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남아 있는 나날』 제목 오역 시비…민음사 “제목은 저자 허락 받은 것, 오역 아니다”
노벨문학상 『남아 있는 나날』 제목 오역 시비…민음사 “제목은 저자 허락 받은 것, 오역 아니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10.18 17: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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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 있는 나날』의 제목이 오역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을 낸 출판사 민음사는 오역이 아니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편집국장, 한국언론재단 상임이사를 지낸 서옥식 씨는 11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올 노벨문학상 책제목 '남아있는 나날’은 誤譯" 이라며 “‘그날의 흔적’ 또는 ‘그날의 기억’정도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 씨는 그 근거로 “이 책의 일본어제목이 ‘그날의 잔영'이며 중국어제목은 ‘긴긴날의 남겨진 흔적'이라며 “우리 출판사들의 제목이 오역이라는 것을 당장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씨는 “번역서의 제목이 반드시 원전과 같을 필요는 없으나 이 경우도 작품의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왜곡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씨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의 이 소설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 부커상(Man Booker) 수상작이기도 하다. 제임스 아이보리(James Ivory)감독, 앤소니 홉킨스 - 엠마 톰슨 주연의 1993년 영미합작 영화 ‘The Remains of the day’ 역시 가즈오의 1989년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것인데 국내에서는 영화 제목 역시 ‘남아있는 나날’로 오역돼 있다. 이 영화는 가장 최근인 2013년 12월 7일 저녁 11시에 방영된 EBS의 ‘세계의 명화’에서도 ‘남아 있는 나날’이란 오역된 제목으로 소개됐다. 당시 EBS의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국내 신문들은 연쇄적으로 오역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The Remains of the day’의 경우, ‘남아있는 나날’로 번역할 경우 'remain'이라는 단어의 뜻도 제대로 짚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작품 내용이나 정체성(identity)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The Remains of the day’1st edition(초판) <서옥식씨 블로그 캡처>

서 씨는 이어 “가즈오의 이 작품은 브론테 자매나 제인 오스틴의 작품처럼 오리지널 영국문학의 분위기를 아주 강하게 풍긴다. ?작품의 큰 줄거리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도 못하고 자신을 희생해가며 주인을 위해 충성으로 평생을 바친 한 남자가 인생의 황혼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 만큼 ‘남아있는 나날’이란 작품의 정체성을 망가뜨리는 제목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음사 측은 “이 책을 낼 때 작가 가즈오 측과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제목 『남아 있는 나날』(송은경 옮김, 2009년 7월 13일 1쇄 펴냄)을 허락 받았기에 오역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민음사 관계자는 “원전과 다른 제목으로 출판되는 것은 출판계에선 흔한 일이고 그럴 때마다 저자와 협의를 거쳐 허락을 받는다. 원작의 작품성을 훼손시켰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책 나온 게 8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 오역 얘기가 나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민음사는 그동안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을 7권 출간한 사실상 가즈오 전문 출판사라는 평을 듣고 있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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