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될 수 있다! 허세작렬 ‘여행셀럽’
나도 될 수 있다! 허세작렬 ‘여행셀럽’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10.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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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독서신문] 이런 사람 꼭 있다. 어쩌다 간 여행지에서 본 것, 먹은 것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얘기하고,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다음에 만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얘기하고···. 길고(長) 넓은(廣) 혀(舌)로 남이 지루해할 때까지 말을 늘어놓는 장광설(長廣舌)의 대가들에게 당하고만 살았다면 역습을 가해보는 건 어떨까. 여행 얘기로 상대방을 한방에 제대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묶은 책이 나왔다.

지은이는 세계 일주를 마친 부모님 친구 딸이 커다란 사진앨범 4개를 안고 찾아왔던 기억이 있다. 어렸던 그는 다루기 쉬운 포로가 된 채 엄친딸 이야기를 여섯 번이나 들어야 했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똑같은 에피소드가 자동 반복됐다. 이 책은 그날의 끔찍한 경험에서 탄생했다.

저자는 타인의 여행담이 듣는 이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본격적으로 여행에 취해 제 멋대로 떠드는 이들의 ‘여행만취담’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어 수집한 무용담을 ‘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기술’로 재구성했다.

그는 “천 년 전 사람들이야 기사들이 여행에서 돌아오길 오매불망 기다렸지만, 지금 우리는 누가 여행에서 돌아온다고 하면 핸드폰 전원을 꺼버린다. 이제는 여행담보다 지겨운 이야기도 없다. 친구들을 괴롭히는 법을 배우고 싶은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단 몇 차례의 수업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우일

‘현지에서는 블로깅을 하라. 트위터도 좋고 인스타그램도 좋다. (...) 핸드폰 배터리 충전기는 항상 휴대하고 와이파이 존에서 24시간 이상 멀어져서는 안 된다. 온라인 상태가 되자마자 인터넷상의 모든 SNS에 당신의 여행 이야기를 ‘복사-붙여넣기’하라. (88쪽)

‘좋은 저녁이야, 케이프타운!’, ‘잘 지내지, 브라질?’ 같이 오랜 친구에게 말하듯이 지명을 부르면서 좀 더 ‘친숙하게’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댓글의 3분의 1은 사람의 얼굴에 달린다는 걸 명심하자. 8000킬로미터를 히치하이킹으로 횡단하는 동안 만난 모든 사람들의 사진을 다 올려라.‘ (99~100쪽)

‘여행에서 돌아온 첫날 저녁 식사부터 내면에 고요한 힘이 충만하다는 인상을 풍겨라. 여행지에서 보았던 태양처럼 온몸으로 환하게 빛을 발하는 법을 터득하고, 깊은 인상을 주는 발성법을 연구하라. 아시아를 여행했다면,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을 지어라. 위대하고 혁신적인 동양의 지혜를 전달할 사명을 부여받은 사람처럼 말이다.’ (115쪽)

‘직접 책을 한 권 써서 여행작가가 되자. 자비로 책을 출판하면 작가 되기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재고를 친구들 집에 분산해 쌓아놓고 지인들에게 좀 팔아달라고 간청하자. 그리고 거의 매일, 재고 처리 상황을 확인하자.’ (134~135쪽

ⓒ이우일

‘모든 것을 당신의 여행과 연관시키고 여행을 다녀온 후 당신이 느끼는 일상의 우울함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하라. 당신이 사는 곳에 있는 가장 유명한 식당에서 가장 평이 좋은 메뉴인 치킨 티카 마살라를 인도 뭄바이의 시장 거리 끄트머리에서 맛본 치킨 티카 마살라와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도대체 여기 음식은 맛이 없어서 먹기 싫다고 불평하라.’ (140~141쪽)

저자는 허세 작렬 여행자로 거듭날 수 있는 속성 비법도 공개했다.

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녹초로 만드는 방법 4단계인데 △현지인처럼 여행했다고 말하자 △여행지를 애인처럼 의인화하라. “그 도시가 나를 불렀다”라는 식으로 △전체 레퍼토리를 모조리 들려주자 △여운을 남겨라. “세계는 아직 못다 읽은 책과 같다”라고... / 정연심 기자

『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기술』
마티아스 드뷔로 지음 | 김수영 옮김 | 필로소픽 펴냄 | 152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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