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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한산성’과 ‘미스 프레지던트’

기사승인 2017.10.12  15: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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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영화 '남한산성'이 인기다. 추석 때부터 관객이 줄을 서고 있다. 김훈의 베스트셀러 소설 『남한산성』을 바탕으로 했기에 흥행 요인은 있었지만 정작 관객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있기에 인기인가. 김훈 작품을 더 읽어봐야겠다는 반응도 있고 이병헌이 나온다면 사극을 더 봐야겠다는 계층도 있는 것 같다.

나도 영화 남한산성을 봤다. “살고 싶다”는 인조(박해일)에 최명길(이병헌)은 “치욕은 견딜 수 있다”하고 “사는 길이 치욕스러운가, 죽는 길이 더 치욕스러운가”라고 김상헌(김윤석)은 말한다. 남한산성에서의 아비규환 같은 47일. 우리는 답할 수 있나. 나는 답할 수 있나. 나는 이병헌인가, 김윤석인가.

나도 소설 『남한산성』을 읽었다. 김훈의 문체는 유려하면서도 진중하고 메마르다. 의도적으로 형용사와 부사를 배제한다. 말들은 건조한 사막에 뒹구는 뼈와 같이 살점 하나 붙이지 않은 채 가파른 뜻으로 선다. 그러나 평론가에 따르면 김훈의 문체는 허무를 만날 때 가장 화사해진다. 독서신문(2015.12.9.)은 이를 두고 ‘김훈, 허무를 싣고 비극으로 가는 ‘울음 깊은 강’이라 했고 뼛속으로 땀이 흐른다고도 했다.

김훈은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누구도 동정하지 않고 변호하지도 않는다. 작가가 옹위하는 것은 바로 허무다. 현실이 갖고 있는 허무다. 김상헌이나 최명길이나 모두 추상에 갇힌 거짓 관념의 포로다. 추상과 거짓 관념에 사로잡힌 그들이 살 길을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 '남한산성'의 한 장면

그러나 공허하다. 척화파 김상헌의 말에도 하늘이 있고 땅이 있다면 주화파 최명길의 말에는 나라가 있고 백성이 있다. 말이 성안에서 들끓는 동안 성 밖은 어땠는가. 그래서 공허하다.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가 박정희 기일 10월 26일 개봉한다. 박정희·육영수 팬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은 작년 여름부터 올해 박근혜 탄핵 직후까지 이들을 따라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 속에는 박사모의 과격한 태극기 집회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은 과격함과는 거리가 멀다.

감독은 “그저 지난날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덕분이라고 감읍하면서 그 딸을 위해 태극기라도 드는 게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박정희는 잘했고 육영수는 그립다’는 정서를 공유하는 이들이 박근혜 탄핵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하고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김훈이 역사를 관조했듯이 우리도 ‘남한산성’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과거 역사를 관조하는 한가지 틀을 배웠다. 결국 살아냈음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고 있음이다.

‘미스 프레지던트’가 박근혜 탄핵을 겪으며 박정희 팬들이 혼란스러워하고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라면 ‘남한산성’ 또한 말이 부딪치고 들끓으며 혼란스럽고 명분이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도 과한 표현은 아닐 것 같다.

무너지는 것은 400년 전이나 최근에나 달라진 것이 없다. 믿음의 상실에서 오는 허무는 작동법이 옛날과 지금이 다를 뿐, 결과는 한가지다. 그냥 살아가고 살아내는 것이다. 그게 김훈이 말하는 허무이며 역사의 관조다. 냉정한 현실이다.

그리고 ‘남한산성’부터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은 것, 성 안은 왜 그렇게 시끄러운가. 여의도성(城). 국회 말이다. 김상헌은 명분이 있고 최명길은 실리가 있었다면 지금 김상헌을 자처하는 국회의원이 있을까, 최명길을 닮았다는 의원이 있을까.

독서신문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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