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시대- 나의 글쓰기] 비전업 스타작가 '기생충 학자' 서민 교수
[글쓰기 시대- 나의 글쓰기] 비전업 스타작가 '기생충 학자' 서민 교수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9.18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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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울대 의대 출신 서민 작가는 단국대 교수로서 기생충 학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기생충 열전』 『기생충 콘서트』 등은 글쓰는 소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비전업작가로서 꽤나 많은 책을 내고 있다.

독서신문이 서민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서 교수는 답변에서도 유머가 넘쳐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하루 A4 한장 분량의 글을 3년간 쓰라는 말은 '수도승' 같은 글쓰기도 고행이라는 말과 다름없다. 서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서민 교수. 글쓰기 연습을 제대로 하려면 하루 A4 한 장씩 3년을 쓰라 한다.

- 기생충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생충 열전』을 쓰면서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이유를 꼽는다면

"기생충들아, 덕분에 떴다. 고맙다. 『기생충 열전』을 쓰기 전까지 저는 웃기는 책을 쓰려고 안달하는 사람이었어요. 정보 전달은 뒷전이고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만 했죠. 그렇게 다섯권을 말아먹은 뒤 깨달음을 얻었어요. 중요한 것은 유익한 정보이고, 유머는 살짝 곁들여야 한다는 것을요. 『기생충 열전』은 제가 참고문헌을 찾아가며 쓴 최초의 책입니다. 사람들은 유익함 속에 곁든 유머를 좋아하지, 무턱대고 웃기려고 쓴 책을 사지는 않습니다"

책 5권 '말아먹고', 『기생충 열전』 히트
유익한 정보에 적당한 유머가 요즘 먹혀

하루 A4 한장씩 꼬박 3년간 써라
출간 밀린 게 10권소재 바꾸며 신선함 줘야

- 전작 5권이 실패했다고 들었다. 원인이 글쓰기에도 있었나

"사실 문장 자체만 놓고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이라고 제 문장이 아름답다, 이런 건 아니거든요. 다만 책을 꼼꼼히 기획하고 썼느냐, 아니면 인터넷에 쓴 글들을 성의없게 묶었느냐 하는 차이가 납니다. 요즘에는 출판사에서 먼저 이런 책을 쓰자고 기획을 해줍니다. 그러면 혼자 생각하고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지죠"

『서민의 기생충 열전』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329쪽 | 15,000원 (2013년 7월 15일 출간)

-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한 것은 언제인가. 그리고 왜 그런 결심을 했나

"저는 정말 뜨려고 글을 썼어요. 동아리 회지에 글을 써서 칭찬받은 경험이 저로 하여금 '글 잘쓰면 뜨는구나'는 생각을 갖게 해줬어요. 보통 사람이 뜨기가 쉽지 않잖아요. 아주 웃기든지 노래를 잘하든지, 이런 특출한 능력이 있다면 모를까. 글은 그래도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라고 봅니다. 제가 스스로 디스를 하긴 하지만, 『마태우스』라는 책은 참 좋은 출발점이었어요. 그 책 덕분에 제가 글쓰기 훈련을 엄청나게 할 수 있었으니까요" (『마태우스』는 서민 교수가 2005년 발표한 첫 소설로 마태우스는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의 준말이다=편집자주)

- 글쓰기 훈련도 했나. 누구에게서 배웠나, 아니면 참고한 책은 또는 흠모한 작가는

"당시엔 지금처럼 글쓰기 책이나 강좌가 없었어요.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날리던 분들의 책을 읽으며 글은 이렇게 쓰는구나, 생각했죠. 강준만, 진중권, 유시민 등등이 그때 제 우상이었습니다. 모두 정치 쪽인 것이, 어차피 소설은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 유머가 있는 가운데 팩트가 적나라한 문체같다. 스스로 문체(스타일)는 어떻다고 말할 수 있나.

"제 문체는 아주 평범하죠. 늘 강조하는 게 문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컨텐츠가 중요하다,입니다. 이건 물론 제 문장이 아름답지 않은 것의 변명이기도 하지만, 저처럼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쓰는 경우엔 문장의 화려함보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잘 전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유머는 아주 가끔씩 구사하고요"

-글은 잘 쓴다는 것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어차피 글도 대화의 한 장르입니다. 대화란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알아듣기를 원해서 하는 거니, 잘 이해되는 글이 잘쓴 글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여기에 더해 글의 전개가 흥미롭다면 더 좋겠지요. 이걸 위해 글의 시작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첫 부분이 독자로 하여금 글을 계속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하거든요. 한가지만 더 추가한다면 세련된 비유를 하는 것입니다. 비유야말로 쉽게 설명하는 방법이잖아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건축에 관한 책인데, 멋진 비유가 아주 많이 나와서 제 분야도 아닌데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376쪽 | 16,000원 (2016년 5월 30일 출간)

-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일반적인 조건과 본인 특유의 조건은…

"말은 할수록 늘 듯, 글도 쓸수록 늘어요. 최소한 3년 정도는 하루 한편씩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무작정 쓰라는 게 아니라, 그날 있었던 일 중 하나를 소재로 해서 A4 한 장 분량 정도를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게 쉽지 않아요. 한두달은 할 수 있지만, 3년씩 하기가 어렵거든요. 제 특유의 조건은 역시 외모죠. 이 외모에 뜨려면 글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었으니까요"

- 못 쓴 글은 어떤 글일까요. 예를 들 수 있을까요

"역사적 의미와 무관하게 헌법재판소 판결문이 못쓴 글 같습니다. 그 글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자랑함으로써 권위를 지키려는 목적하에 쓰여졌거든요. 그래서 한 문장이 굉장히 길고, 그러다보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죠"
 
- 초기 출판사 냉대는 없었나, 기생충 열전 히트 하고선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원고를 모아서 모 출판사에 갖다주고 책을 좀 내달라고 했어요. 출판사에서 “검토해 보겠다”라고 말했는데, 그 뒤 연락이 끊겼죠. 이런 일이 어디 한두번이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원고들은 책으로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에요. 인터넷에 쓴 잡글들을 모은 건데, 주제의 통일성도 없는데다 글의 수준도 기복이 심했으니까요.

아무튼 『기생충 열전』이 히트하고 나니 출판사들의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지금도 밀린 책이 10권 정도 됩니다. 올해 제가 다섯권을 썼는데 그 정도입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지금 받는 이 융숭한 대접이 그저 감사할 일이죠"

- 『B급 정치』는 칼럼을 모은 것이다. 글쓰는 방식에서 반전의 기운이 느껴진다. 소재의 변화, 시각의 변화 등에 따른 문체의 변화도 있는가

"앗 반전의 기운이 느껴지나요. 전 못느꼈는데요. 문체도 그대로인 것 같은데요. 다만 소재가 매번 다르죠. 제가 책쓰는 원칙은 이래요. 한 주제 가지고 너무 우려먹지 말자. 김난도 교수가 청춘 시리즈로 세권을 연속 쓰니까 세 번째 책에 혹평이 가해지잖아요. 그래서 전 매번 주제를 바꿔가면서 책을 내려고 합니다.

기생충 책→소아과 책→정치 책→페미니즘 책→책을 읽자는 책, 이게 2016년부터 2년간 제가 걸어온 길이고요 앞으로 쓸 책은 의학의 역사를 다룬 책, 초.중고생을 위한 일기 길잡이,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 개를 기르는 것에 관한 책 등등입니다. 소재가 굉장히 다양하죠"

『B급 정치』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52쪽 | 15,000원 (2017년 4월 7일 출간)

- 정치 칼럼을 쓰려면 이슈에 민감해야 합니다. 신문을 많이 본다든가, 주변 여론을 탐문한다든가 하는 노력도 있는가. 정치 칼럼 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어려운 점은

"과거 칼럼니스트들은 자신이 아는 고위관료나 공무원들로부터 정보를 얻어서 글을 썼어요. 그 정보가 일반인은 접근 못하는 것들이라 그 칼럼의 가치를 높여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굴러다닙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요. 그 정보들을 꿰서 한 편의 글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독서입니다. 칼럼을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얘기죠. 또한 늘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정치칼럼을 쓸 수 있으니, 종이신문을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 글쓰기를 청소년 또는 대학생들에게 권장한다면, 무슨 말씀을 들려주고 싶은가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글쓰기는 당신의 가치를 높여 줄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하세요. 저는 서른에 시작했답니다" / 정리=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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