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찾는 사람들 ‘시찾사’] 『시인, 목소리』 함께 들어볼까요?
[시를 찾는 사람들 ‘시찾사’] 『시인, 목소리』 함께 들어볼까요?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9.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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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바야흐로 ‘시’의 시대다. ‘시’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삶의 어떤 순간에 ‘시’를 찾고 ‘시’의 운율에 귀를 기울일까.

시인의 목소리가 팟캐스트로 들리고, 시인을 패션지에서 만나는 등 시가 가까이 있다. 독서신문은 [시를 찾는 사람들 ‘시찾사’] 연재 코너를 만들어 시인의 마음, 시의 세계를 곁눈질이라도 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시인, 목소리』는 독특하게 꾸몄다. 출판사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가 진행한 ‘편집자 되기’ 수업에 참여한 예비 편집자들 6명이 6명의 시인을 만나 나눈 대화를 옮긴 책이다. 윤 대표는 ‘깊은 대화’라 했다. 시인 6명은 김소형, 박소란, 백은선, 유진목, 이은규, 이혜미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인의 세계에 들어가는 일이지만, 그 문이 좁아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야 할지 머리부터 넣어야할지 발부터 들이대야 할지 망설이게 하거나, 마치 승객을 무시하는 스케줄 없는 버스 같거나, 아니면 독자를 물속으로 끌고 가서 시인 혼자 나몰라라 나오는 경험을 준다거나 해서, 사실 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예비 출판 편집자와 시인 6명의 대화

시인의 하루는?
산보하고… 영화보고… 바다 나가 수영하고…

무엇이 있어야 시 쓸까
“쓰는 건 괴롭지 않아요 사는 게 괴롭죠”
“용기 있어야 하고 비겁함 없어야”
“희망이 있어서…  희망이 없어서…”

이런 점에서 창작의 고통과 사유의 고뇌를 조금은 들여다보고 시인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시인과 어깨를 비슷하게는 못하겠지만 발걸음 보조를 맞출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 『시인, 목소리』이다.

시인님의 하루는 어떠세요? 라는 시인 6명에 대한 공통 질문에 “산보하면서 포켓몬고도 하고”(김소형), “무미건조하고 그러면서도 쫓기듯 살면서 그러다 혼자 영화를 보고 미술관을 천천히 거닌다”(박소란), “어쩌면 그 물음에는 잘 지낸다고 대답해달라는 요청이 함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그런 마음들로 지내요”(백은선)라는 ‘시인스러운’ 답이 있는 가운데 “여름에는 바다에 나가 수영을 하고. 겨울에는 쓰러진 나무를 찾으로 다닙디다”(유진목) 라는 평범해 보이지만 쓸쓸함이 묻어나는 답도 있다(순전히 기자 생각).

『시인, 목소리』      
김소형 박소란 백은선 유진목 이은규 이혜미 지음  │ 북노마드 펴냄 │ 232쪽 │ 12,500원

시인은 무엇이 있어야 시를 쓸까, 도 충분히 독자는 궁금하다. “쓰고자 하는 욕망이겠죠. 시 쓰는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고 봐요.”라는 김소형 시인은 기어이 삶의 넝쿨이 칭칭 감긴 듯한 말을 하고야 만다. “쓰는 건 괴롭지 않아요. 사는 게 괴롭죠”.

유진목 시인은 “평소와 다르게 말하고 싶어서 쓴다. 한편의 시를 쓰고 나면 할 말을 했다는 생각에 복작거리던 속도 가라앉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은규 시인은 “말장난 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희망을 희망하다’라는 문장을 자주 떠올려요. 희망이 있어서, 혹은 희망이 없어서 시를 쓰는 것 같아요”라는 말은 시인도 희망을 잃지 않을 테니 독자도 희망을 가지라는 말처럼 들린다. 이혜미 시인은 ‘결기’가 서려 있다. “있어야 할 것은 용기이고, 없어야 할 것은 비겁합”이라고 못박는다.
 
무엇보다 이 『시인, 목소리』의 미덕은 시인과의 대화다. 김소형 시인에게 물었다. 침묵하는 데 익숙하고, 질문에는 단답형으로 답하는 걸 좋아한다는데 혹시 ‘사물함 안에 자물쇠를 걸고 세계를 닫는 듯 자신 안에 담아두는 편이냐’고 김 시인의 시 ‘사물함’을 빗댔다.

김 시인은 “동물의 뒤통수를 보며 쟤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고민할 때가 많다. (…)대부분 말의 불필요함을 느끼면서 글을 써요. 저는 침묵하는 자들을 기다려주고 싶어요”라고 했다. 김 시인은 많은 식물을 키우고 있다. 화훼장식기능사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플로리스트 수업도 듣고, 식물을 유심히 살피기를 좋아한다. 손끝으로 잎을 살짝 만질 때, 미세한 파동으로 손길을 허락해주는 기분이 참 좋다고 했다.

시는 시인에겐 무엇인가.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 게 가능한가, 그렇다면 이 의미는 무엇인가. 백은선 시인은 말한다. “독자의 말을 신경쓰지 않아요. (…) 독자의 말이나 반응에 신경을 쓰고 거기에서 마음을 움직인다면 어떻게 쓰려는 세계를 온전히 밀고 나갈 수 있겠어요. 저는 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쓰지 않아요”

그렇다면 백 시인에게 시는 무엇인가. “시는 온통 가장 굳게 닫혀 있고 사방으로 열려 있어요. 그것으로 오롯이 완성된 세계예요”

시인도 좋아하는 시인이나 시가 있을 것이고 시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도 무언가 추천할만한 게 있을 듯하다. 유진목 시인이 답한다. “장정일의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좋아합니다. 「강정 간다」라는 긴 시가 있는데, 가만히 읽고 있으면 꿈을 꾸는 것처럼 아득해집니다” 그러면서 오규원 시집 『사랑의 감옥』과 이승훈 시집 『너라는 환상』도 좋아한다고 했다.

20대 끄트머리를 쥐고 있는 이혜미 시인에게 ‘지나간 사랑’을 물었다. “관계나 인연은 스쳐 지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며 제가 살아가는 생 안에서 엄연히 존재합니다. 제가 바뀌면 그 사람과의 과거도 재배열되죠. 연애의 맥락도 달라져요. 「밀가루의 맛」에 나온 상황도 마찬가지예요” 「밀가루의 맛」에 이런 문장이 있다. “눈처럼 녹아 사라질 줄 알았는데 끈질기게 혀에 붙어 끈적이는 더럽고 슬프고 무거운…” 이 시인은 ‘아름다움이 我다움’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시인이 가장 ‘我다운’ 시로는 첫 번째 시집(『보라의 바깥』)에 실린 「곁」이라는 시라고 답했다. / 엄정권 기자

『숲(ㅅㅜㅍ)』 문학과 지성 시인선 474       
김소형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137쪽 | 8,000원

『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시선 386       
박소란 지음 | 창비 펴냄 | 132쪽 | 8,000원

『가능세계』 문학과 지성 시인선 481      
백은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243쪽 | 8,000원

『연애의 책』 삼인 시집선 1       
유진목 지음 | 삼인 펴냄 | 108쪽 | 8,000원

『다정한 호칭』 (리커버 한정판)  문학동네시인선 18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140쪽 | 8,000원

『뜻밖의 바닐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491        
이혜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150쪽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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