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책방의 휴가- 북스테이, 북숲테이] 괴산 미루마을의 보석 '숲속작은책방'
[숲 속 책방의 휴가- 북스테이, 북숲테이] 괴산 미루마을의 보석 '숲속작은책방'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7.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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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입구 에서 찍은 숲속작은책방

[독서신문] 괴산으로 가는 쭉 뻗은 도로, 양 옆으로 감자전·칼국수 등 볼품없이 기다란 깃발이 비현실적으로 펄럭인다. 엊그제 비로 냇물은 불어 깊이가 가늠 안 되는 곳에 낡은 다리, 3명 태운 티볼리가 기우뚱 건넌다. 이어지는 푸른 밭, 옥수수는 지금쯤 키가 한뼘은 더 자랐을 터이고 풋사과는 비로소 알이 굵어질 때다. 가파른 언덕에 올라 차창을 연다. 붉은 기운을 띤 비슷한 주택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공기는 알싸하다.

7월 12일의 괴산 칠성면 미루마을, 이 산골에 누가 보석을 뿌려 놓았는가. 눈을 들면 산기슭을 물들이는 녹음 사이로 푸른 기운이 뽀얗게 피어나고 아래를 보면 그림같은 시냇물이 작은 돌을 굴리며 자글자글 노래한다. 거기에 무심히 지나치면 볼 수 없어, 그렇기에 보석은 숨어있다 했나. 바로 ‘숲속작은책방’이다.

부동산에 관심있는 사람은 방문 사절, 사진 찍으려는 사람은 그냥 밖에서만 찍으라는 안내문이 문에 달려 있는 것을 보니 그런 사람들도 많이 오는 모양이다. 들어오면 책 한 권은 사라 한다. 엄연히 책을 파는 서점이다. 그리고 책방 위, 다락같은 2층에선 하루 묵을 수 있다.

북 스테이. 도심에선 누릴 수 없는 호사다. 숲 속에서의 하루라는 의미는 스스로 숲에 들어가 나무가 되고 새가 되고 쉬면서 시냇물처럼 노래하는 것 아닐까. 거기에 책을 벗한다면 그만큼 눈이 즐겁고 마음이 영그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해먹이 한가로운 오후. 책 읽기엔 최고 명당이다.

풀밭을 지나 책방 문으로 향하는 몇 걸음은 마치 인천공항 게이트를 통과하는 느낌이다.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타러 가듯, 내 몸과 마음은 둥실 떠오른다.

김병록 백창화 대표 부부와 차 한잔 사이에 놓고 책방 얘기, 산골 사는 얘기, 손님 얘기 등을 나눴다. 그 사이 여자 손님이 두 팀 4명이 들어왔고 숙박 예약 같은 전화가 몇 번 왔다. 부부는 줄곧 친절했다.

집을 지은 지는 6년 됐고 북 스테이는 4년째다. 부부가 오래 전 유럽여행 갔을 때 시골에 책마을이 있고 북스테이 공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등을 돌며 하루 묵으면서 동네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취재도 했다.

처음부터 잘 될리는 없다. 지금은 여기가 너무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닐까 할 정도다. 지난해 5천명이 방문하거나 잠을 잤으며 이 중에는 단골도 꽤 많다. 올해는 7천명 정도 올 것 같다는 게 김 대표 예상이다.

손님이 들어와 책을 고르고 있다. 여기 오면 책 한권 사는 게 말없는 약속이다.

숙박 팀은 일주일에 딱 두 팀 받는다. 수~목, 금~토 1박2일만 가능하다. 3시에 체크 인하고 이튿날 오전 11시 체크 아웃이다. 둘째 날 아침에는 빵과 커피를 제공하니 손님은 첫째 날 저녁만 해결하면 된다. 음식 가져오려면 주인 것까지 같이 갖고 오는 게 일반적이다. 1층에서 고기를 구우면서 와인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한 팀은 최대 6명까지 가능하고 4명까지는 10만원이고 혼자 오면 6만원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요즘은 엄마와 딸이 함께 오는게 트렌드 아닌 트렌드 같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 둘에 아이 2명이 한 팀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부부와 젊은 엄마 손님이 늘었다는 설명은 ‘책 읽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들렸다.

여기서 하룻밤 머무는데 책이라는 중간 매개체가 있다보니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른다. 12시 넘도록 주인장과 이런저런 책 얘기를 하다가 급기야 세상 얘기, 인생 얘기로 넘어가 제법 진지해질 때도 있다고 한다.

하루 묵고 간다고 해서 아이들이 책을 갑자기 좋아할 리는 없다. 그러나 주인장 말로는 애들이 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한다. 책에 대한 추억, 괴산 숲속작은책방 다락에서 엄마와 함께 책을 보았다는 추억은 어린 아이의 기억에 남고 그 기억은 팽생 책을 가까이하는 독서습관을 낳지 않을까.

이 책방에는 신간 등 볼만한 책들은 다 있다. 1층 주방 쪽을 빼곤 삼면에 책이 빼곡하고 계단에도 수북이 쌓여 있다.

괴산 숲속작은책방의 김병록 대표
괴산 숲속작은책방의 또 다른 대표 안주인 백창화

손님은 맨발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발을 떼며 책을 고르고 편하게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기도 한다. 그러다 주인장에게 요즘 읽을만한 책 추전을 받을 수도 있다. 책을 사면 봉투에 넣어준다. 이 봉투가 걸작이다. 안주인 백창화씨는 아까부터 능숙하게 책 봉투를 만드는데 종이가 예사스럽지 않다. 그냥 누렇거나 해야 책 봉투이거늘 이건 어째 알록달록하고 그림이 예쁘고 종이 질도 꽤 좋아 보인다. 백씨는 동화책을 찍고 남은 종이를 인쇄소에서 넘겨 받아 봉투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손님마다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 봉투도 예쁘고 마음씨는 더 예쁘다고.

2층 방은 둘. 아이들 책이 많고 특히 팝업북도 많아 아이들에게는 꽤나 즐거운 놀이터가 될 것 같다. 책도 책이지만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책 공간이라는 게 추억거리다.

주인 부부에게 헤어지면서 요즘 뭐 드세요, 물었다. 안주인이 먹는 것도 괴롭습니다. 밭에서 나는 풀떼기 뜯어먹고 살아요 한다. 손님들이나 와야 고기 구경하죠, 웃으며 여자 손님과 금세 수다에 빠진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2층 방에 마련된 어린이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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