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희 북노마드 대표 “지금은 ‘안으로 멀리 뛰는’ 글쓰기 시대”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 “지금은 ‘안으로 멀리 뛰는’ 글쓰기 시대”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09.21 11: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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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내용과 디자인이 독특한 책을 내며 출판업계에서 개성을 인정받고 있는 북노마드. 2007년부터 올해 11년째 이 출판사를 이끌고 있는 윤동희 대표는 이력이 독특하다. 지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월간미술』 기자로 글을 쓰고, 안그라픽스에서 책을 만들었다. 아름다움, 독창성을 추구하는 남다른 감성은 저기서 태동했을까. 지난해부터 북노마드를 1인 출판사로 재도약시킨 그가 글쓰기와 책 내기에 대해 가진 진솔한 생각을 털어놨다. 

- 왜 ‘글쓰기 열풍’인가 

글쓰기는 이전에도 뜨거운 관심사였다. 최근 들어 ‘나’를 확인하는 글쓰기로 모습이 달라진 것뿐이다. 입시를 위한 논술이나 직장인을 위한 기획서, 보고서 같은 실용적인 글쓰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은 ‘나’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누구나 글을 쓰고 보는 시대, 누구나 쓸 수 없는 글에 대한 애착도 커질 것이다. 여기에도 주목해야 한다.

- 최근 글쓰기 강좌도 인기다. 글 쓰는 법 강의도 하고 있는데, 누구나 배우면 글을 잘 쓸 수 있나?

글쓰기는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단지 글쓰기 수업에 몇 주 참여하고, 책 몇 권 낸다고 글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말과 글은 선천적인 DNA가 작용하는 지점이다. 결단코 글을 잘 쓰게 하는 단기 처방은 없다. 잘 쓰려고 하지 마라. 고정관념 없이 일기를 쓰듯이 자기에 대해서, 내가 본 세상에 대해서 써라. 우리는 어린 시절,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일기를 썼다. 이 시대에 맞는 글쓰기도 일기와 같다. ‘나’를 확인하는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 자존감의 글쓰기, ‘안으로 멀리 뛰는’ 그런 글쓰기의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암환자를 위한 글쓰기 특강’을 열 예정이다. 유서가 아닌, 인생을 정리하는 회고록으로서의 자기고백적인 글이 될 것이다.

- 좋은 글쓰기란 무엇일까

글쓰기의 최종 목표는 ‘나’가 되어야 한다. 자신을 아는 시작이자 끝이 글쓰기의 목적 아닐까. 다 제거하고 압축해도 내가 드러나는 글. 누가 읽어도 글 쓴 사람 누구인지 알게 되는 글. 내가 쓴 글을 알리려고 안달하지 않아도 되는 글이 좋다. 좋은 글쓰기는 글을 쓰면서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 1~2년 사이 글쓰기의 기본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주제가 ‘나의 글쓰기’로 좁혀졌다. 이미지 몇 컷에 글 몇 줄 써서 SNS로 공유하는 데서 벗어나 아날로그형 글쓰기로 복귀하는 시대, 내가 주어가 된 글쓰기 시대가 오고 있다. ‘글을 쓰고 싶다’에서 ‘글을 쓸 수 있다’로 넘어가는 시기다. 고급 글쓰기, 저급 글쓰기는 없다. 저질과 고질이 있을 뿐이다. 글 잘 쓰는 OO대 교수가 시대에 안 맞는 이데올로기를 제시하면 저질 글이다. 암 환자 할머니가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하면 맞춤법이 틀렸다 해도 고질의 글이 될 수 있다. 

- 독립출판물, 독립서점도 갈수록 많아진다.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나

‘읽는 인간’(오에 겐자부로)에서 ‘보는 인간’의 시대로 변화했다. 누구나, 모두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나누는 시대다. 언제나 동시대를 ‘다르게’ 감각하고 사유하고 표현한 세대가 세상을 이끌어왔다. 그 다른 사유 중 하나가 독립출판, 독립책방 문화다. ‘이게 과연 책이 될 수 있을까’ 싶은 것이 책이 되어 읽히고 인기를 얻는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쓰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여기에 출간 플랫폼이 가세했다. 젊은 층이 제작환경이나 주제, 맞춤법, 띄어쓰기 등에 대한 강박 없이 책을 만들고 있다. 심리적 측면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군지 몰라 불안해한다. 꿈과 실제 자신 사이의 틈이 커지면서 불안이 탄생한다. 별 일 없이 사는데도 그 이상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도 있다. 그래서 글도 쓰고 책도 내고, 독립책방도 많아지는 건 아닐까. 다만 독립서점이 개성을 잃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비슷비슷해지는 것은 문제다. 그럼에도 저성장 시대를 ‘견디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독립출판 문화는 더 확대될 것이다.

- 독립출판물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다소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문화의 흐름을 고급vs저급으로 바라보는 시대는 끝났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구분이 사라졌다. 세상에는 고급과 저급이 있는 게 아니라 오직 고질, 저질의 결과물이 있을 뿐이다. 대형 출판사가 낸 책 중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중언부언, 동어 반복하는 저질의 결과물이 있다. 반면 제도권에 들어가지 못한 결과물 중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내다보는 고질의 결과물이 있을 뿐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독립출판, 독립책방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작가들이 세대 교체되면서 내용도 달라질 것이다. 

- 북노마드 책은 내용, 판형, 디자인이 독특하다

북노마드는 시각문화, 여행, 에세이 관련 책을 내는 1인 출판사다. 우리가 사는 곳과 감성을 담은 책이 많다. 독립서점이 늘면서 독립출판물을 더 내고 있다. 서점을 다닐 때 항상 A4 용지를 들고 다닌다. 주요 매대에 있는 책들 판형을 재보고 1mm라도 다르게 내려고 노력한다. 남을 베끼고 싶지 않다.

- 북노마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나

2017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발행인과 편집인을 겸하고 있다. 이제는 내가 즐거워지는 책을 만들려고 한다. 나는 소비주의자로 살고 싶다. 고질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 나만의 독서 성향과 취향을 최대한 반영해 출판사업을 해나갈 것이다. 한국보다 앞서 저성장 시대를 견딘 일본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문화, 일본의 집요함에 감동한다. 일본의 다양한 출판물을 꾸준히 소개할 계획이다. / 정연심·이정윤 기자, 사진=정진욱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2호(2017년 9월 28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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