읽으면 그 공간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제가 안 가본 공간에 가니까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니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상상력인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혹시 부모님이 권해주셨나요?

"부모님이 ‘서현아, 책 읽어볼래?’라고 하시진 않았어요. 책방 가면 책이 쭉 꽂혀 있잖아요. 그 모습을 보고 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책방이 ‘책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공간에 가고 싶더라고요"

-그럼 책방에 자주 가겠네요.

"좋아해서 자주 가요. 직접 가서 읽어보고 좋아하는 책을 사요. 최근엔 일어사전 샀어요. 오빠 영향으로 일어 좋아하거든요. 6살 차이 나는 오빠가 있는데, 애니메이션 독학으로 일어 전교 2등까지 했거든요. 저도 ‘하이큐’,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등의 애니메이션들을 추천 받았어요. 일본 노래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일어사전이 갖고 싶더라고요"
 

-기자한테 권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3~4학년 때 읽은 책인데 『예은이』라는 책이요. 앞을 보지 못하는 피아니스트 예은이의 이야기에요. 실화. 유아용인데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부모님께 처음으로 추천해 드렸어요"

-독서신문 북투게더 코너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을 추천했네요. 

"에드워드 툴레인은 도자기로 만들어진 토끼 인형이에요. 에드워드가 의도치 않게 세계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을 추천 드린 이유는 제가 처음으로 읽은 장편소설이거든요. 읽으면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밥 먹으면서도 보고요.

그런데 어렸을 때 읽어서 이해가 완벽히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1살씩 먹을 때마다 읽고 있는데 그 느낌이 달라요.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들이. 

최근에 읽었을 때는 에드워드 툴레인이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책 초반의 에드워드는 까탈스러운 인형으로 묘사되거든요. 우리도 어릴 때는 나밖에 모르지만, 커 가면서 사람들을 알게 되잖아요. 작가님이 그런 과정을 인형에 빗대어 표현한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는데요?

"초반 에드워드의 성격과 후반부 에드워드의 성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 보는 게 재미있어요.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해심이 길러지고 다양한 것을 배우거든요"

-읽어보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시집 읽어보고 싶어요. 시를 읽으면 마음에 '살랑살랑' 느낌이 오는 것 같아서 좋아요. 길지 않은 시들, 소설보다 짧은데도 그 안에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와 닿아요.

나태주 시인 ‘풀꽃’도 좋아해요. (어디가 마음에 들었어요?) 시 구절을 먼저 안 뒤에 ‘풀꽃’이라는 제목을 알게 됐는데, 제목이랑 연결되니까 더 예쁘더라고요. 나태주 시인 한 번 뵙고 싶어요. 공주풀꽃문학관 가 봐야겠어요"
 

-10년차 배우인데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던 소감을 들어볼까요?

"원래 성격상 상장 받는건 좋은데 올라가도 반응은 늦게 와요. 칸에 가는 비행기 탔을 때도, 칸에 도착했을 때도 먼 얘기처럼 느껴졌어요. 레드카펫 서기 2시간 전까지만 해도 제 이야기 아닌 것 같았죠.

그런데, 레드카펫으로 가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칸의 해변과 야자수, 칸 영화제 70회 새빨간 포스터가 조화롭고 예쁘더라고요. 그때부터 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칸의 레드카펫은 달랐나요) 같은 레드카펫이라도 주변 환경 때문에 정말 다른 느낌이었어요.

세계 각국 기자 분들이 모여 있는 레드카펫 지나갈 때의 긴장감이 달랐어요. 조용하다가 문 여는 순간 환호성 소리 확 들리더라구요.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는 품질 좋은 헤드셋 끼고 있다가 탁 벗는 느낌이랄까요. 그 길이 그렇게 긴 줄 몰랐어요"

-칸에 갔다 오니까 친구들이 뭐라던가요?

"저랑 친한 친구들도 제가 배우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요. 제가 티내는 것 정말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SNS 하다가 ‘인터넷에 너 나오는데?’라는 말을 제일 많이 했어요. ‘아 맞다 너 배우지’ 라는 말이 좋더라고요. 학교에 있을 때 저는 학생일 뿐이니까요"

-정신적으로 성숙한 것 같아요.

"9살 때 정신연령 테스트 했는데 27살 나왔어요. (왜 그런 것 같아요?) 10년이라는 배우 생활 기간 동안 제 나이 또래 친구들보다 언니, 오빠, 스태프 분들 많이 만났잖아요. 그래서 언니 오빠들이랑 말이 더 잘 통하는 경향이 있어요"
 

-배우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살다 보면 본인 인생만 살잖아요. 그런데 배우는 또 다른 사람의 삶도 살아볼 수 있어요.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안은 캐릭터들의 인생을 잠깐 살다 오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은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에요"

-존경하는 배우나 롤모델 있다면?

"‘하녀’ 때 만난 전도연 언니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데 닮고 싶어요. 언니가 정말 저를 잘 챙겨주셨어요. 아빠보다 언니랑 밥 더 많이 먹었고 거리낌 없으세요. 다만 언니랑은 다른 저만의 색깔 갖출 거예요"

-외국 배우 중에는요?

"다코타 패닝 닮고 싶어요.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기간을 정말 잘 버텨낸 배우에요. 저도 페이스 잘 조절하고 싶어요. 10년 뒤면 24살인데요, 연기 생활도 하면서 대학 생활도 정말 잘 하고 있었으면 해요. 여느 대학생들 틈에 있어도 튀지 않는 학생 되고 싶어요"

-예능 출연은 좋아해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출연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옥자 촬영할 때 정말 잘 뛰던데요?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영화 제목 ‘옥자’가 아니라 ‘달려라 미자’가 돼야 한다고요. (안서현은 영화에서 '미자'역을 맡았다) 밴쿠버, 뉴욕, 한국의 전국을 달렸어요. 중국인 스턴트 배우 언니가 고생하셨죠"

-다른 배우들과 어떻게 지냈나요?

"틸다 스윈튼 딸, 남편 분하고 밴쿠버에서 영화 ‘도리를 찾아서’ 같이 봤어요. 폴 다노하고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알라딘’ 봤고요. 연락도 이메일로 주고받고 있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詩)처럼 담백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서신문 독자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책의 세계에 같이 빠져봐요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웃음) 

/ 진행=엄정권 기자, 정리=이정윤 기자, 영상=이태구·신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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