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인 북-아트] ‘나쁜 그림’과 함께 치명적인 여성들의 비밀을 찾아서…
[포토 인 북-아트] ‘나쁜 그림’과 함께 치명적인 여성들의 비밀을 찾아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0.01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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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카바넬 '판도라', 캔버스에 유채, 70.2 x 49.2cm, 1873년, 볼티모어 월터스박물관

[독서신문] 예술을 감히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각자의 예술세계가 있는 것이기에, 기술이 뛰어난 것과 아닌 것으로 구분할 수는 있다 해도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나쁜 그림’을 제목으로 내세운 책이 나왔다.

미술평론가이자 아트테라피스트로 활동 중인 유경희 씨가 저자다. 그는 “나쁜 그림이 훨씬 더 가혹하게 나를 유혹한다”고 말한다. 그가 정의하는 ‘나쁜 그림’은 이렇다. 아름다운 그림, 화사한 그림, 만만한 그림이 아닌 치열한 그림, 치명적인 그림, 획책하는 그림들 말이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인어', 캔버스에 유채, 96.5 x 66.6cm, 1900년, 런던 로열아카데미

이 책에는 이제껏 금기시됐던, 말하기 어려웠던, 나쁜 것들로 치부됐던 주제들이 대담하게 펼쳐져 있다. 150여 점의 작품들과 함께 그리스 신화부터 현대의 삶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따라가 보며 각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도록 돕는다.

‘탐닉’ 편에서는 11세기 중세의 영국 코벤트리 시 영주 레오프릭 3세의 부인인 고디바 부인 이야기를 소개한다. 당시 과도한 세금 징수와 폭정에 시달린 백성들은 고디바 부인에게 선처를 베풀어달라고 간청했다. 어진 심성을 가진 귀부인은 여러 차례 남편에게 호소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 “세금을 내리지 않는다면 나체로 말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쥘 조제프 르페브르 '고디바 부인', 캔버스에 유채, 1890년경

남편도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끝내 고디바 부인은 거리로 나섰다. 백성들은 그녀의 뜻을 존중해 거사가 행해지는 날 어느 누구도 외출하지 않고 바깥조차 내다보지 않기로 약속한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남편은 세금을 경감했다. 이때 금기를 어긴 자가 있었으니 부인의 재단사였던 톰이다. 그는 천벌을 받아 눈이 멀었고, 그때부터 ‘훔쳐보는 톰’, ‘엿보는 톰’이라는 뜻의 ‘피핑 톰’이라는 속어가 생겨났다.

이 외에도 고혹, 죽음, 레즈비언, 노출, 매혹, 도발, 희열 등을 테마로 다수의 그림이 소개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삶과 죽음, 욕망과 광기, 사랑과 배신, 유혹과 관능, 복수와 파국 등 그림 속 ‘나쁜 여자’들의 삶을 실감나게 마주할 것이다. 예술가의 환상을 자극한, 치명적인 여성들의 비밀을 찾아내는 그 길을 함께해 보자. / 이정윤 기자

『나쁜 그림』
유경희 지음 | 매경출판 펴냄 | 33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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