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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 인터뷰] 『예언』 김진명 "우리는 복수도 잊고 투쟁도 없다…한반도 전쟁은 당분간…"

기사승인 2017.09.25  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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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봄볕에 얼음장 위 떠가는 글자 하나 강물에 풀어진다. 옛 시인의 절규가 한 획 있다면 사관(史官)의 피맺힌 찬미도 한 점 있겠다.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글자 하나, 말달리던 장군의 호령이 한마디 있다면 백성의 한숨도 외마디 있겠다.

풀어진 글을 붙잡고 바람에 날리는 낱말 하나를 바늘귀에 꿰어 한땀 한땀 박고 시치미해 보자기를 만들었다. 그 보자기를 청사(靑史) 앞에 풀고 백성에 고했다. 보자기에 아로새긴 그림을 보라고, 호랑이 울음이 들리지 않느냐고, 삼천리 뻗은 족자처럼 펼쳐지는 그 기상이 당신 것이라고.

김진명 작가. 명함에 자신이 쓴 붓글씨체로 이름 석자 크게 박았다. 문인들은 명함 없는 경우가 많다.

소설가 김진명과 한참 얘기를 나누고 보니 웅혼한 느낌이 절로 들었다. 무궁화꽃이 필 때 보자더니, 그가 정말 왔다. 9월 초순이었다. 집이 제천 의림지 근처라 부지런히 차 몰고 왔다고 한다.

그에게는 아직까지 무궁화 꽃이 피어 있는 것 같다. 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말머리 삼지 않을 수 없었다. 참 많이 팔렸죠? 물음에 돌아온 답은 700만부. 24년째 팔리고 있다. 과거의 한 조각을 덜어 오늘의 나침반으로 삼고, 역사의 한 줄을 돋을새김 해 우리의 내일을 횃불처럼 밝히는 김진명의 진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 책을 엄청 많이 쓰셨어요. 힘이 대단하십니다. 글 쓰는 힘, 어떻게 설명할까요

“우리 사회와 시대를 읽는 힘이 기본이겠죠. 사회가 이렇게 가고 있으니 이런 면은 좋고, 저런 면은 저대로 가면 문제가 생기겠다. 또는, 세계는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데 장차 우리나라에선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등 세상의 흐름을 보고 읽는 능력이 좀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그를 보고 흔히들 출판계에서는 소재를 찾아내는 야수의 본능이 있다고 한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다면, 김 작가는 세상의 이슈를 쓴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의 외면적 이슈와 가치관 의식 문화 경향 같은 내면적인 이슈도 다룬다는 설명이다.

- 눈과 귀가 늘 열려 있어야겠어요. 그렇게 하시나요?
“네. 정보에 예민해요. 쏟아지는 뉴스들을 양적으로 반영하지는 않고 통일된 시각으로 이야깃거리를 잡아냅니다. 관점의 문제에요” 이 설명만으론 짐작조차 쉽지 않아 좀 캐 물었다.

소재는 단순 매스컴에서만 얻는 것은 아닌 것 같았기에. 정보원이나 믿을만한 소식통 등의 답을 기대했지만 답은 질문을 무색케 했다.

“그렇죠. 뉴스라는 것이 사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건 아니잖아요. (뉴스를) 내는 사람 입장도 있고, 광고나 홍보를 위해 내기도 하고. 역사도 마찬가지에요” 갑자기 역사로 튄다. 그의 맥락은 늘 역사에 닿아 있음을 눈치 채야 한다. 기록을 맡은 여기자의 손끝이 노트북 자판 위를 날아다니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펴냄 | 376쪽 | 14,800원

김 작가는 기록된 역사에 할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 역사 상당히 왜곡돼 있어요. 우리 민족 자체가 역사를 기록하는 것에 성실하지 못했어요.‘역사 부재’가 한국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고구려가 700년 지속됐지만 종이 한 장 남아있는 게 없어요. 세계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에도 없어요. 그러니까 중국 기록을 갖고 고구려를 보게 돼요. 중국 입장에서는 외국의 왕이니까 자세히 기록했을 리가 없죠” 김 작가는 결코 달변이랄 수 없었지만 한 문제가 나오면 집요하다.

- 『고구려』 책 앞으로 더 나오죠?
“네. 4권 남았어요. 이제 광개토대왕 써야 합니다. 쓰게 된 계기는 동북공정을 알게 된 다음이에요. 중국이 점점 커지면서 과거의 중화사상이 살아났어요.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한 거죠. 우리는 조선 500년 쓰라린 기억 있잖아요. 조선이라는 이름도 ‘낙점’ 받은 것이고. 한강의 ‘한’도 漢나라 漢이고 서울의 ‘한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왜 수도 이름을 서울로 바꿨냐고 해요”

그러면서 인기 작가들에게 화살이 날아간다. “우리 유명 작가들이 앞다퉈 『삼국지』를 번역했어요. 삼국지 배경과 같은 시대가 고구려 미천왕 때거든요. 고구려 역사를 써도 시원치 않은데 일류 작가들이 『삼국지』만 번역하고 있으니, 삼국지에 숭고한 가치관이나 위대한 가르침이 있다면 몰라요. 권모술수만 가득하거든요. 이기적이에요. 마을에 식량 모자라니까 조조가 식량 나눠주는 사람이 빼돌렸다고 모함해서 죽이잖아요. 그런 것 배우는 게 올바른 독서일까요. 우리나라 너무 삼국지에 빠져 있어요” 화두는 어느덧 우리 것, 우리 역사, 우리 글자 등 정체성 확보의 복판에 와 있었다.

“그래서 고구려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다만 ‘우리 역사니까 읽자’라고 하는 건 작가 자존심이 허락 안 해요. 그래서 ‘삼국지보다 재미있게 쓰자’는 목표를 설정했죠. 다른 소설은 빨리 쓰는 편인데, 『고구려』는 높은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드물게 나오는 겁니다. 관련 자료가 다 달라요. 다 종합해서 누구라도 수긍하는 것 쓰려면 오래 걸리죠. 학자는 자기 관점에서 하지만. 저는 중국 사료 등 모든 것을 보고 결정해야 해요”

그래서 7권이 11월에 나온다. 『삼국지』보다 많이 나가게 하는 게 목표다. 과거에는 삶의 진리가 담긴 것처럼 『삼국지』를 읽고 권했는데, 이젠 고구려다. 10권 쓰고 나서는 모든 한국인이 『고구려』를 자랑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프로모션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직 만나고자 한 목적의 책 『예언』에 대해선 말도 못 꺼냈다. 『예언』의 소재인 KAL 007 격추사건 취재는 다 어떻게 했을까. “정보가 산재돼 있긴 했지만, 모든 정보를 들여다보면 실체가 파악돼요. 예전 신문도 많이 봤어요”

그런데 『예언』에 통일교 문 선생 얘기가 많고 호의적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물었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을 쓴 이유는 KAL기와 관련된 미스터리를 해소하기 위해서였어요. 왜 소련 영공으로 들어갔는지, 지켜보던 미국이나 조종사와의 교신 내용을 파악한 일본이 왜 그대로 얘기 안 하고 비틀었는지에 대해서요. 그리고 그 왜곡된 정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사회에 경종을 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KAL기가 소련 영공으로 넘어간 이유가 뭔지 밝히려고 했어요”

이야기가 길어지자 그림까지 그리며 당시를 손바닥 안에 놓듯 설명한다. “팩트는 조종사의 잘못이에요. KAL기가 격추된 뒤 소련 당국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옐친이 한국에 전달했거든요. 다들 블랙박스에 초점을 맞췄는데 조종실 녹음 뿐 별 게 없었어요. 주목받지 않은 비행조종장치를 살펴보니 클릭이 ‘방향각’으로 가 있었어요. 자동항법이 아니었어요. 정지선에 있는 스위치를 돌리게 돼 있는데, 오른쪽으로 한 번 돌리면 INS(자동항법), 한 번 더 돌리면 방향각이에요. 조종사가 한 번 더 돌린 겁니다. 이 사소한 실수가 그런 사태를 야기했습니다. 시뮬레이션 통해서도 입증됐어요. 이 사고 이후로 보잉사가 조종장치를 바꾸었어요” 

문 선생 관련 설명이 이어진다. “KAL 사건과 공산주의 멸망 등을 취재하다 보니 ‘문선명’이 반공산주의 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외면할까 했어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대규모로 설득력 있게 ‘소련은 멸망한다’를 외쳤거든요. 1985년에 “7년 후 공산주의 멸망하고 소련 사라진다”고 말했는데 맞아 떨어졌어요. 그리고 모스크바 들어가서 고르바초프 만났어요. ‘하나님 믿어야 한다’ ‘공산주의는 틀렸다’고 말했어요. 김일성한테도 주체사상 포기하라고 했어요. 이 부분은 팩트이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독일에서도 당시의 상황을 취재한 자료가 있어요”

- 요즘 북한 미사일 발사 등 핵문제가 국제사회 발등의 불입니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 얘기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겠느냐,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겠느냐 인데, 꽤 오랫동안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서 얻을 게 없거든요. 골치 아픈 일만 생기고. 북한 핵 개발이 미국 군수산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이면을 봐야합니다. 미국의 목표는 따로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중국을 끌어들여서 무력충돌을 하고 싶어 해요. 그것에 북한을 도화선으로 이용하려는 것이고 미국이 북한 공격하면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고 개입합니다. 그러면 중국과 대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가설입니다. 어쨌든 시간 많이 흘러야 합니다. 1년 안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 가을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한 말씀…
“한 사회의 힘이 경제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 사회가 가진 가치관, 문화, 자부심이 매우 중요해요. 우리나라는 이런 것들이 너무 약해요. 이 힘을 키우는 첩경이 ‘독서’입니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돈을 아무리 벌어도 인생을 고급으로 살 수 없습니다. 특히 젊은이 여러분, 내면의 힘 키우는 데 집중하기를 바랍니다. 함께 독서의 세계로 들어갑시다”

김 작가가 인터뷰를 끝내려는 기자를 붙잡았다. “『예언』은 복수(앙갚음) 키워드 갖고 있어요. 지금 한국 사회가 비겁하게 가고 있거든요. 일본하고 우리의 관계를 보면 일본이 침략한 횟수가 770회. 왜구가 5만 명씩 잡아 가기도. 큰 역사인데 축소돼 있어요. 또 하나의 DNA는 비겁함이에요. 침략 횟수 770대 0이잖아요. 민항기가 당하고도 복수를 할 줄 모른다는 것. 앞으로는 투쟁의 시대, 국가 간 싸움의 시대입니다. 복수, 중요합니다 ”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김진명 지음 | 새움 펴냄 | 486쪽 | 13,800원

『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펴냄 | 343쪽 | 14200원

『싸드(THAAD)』       
김진명 지음 | 새움 펴냄 | 350쪽 | 14,200원

『고구려. 6: 구부의 꿈  (소수림왕)』       
김진명 지음 | 새움 펴냄 | 336쪽 | 13,800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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