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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44)] ‘사실’을 쓰게 하는 한국 대학, ‘자기 생각’을 쓰게 하는 독일 대학

기사승인 2017.09.26  11: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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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부르크대학교 교환학생 출신 조영인·윤지영·윤세영 좌담회

<독서신문>은 창간 48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대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R&E,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교환학생 출신인 조영인 군(왼쪽)과 윤세영(가운데)·윤지영 양이 독일어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독서신문] “자기 생각을 적는 글쓰기 시험이 많았어요. 한국은 생각보다는 사실 위주로 쓰게 하는 데 독일은 그렇지 않았어요”

“글쓴이 생각에 정답은 없다’는 마음으로 시험 답안을 채점하는 교수님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충분히 쉬면서 에너지를 얻고 더 생산적으로 활동하는 독일 대학생들이 부러웠습니다.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교환학생 출신인 조영인, 윤지영, 윤세영 씨를 만나 좌담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6월 30일 낮 11시, 서울시 중구 서울로 독일대사관 인근 밥집에서 좌담를 한 뒤 최근까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부족한 내용을 추가했다.

세 사람은 통역과 번역에서 출중한 실력을 갖췄으며 앞으로 한국의 독일어권 진출에 큰 역할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는 인재들이다. 이들은 2015년 2학기 함부르크대학 교환학생 시절에도 독서신문의 ‘독일 글쓰기 교육, 그 현장을 찾아서’ 기획취재에 취재원 섭외와 통역, 번역 등의 지원을 한 바 있다.

조영인 군(26)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독일어, 독일어교육학, 중국지역학을 공부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 대학원 석사과정 1학기에 재학 중이다. 윤지영 양(24)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독일어와 국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윤세영 양(22)은 부산대학교에서 독어교육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날 좌담회는 독일에서 지켜본 독일 교육의 특장점과 독일의 글쓰기 문화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 한국처럼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필기하는 방식과 달라

- 함부르크대학이 독일 대학을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특징이 있던가요?

(윤지영)=대강당에서 하는 대형 강의 포어레중(Vorlesung)이 있었습니다. 출석도 거의 안 부르는 자유로운 수업으로, 학생들 각자 배우고 싶은 내용을 알아서 챙겨야 합니다. 반면, 세미나는 출석 점검도 꼼꼼히 하고 인원도 적어서 참여를 꼭 해야 합니다.

(윤세영)= 세미나 수업에서는 토론식 수업을 하기 때문에 모든 수업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나누고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가합니다.

(조영인)=대형 강의는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과제를 낼 때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주제를 스스로 연구한다면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다른 학생들보다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대학 수업같이 교수님 말씀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필기해 과제를 작성하고 시험을 보는 방식과 다릅니다.

- 독일 대학 수업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조영인)=세미나 수업은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역시 동양인들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와 같은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이 편견을 깨기 위해서만 노력했지만, 수업을 듣다 보니 ‘수업시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얻어가는 것이 없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수업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왜 이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가?’와 같은 동기부여가 교육학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동기부여와 학습 의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수업 시수가 많던가요?

(조영인)=한국처럼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출해야 할 과제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수업 이외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해야 할 공부와 글쓰기 과제가 많습니다.

◆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발표하는 방법 배워

- 과제(보고서) 형식은 어떠했나요?

(윤지영)=‘전형적인 독일인’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이 수업에서는 발표와 에세이 형식 글쓰기를 해야 했습니다. 역시 이 수업에서도 틀에 박힌 형식이 존재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독일 학생들이 보고서를 어떻게 작성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해진 틀이 없어서 글을 쓸 때 부담 없이 편안하게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조영인)=보고서는 다양한 형태로 쓰게 했습니다. 함부르크대 한국학과의 북한영화사 수업에서는 북한 영화를 본 다음 자유롭게 평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형식이 없다 보니 오히려 당황스러웠지만, 북한 영화를 많이 알고 있어야 보고서를 내실 있게 쓸 수 있었습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하려는 교수님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윤세영)=회사나 상급학교에 올바르게 지원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Motivation Letter’를 쓰는 방법이 인상 깊었습니다. 정해진 형식은 있지만 자신의 개성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좋은 스펙이 있느냐, 얼마나 좋은 학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그곳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알리는 작업이 중요했습니다.

- 수업에서 어떤 점을 배웠나요?

(윤지영)=독일에서는 다들 발표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많이 발표합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정확하게 답을 알지 못하면 자신감이 없어서 발표를 잘 못 하는 편이었는데, 독일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정확하든 아니든 일단 의견을 자유롭게 내는 점이 좋았습니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는 이 점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글쓰기로 진행하는 시험은 어떻던가요?

(윤세영)=독일에서 자격증 시험을 칠 때 Schreiben(쓰기) 시험을 쳤습니다. 어떤 주제였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자신의 생각을 쓰라’는 질문방식이었습니다. 독일 시험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견/생각을 요구하는 글쓰기 시험이 많았습니다. 한국은 자신의 생각보다는 사실 위주로 쓰게 하는 문제가 많은데 그 점이 독일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조영인)=글쓰기로 진행하는 시험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DaF(Deutsch als Fremdsprache 외국어로서의 독일어) 수업에서는 DSH(독일대학 입학자격 어학시험) 모의고사를 종합시험으로 활용했습니다. TestDaF라는 독일 어학시험도 중간고사로 본 적이 있습니다.

(윤지영)=어학 관련 수업에서 글쓰기가 많이 요구됐는데, TestDaF라는 독일어 시험 대비반에서 쳤던 시험이 인상 깊었습니다.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해한 내에서 열심히 했더니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풀면서 틀에 박힌 글보다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글쓰기 시험은 어떻게 출제됐나요?

(윤지영)=편지 형식으로 괴테에게 그의 이론을 중심으로 질문하는 글을 쓰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전형적인 독일인’이라는 수업에서는 전반적으로 독일에 대해 느꼈던 점을 자유 주제로 쓴 적이 있습니다.

(조영인)=함부르크대 독어독문학과 수업에서 글쓰기 방식으로 시험을 쳤습니다. 독일어학개론 기말고사에서는 조음기관 사진을 주고 경구개, 연구개, 후두개 등 인체 조직의 이름을 쓰라는 단순한 문제도 출제가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한 개념에 대해 예시를 들고 구체적으로 이 개념이 어학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서술하는 문제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 글쓰기 시험의 채점 기준은 어떤가요?

(조영인)=DSH와 TestDaF 두 시험의 유형은 완전히 다르지만, 공통점은 ‘글쓴이의 생각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글쓴이가 어떤 생각을 가졌든 채점자는 문장과 문단, 글의 형식과 어법 등의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적으로 점수를 부여합니다. 개념을 얼마나 상세하고 정돈된 언어로 서술하는가가 채점 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윤지영)=저는 괴테에게 편지쓰기란 과제에서, ‘이론이 심오해서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답안을 제출했음에도 제 나름대로 글을 풀어나갔더니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교수님이 아무것도 안 쓴 것보다 저 스스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쓴 글에 높은 점수를 주셨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라면 이상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도 충분히 흥미롭고 새롭다 여기고 높은 점수를 주신 것 같습니다. 즉, 한 가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답을 인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세영)=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글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썼는지, 자신의 독창적이고 참신한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냈는지, 그것을 표현해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노력을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그것이 사실에 근거해야 하지만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을 얼마나 잘 표현해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고 느꼈습니다.

◆ 학벌 직장 같은 허울 좋은 껍데기보다 사람의 내면 중시

-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한국과 달라 인상 깊었던 점이 있나요?

(윤지영)=나이가 지긋한 학생들도 자주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 교수님인 줄 알았던 분이 알고 보니 같은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분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조영인)=우리나라에는 한 사람의 인생에 표준화된 시간이라는 게 있어 그 시간을 모두 정신없이 쫓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선 그렇지 않았습니다. 모든 청년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각자에게 맞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인뿐만 아니라 학과에서까지 학부를 늦게 졸업하는 이유가 있냐며 마치 그것이 ‘비정상’인 것 마냥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저만의 속도가 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학부를 10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에게도 주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걔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조금 늦어졌겠지 뭐, egal(상관없어)” 그리고 학력과 취업여부, 결혼여부 등으로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적 구조부터 경제상황, 교육과 직업의 형태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이런 인식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과 다른 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의 생활을 되돌아본 경험이 있나요?

(조영인)=독일에 다녀온 이후로 학벌이나 직장같이 허울 좋은 껍데기보다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독일에서 독일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나도 속물이었구나’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윤지영)=독일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보다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여유를 부린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점을 직접 느끼면서 그동안의 제 생활을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저는 독일에 갈 때까지만 해도 매년 빽빽하게 기본 계획을 짜두고 그에 최대한 맞춰 생활하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일 분들의 좀 더 여유롭지만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지는 않는, 자신에게 필요한 일은 책임감 있게 해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윤세영)=아무래도 여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시험 기간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밤샘 공부를 하곤 했는데, 독일 학생들은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꼭 쉬었습니다. 그런 ‘쉬어감’에서 힘을 얻어서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인용방법 엄격해 위키피디아를 출처로 제시하면 망신

- 독일과 한국의 글쓰기 수업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윤지영)=독일에서는 한국에서처럼 ‘글쓰기’라는 과목을 수강한 것이 아니어서 일대 일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수업 중에 글쓰기가 요구됐던 경우들을 보면 대체로 주제를 폭넓게 주셨고, 제한이 많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쓰는 기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저는 많은 다른 학생들처럼 대학 진학을 위해 논술 수업을 들었었는데, 처음에 글을 쓸 때부터 단락을 어떻게 나눠야‘만’ 하고,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만’ 전개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의 제약이 늘 존재했습니다. 게다가 이미 그러한 논술 수업에서는 자주 나오는 기출 문제와 기출 답안들이 존재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주제와 글의 종류(편지글) 정도만 정해주시고 개개인에게 맡겨줘서 즐겁게 글을 써보았습니다. 그리고 기출 답안이라는 틀에 박힌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습니다.

(조영인)=독일에서는 대학교 때부터 인용하는 법을 매우 엄격하게 가르칩니다. 우리나라같이 위키피디아를 출처로 했다가는 망신을 당합니다. 저작권과 글 쓰는 방법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일교육의 특징을 여기서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글쓰기, 특히 학술적인 글쓰기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현실과 상당히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대학은 입학하기는 쉬워도 졸업하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그리고 독일의 글쓰기 채점 방식은 글의 전개 방법이나 논리적 연결성에 중점을 두는 반면, 한국에서는 제시된 글을 읽고 글쓴이의 생각을 유추하는 방법에 더 치우쳐있음을 느꼈습니다. 독일에서는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반사회적(혐오발언금지법에 위배되는, 가령 나치 찬양이나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등)인 글이 아니라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각을 전혀 고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는 ‘논술에도 답이 있다’고 배웠고, 실제 논술고사를 출제하는 대학마다 원하는 답안의 성향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세영)=독일의 글쓰기 수업은 일단 ‘암기식’ 공부에 길들여졌던 저의 한국식 공부 방식을 바꿔줬습니다. 물론 한국의 대학교 시험도 서술형으로 문제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점수를 잘 받는 것은 결국 암기했던 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써내느냐에 달려있었습니다. 어떻게 제 생각을 창의적으로 써내느냐는 별로 중요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 독일 학생들은 창의적 글쓰기 경쟁력에 있어서 한국 학생들에 비해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나요?

(조영인)=글쓰기 실력만을 측정한 국제적 표준점수도 없으므로 교육전문가가 아닌 제가 독일 학생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독일 학생들은 창의적으로 글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한국 교육에서 서술형 평가가 많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학생들의 생각을 여전히 정답과 오답으로 나누는 평가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 대학 입시의 고질적인 문제이며 이에는 학력과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적 구조와 풍토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일은 학벌에 대한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창의력을 강조하는 글쓰기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세영)=일단 독일 학생들은 항상 무언가를 읽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학생이 다 그렇지 않겠지만 많은 학생이 항상 새로운 소식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기사와 저널을 읽고,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새로운 풍경이었습니다. 한국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는 많은 사람이 거의 휴대폰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에는 큰 지하철역마다 서점이 있고, 사람들이 책을 즐겨 읽고 주변 세상에 대한 지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창의성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풍부한 지식과 자원을 기본으로 무언가를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기본지식이 중요한데, 독일 학생들이 읽는 많은 책과 기사들은 지식의 기본 토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늘 새로운 기사를 찾아 읽는 편입니다.

◆ 창의적 글쓰기 강조하면 사회 전체에 도움된다

- 그러한 창의적 글쓰기는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요?

(윤지영)=창의적인 사고를 설득력 있고 정리된 텍스트로 풀어내는 것이 창의적인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인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창의적인 사고가 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창의적인 생각은 제약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나올 수 있으므로, 창의적인 글쓰기 능력은 사회가 전체적으로 타인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고 봅니다.

(조영인)=창의적인 글쓰기를 강조하는 교육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상당수가 4년제 혹은 2년제 대학을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대졸자만의 사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학교 졸업장을 가진 것을 마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4년제 대학을 가기 위해 정답을 쫓는 글쓰기만 하는 사람들만의 사회는, 다시 말하면 ‘난 맞고 넌 틀렸어’ 하는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렸던 삶에 있어서 ‘표준적인 속도가 있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민주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이 세계적인 강국이 된 것에는 창의적 글쓰기 교육이 분명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 독일 학생들의 대학생활에서 한국 학생들이 배울 점이 있나요?

(윤세영)=대학생활에서는 여유가 있다는 점을 배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학생활은 늘 치열하고, 바쁘고, 시험 기간에는 하루도 쉴 시간 없이 도서관에서 무언가를 외우고 공부하기에 바빴는데, 독일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너나 할 것 없이 꼭 쉬어줍니다. 그것은 번아웃(Burn Out)을 막아주고, 다시 일주일을 잘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쉼으로써 더 능동적인 에너지를 얻어서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윤지영)=여유로운 점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하게 될 때까지 탐구해서 목표를 설정하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독일 학생들은 아무리 자신이 좋아했던 것이라도 1년이든 한 달이든 공부해 보고 이것이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전공을 포기하거나 바꾸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는 물론 다른 대학으로의 이동이 자유롭고 비교적 대학이 서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대학을 빨리 졸업해서 인턴을 하고 직업을 구해서 한 사람의 사회인이 돼야 한다고 압박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조영인)=독일 학생들은 자신이 하는 전공에 목적의식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내가 이 전공을 왜 해야 하는지, 앞으로 이 전공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거시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이 수업에서 얻어가야 할 점은 무엇이며 이 수업을 듣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고찰하는 미시적인 영역까지. 한국 학생들이 ‘적성(적당한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는 것과 달리 꽤 많은 독일 학생들은 진짜 자신의 적성을 토대로 진학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목적의식이 뚜렷한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합니다. 동기부여도 잘 되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집중도와 몰입도, 학문에 대한 만족감도 높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독일 학생들의 이러한 점을 참고해 나름대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 기술자 경시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독일 발전에 기여

- 독일이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윤지영)=독일이 강대국인 이유는, 대학생 수준에서는 다들 영어를 잘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피력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기술자를 지나치게 경시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독일을 강대국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조영인)=앞서 말씀드렸던 ‘Egal(에갈)’이 비결 아닐까요? ‘상관없어’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은, 독일인들이 평소에 굉장히 많이 쓰는 구어입니다. 요즘 20~30대 사이에선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죠.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LO는 어쩌면 Egal과 그 맥락을 같이 합니다. 타인이 좋은 대학을 나왔든 대학을 나오지 않았든, 변호사이든, 굴뚝 청소를 하든, 춤을 추든, 성 소수자이든, 결혼을 하지 않았든, 대도시에 살든 소도시에 살든, 그 사람이 행복하면 그것으로 egal이라는 독일인들의 생각이 독일을 강대국으로 이끈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삶의 형태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획일화된 사회적 기준이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삶의 형태와 창의적인 생각들이 독일을 민주적으로 발전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국가주의와 전체주의에서 벗어나 독일처럼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함께 사는 사회로 발전해야 합니다.

(윤세영)=독일도 물론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연임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독일이 너무 안정적인 것에 의존하고 개혁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 또한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메르켈 총리와 그 당을 견제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자신과 같은 당원이라고 해도 비판할 것은 확실하게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와 흑백논리가 퍼져있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 “나중에 아기 낳는다면 독일서 키우고 싶다”

- 교육 측면에서 독일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윤지영)=독일 교육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학비를 거의 무료로 한다는 점입니다. 함부르크 대학교의 경우 한 학기에 50만 원가량의 돈을 내면 학생증이 나오고 이 학생증으로 함부르크 전역의 교통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됐습니다. 또한 이 학생증으로는 VHS 등에서 수업을 들을 때 50% 정도의 할인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VHS에서 학생증을 이용해 반값 할인으로 독일어 수업을 들었는데, VHS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명시된 다른 학원들에서도 일정 금액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즉, 자신이 배우고자 하면 배울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저렴하게 존재합니다. 이러한 재정적인 지원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게 해줍니다. 다른 어떤 교육의 내용적 질적 차이보다 교육비의 차이가 가장 인상 깊은 이유는 돈이 지원되지 않으면, 돈 때문에 자신이 공부하고 싶지 않고 오로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만을 공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현재 한국에서 생각해볼 만한 독일 교육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영인)=독일의 교육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글쓰기 교육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고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사는 힘을 길러주는 독일 글쓰기 교육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어느 정도 줄이고 행복지수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분명 일조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세영)=저는 독일에 살면서, 나중에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독일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자라면서, ‘믿음’, ‘신뢰’, ‘정직’과 같은 가치들 보다 어떻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경쟁’할 것인가를 먼저 배우게 됩니다. 저도 그렇게 자라왔고 독일에 오기 전에는, 아이를 낳으면 조기교육을 잘 시켜서 ‘이기는 사람’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일에 오고 나서, 2시쯤 학교를 마치고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는 고등학생들이 가족의 가치를 더 잘 알게 되는 모습, 그리고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스스로 정하면서 자립심을 기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춘 교육 방식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 교육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조영인)=교육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교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교육평가 과목을 담당하셨던 한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말씀해주셨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한 아이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입니다. ‘넌 틀렸어’, ‘넌 비정상이야’, ‘다른 애들은 벌써 이만큼 했는데, 넌 이것밖에 못해?’를 한 달만 아이에게 반복해도 그 아이는 망가지기 쉬울 것입니다” 이처럼 교육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합니다.

◆ 입시 굴레 벗어나 다양한 체험 땐 창의적 글쓰기 실력 향상

-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윤지영)=한국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한 채 좋은 학교, 취업이 잘 되는 과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전공을 선택한 저는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독일어와 국제학을 배워서 미래에 무슨 직업을 가지고 생계를 꾸려나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독일이나 타국에서는 반드시 자신의 진로에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는 경우만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전공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면 언제든지 그것을 과감하게 바꾸고, 나이가 적든 많든 공부를 하고 싶을 때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갖춰져 있습니다. 즉, 대다수는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확고하게 결정한 채로 공부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육에서도 학생들이 무의미하게 분위기에 휩쓸려서 대학에 가고, 생계를 걱정해서 공무원 시험만을 치는 이러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충분히 생각해보고 한 번 틀린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갔어도 다시 다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교육이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영인)=우리나라는 기술(공업, 미용 등)이나 예체능(춤, 노래 등)을 천대하는 풍토가 만연한 것 같습니다. 저는 ‘춤추는 걸 좋아하면 문제아고 딴따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이런 인식이 결국 창의성을 말살시키는 교육정책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제도권 교육을 철저히 받은 학생들보다, 입시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하는 이 학생들이 창의적 글쓰기 경쟁력 부문에서 오히려 월등할 것이라 믿습니다. 대한민국은 왜 아직도 성리학과 유교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요?

우리나라가 외고, 과학고, 자사고, 일반고 등으로 학교를 서열화하는 방식 또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더불어 살아가는 것, 마치 우리나라 전통 조각보와 같은 사회 형태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이고 근간입니다. 한 학급에는 변호사, 의사, 교사, 노동자, 인권운동가, 예술가 등 많은 학생들이 고루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애랑 놀면 우리 아이 질이 나빠져요’와 같은 발상은 아이를 망치는 생각입니다. 성적은 우수하지만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양성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득권 엘리트층이 부패해 국민들을 광화문으로 이끌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교육체계도 혁신적이고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뿐만 아니라 교육 민주화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윤세영)=한국의 교육에는 늘 정답이 있습니다. 중등교육기관에서는 항상 채점하기 쉬운 객관식, 단답형 주관식 문제를 만들어서 시험을 칩니다. 독일의 수능시험인 Abitur(아비투어)에서는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 채점 기준을 명확히 하는 서술형 시험을 낸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에서 이미 얼마나 글을 잘 써내느냐를 보는데, 대학교에 들어와서야 자신의 글쓰기를 시작하는 한국의 교육과는 이미 출발 선상에서 다릅니다.

◆ 창의력 무시하고 다양한 시각 차단하면 ‘폭력’

- 우리나라의 교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윤지영)=우리나라 교육이 대학 진학을 위한 정답만을 추구하지 않고 다양성을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사람이 있고 이러한 사람들 사이에 높고 낮음이 없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는, 그런 기본적인 것에 더 초점이 맞춰졌으면 합니다. 물론 학생들을 평가하기에는 한 가지 정답이 있고 그를 채점해서 줄 세우는 것이 용이하다는 것도 알지만, 그러한 학력 이외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영인)=우리나라도 열린 교육으로 점차 바뀌었으면 합니다. 창의력을 무시하는 교육은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글쓰기 교육은 줄 세우기 좋아하는 우리 어른들에게 좋은 교육일 뿐, 아이들의 다양한 시각을 차단하는 지극히 폭력적인 교육입니다. 제도와 사회가 함께 바뀌어야 교육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저도 우리나라에 이런 열린 교육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습니다. 가능하겠죠? (웃음) 함부르크 글쓰기 센터의 Dagmar Knorr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영감을 줄 뿐, 그 이상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나라의 국어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생각합니다.

전에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다가 잠시 쉬고 있었어요. 무더위에 다들 지쳐있던 와중에 제 총구 위로 잠자리 한 마리가 앉았어요. 그러자 다들 “우와!” 하는 탄성을 연발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어요. 평화, 자연, 사랑 등. 우리나라 국어교육에서였다면 ‘시적 화자의 심정을 고르시오’처럼 한 가지 답안만을 원했을 겁니다. 훈련소에서 각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를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윤세영)=우리나라도 그런 점을 바꾸기 위해서 ‘과정을 중시하는 수행평가’를 도입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성공적으로 돼서 정답이 있는 교육이 아닌 다양함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바뀌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다른 사연도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윤지영)=독일은 버스 탑승을 위한 장애인용 경사로가 설치돼 있는 등 사회적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학내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수화로 대화하는 분들의 토론회도 지나가다 목격한 적이 있었고, 아는 독일 친구 중 한 명은 목발을 사용하는 친구지만 어느 누구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합니다. 이렇게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자유롭게 활동을 하고, 그들이 눈에 띄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우리로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조영인)=제가 2017년 2월에 프로젝트 연구를 수행하러 독일에 갔을 때 들었던 ‘Das ist Berlin: Die Hymne für die Stadt (이것이 베를린이다: 도시를 위한 찬가)’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가사를 보기 좋게 의역하자면 “누가 멋있든 못생겼든 여긴 베를린이야. 슈테판이 갑자기 슈테피가 되어도(남자인 슈테판이 여자인 슈테피가 됨, 즉 성별을 바꿈) 여긴 베를린이야. 독일 출신이 아니지만 진짜 베를린 사람인 이곳은 베를린이야.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한 곳에 존재하고, 이것들이 다 함께 어떻게 공존하는지 묻는다면, 여긴 베를린이야”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면서 창의성과 역동성을 띠고 있는 독일의 정치·문화적 심장 베를린과 아주 잘 맞는 노래입니다.

베를린도 최근 물가상승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만, 문화적 다양성과 예술성, 개방성에 있어서는 그 명성이 여전합니다. 커밍아웃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베를린 옛 시장인 Klaus Wowereit(클라우스 보베라이트)는 ‘Berlin ist arm, aber sexy(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하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베를린 시민들은 베를린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아직 유효한 말입니다. 베를린의 많은 커플과 부부들이 성별이나 출신지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하고 있고, 베를린의 클럽을 전 세계인들이 꾸준하게 찾아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 시간에도 유럽과 미국의 예술가들은 베를린에 모여 각자의 예술 활동을 하고 있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베를린에 모여 창의적인 생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큰 증거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유지되는 이러한 베를린의 자유분방함과 다양성 존중은 많은 이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세영)=독일인들이 자연과 동물을 생각하는 태도 또한 저에게 큰 생각을 가져다줬습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Bio 상품들이 정말 많았고, 동물에 대한 법 또한 철저했고,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정말 많았습니다. IfD(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거의 10%가 베지테리언 또는 베건식 식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독일의 큰 정당 중 하나인 녹색당은 독일을 원전에서 해방시켰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이런 나라는 선진국이 안 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독일선 자신이 남과 얼마나 다르고 창의적인지가 최고 가치

- 독일서 겪은 재미있는 사연이 있나요?

(윤지영)=독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얼굴에 뿌리는 미스트를 사려고 했습니다. 독일어로 Mist가 ‘똥’, ‘동물 똥’의 의미를 담은 좋지 않은 뜻이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실생활에서 쓰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서 그랬는지 종업원분에게 mist를 달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종업원분이 정말 이상하게 나를 바라보셨습니다. 결국 손과 입으로 칙칙 소리를 내며 원하는 물건을 얻었으나 조금 후에 mist 뜻이 생각나서 왜 그분이 나를 이상하게 보셨는지 깨달았습니다. 나중에 독일 친구에게 말해줬더니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영인)=저희는 나름 창의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렇지 않았음을 깨달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함부르크대학교 DSH 준비 수업에서 “대학 수업에서 팀플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의견을 밝히고 이유를 서술하시오”라는 문제가 기말고사로 나왔습니다. 저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고, 의견을 전개하는 중 ‘인간의 집단지성과 윤리는 완벽하지 않다. 공산주의가 왜 실패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지영이도 저랑 비슷하게 ‘공산주의의 실패’를 적었던 것입니다. DSH 담당이셨던 Nils Bernstein 교수님이 시험지를 채점하신 뒤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시면서, 저희 둘에게 ‘너희 둘이 서로 보고 한 건 아니지?’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나름 참신한 전개라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비슷했던 것입니다. 이 일화만 가지고 우리나라 글쓰기 교육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웃픈(웃기지만 슬픈)’ 에피소드임은 분명합니다.

(윤세영)=독일은 ‘겸손함’과 ‘맞춰주는 것’에 대한 미덕을 중시하는 한국과는 정말 가치관이 다릅니다. 독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에 하나가 개성 즉, 자신만의 인격인데 남들과 다르고 얼마나 창의적인지가 최고의 가치로 꼽힙니다. 우리나라는 남들과 비슷하게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또한 남들이 칭찬할 때 그것을 겸손하게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이 한국이랑 좀 다른 반응이라서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근데 이내 적응되면서 꽤 재미있는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감이 뚜렷한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독일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윤지영)=원래 언어에 관심이 많았고 취업이 잘 되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고 싶지 않았기에 언어를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영어는 잘하는 사람은 워낙 많은 것 같아서, 다른 언어 하나를 더 배우고 싶어서 독일어를 선택했습니다. 국제학은 첫째로 고등학교 때까지 외교 쪽에 관심이 있었고, 둘째로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된다고 해 꾸준히 노력하며 영어 실력을 향상하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조영인)=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독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당장 학생의 생계부터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양육비를 부족하지 않게 제공해, 아이가 성장하는 데 무리가 없게끔 제도적으로 최대한 도와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복지도 결국 이런 보편적 복지를 추구해야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정책은 한국보다 독일이 아직 더 앞서있다고 생각했고, 그 정책들이 저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윤세영)=독어 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독일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서입니다.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빌헬름 분트에 의해 최초로 ‘심리학으로서의 심리학’이 연구도 됐기 때문입니다.

◆ 다른 가치관과 문화를 접해 보니 도전적으로 변화

-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경험한 일이 진로에 영향을 줬나요?

(윤지영)=제 진로 자체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지만, 제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제 미래를 빚어내듯이 독일에서의 생활도 저를 변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만 살았을 때와 달리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선, 가치관, 문화 등을 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접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저를 조금 더 도전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을 다녀온 뒤 자신 있게 스페인에도 4개월가량 다녀왔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그 문화권에 살아보는 것을 두려움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조영인)=독일에서 1년 6개월가량 지내면서 사회복지의 중요성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내 주요장소 및 공공기관, 대학교, 대중교통은 대부분 장애인과 노약자가 다니기 편리하게 설계돼 있었습니다. 휠체어를 탄 시민이 버스 뒷문에서 기다리자, 버스 기사님 혹은 다른 시민들이 버스 탑승을 위한 장애인용 경사로를 꺼내어 탑승을 당연하다는 듯이 도와주고 다른 승객들은 이를 기다리는 데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경북 경산시청에서 경산역 앞 한 서점의 장애인 경사로를 철거하라고 했던 사건과는 크게 대조가 되지요.

(윤세영)=처음에는 교육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었기에 교육에 대한 실상을 알 수 있는 사범대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만난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권에 따라서 다른 생활양식,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어떤 심리적인 토대를 가지고 있는지 연구하고 싶어져서 비교문화심리학을 공부하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 앞으로 어떤 일(공부)을 하고 싶나요?

(윤지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까지만 해도 막연히 외교 쪽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국제학부 수업을 들으면서 국제개발을 더 공부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국제개발이 무엇인지도 몰랐으나, 우연히 듣게 된 국제학과 수업에서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제로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에 매료됐습니다. 나와 내 나라만을 위한 것을 넘어 널리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국제개발이 여태까지 제가 관심을 두었던 그 어떤 것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한편, 독일 생활을 통해서도 많은 남미 친구들과 교류를 하게 되면서 스페인어를 배웠고 남미도 큰 잠재력을 지닌 흥미로운 곳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남미 쪽 국제개발 관련된 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국제기구에서 인턴을 해보고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조영인)=독일과 유럽연합의 다양한 복지정책도 함께 공부해, 미래에 정책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는 장애인복지와 지역사회복지에 가장 관심이 있지만, 노인복지나 인구학과 같은 분야에도 역시 관심이 있기 때문에 아직 세부전공은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 복지국가로 도약하는 데 저도 꼭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윤세영)=저는 비교문화심리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연구자이면서, 그런 분야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이 한 사건을 다른 가치관에서 생각하고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 너무 신기했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문화적 측면에서 그런 다양성을 이해하고 연구한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맥락에서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항이나 여행사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면 그런 곳에서 인턴십이나 실습을 해 보고 싶습니다. / 신향식 객원기자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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