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자를 위한 권리장전 : “비혼은 죄가 아니다, 선택이다!”
비혼자를 위한 권리장전 : “비혼은 죄가 아니다, 선택이다!”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10.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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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철학자 칸트는 한 여인의 청혼을 받고 7년 동안 고민했다.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7년 후 결혼을 승낙하러 여인의 집을 찾아갔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말한다. “너무 늦었습니다. 내 딸은 이미 결혼해서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으니까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명언을 남긴 키에르 케고르는 약혼했다가 파혼했다.

‘해도 후회고, 안 해도 후회니 일단 해보기나 하자’는 쪽과 ‘후회할 거 뭐하러 하냐?’는 쪽은 늘 팽팽히 맞선다. 이 가운데 한국사회에도 혼술, 혼밥을 즐기는 혼족이 늘면서 ‘비혼’이 새로운 삶의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비혼은 결혼 제도를 스스로 거부한다는 점에서 미혼이나 솔로와 다른 차별성을 확보했다. 혼자 사는 삶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여기, 비혼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책 두 권이 있다.

 

비혼자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

『선택하지 않을 자유』는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는 비혼주의자들의 입장을 담은 책이다. 비혼자는 미혼과 달리 결혼하지 않는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핵심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미혼이 ‘혼인은 원래 해야 하는 것이나 아직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므로, 보다 주체적인 의미를 담은 비혼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저자는 “요즘은 ‘평생 싱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 잘 사는 방법을 다룬 이야기는 수없이 오가지만 ‘싱글 자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간과한다”며 싱글로 잘 살기 위한 자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책에서는 비혼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알려준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노후를 위한 재테크를 꼽는다. 저축 보다 더 중요한 게 재테크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눈뜰수록 공부를 많이 할수록 좋다는 의견이다. 경제뉴스를 빠짐없이 읽고, 주말이면 재테크 관련 무료강좌를 들으며 상식을 쌓으라는 것.

이와 함께 종신연금, 질병보험, 사후 정리를 위한 사망보험, 집에서 혼자 죽는 고독사를 피하기 위한 노인 전용보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비혼인이 고려할 부분은 ‘품위 있는 죽음’이다. 유언을 미리 써놓고 거취나 장례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차분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고 봤다.

비혼자를 위한 커뮤니티 라이프도 추천한다. 저자는 남녀 모두 참여하는 열린 커뮤니티가 장기적으로 낫고, 1인 가구만 모여 사는 주거 커뮤니티도 비혼자에게 유용하다고 알려준다.

나아가 주말은 뭘 하며 보낼 건지, 늙어서까지 만날 수 있는 친구는 얼마나 되는지, 부모님은 누가 모시며 경제적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저축은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따져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결혼이라는 제도나 법적 책임보다는 커플 간 자발적인 약속과 합의, 이를 지켜나가려는 자세가 더 소중하다고 강조한다.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노력이 가치 있다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혼이든, 결혼이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야 하며, 타인의 삶에 대해 쉽게 판단 내리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한다고 전했다. 

『선택하지 않을 자유』
이선배 지음 | 허밍버드 펴냄 | 240쪽 | 13,500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결혼은 언제 할 거니?” “결혼을 해서 얼른 애를 낳아야지.” 주변 성화에 지친 이들을 위해 비혼자 우에노 지즈코와 기혼이자 엄마인 미나시타 기류가 외친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는 입담 센 두 페미니스트 사회학자가 나눈 대담을 모은 책이다. 이들은 결혼과 비혼을 둘러싼 사회와 가족관계의 변화, 저출산 문제 등에 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눴다.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며, 비혼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삶의 방식 가운데 하나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결혼하던 시대는 끝났다. 사실 모두 결혼하는 시대야말로 이상했다!”

이 책은 이성애만 정상으로 보는 결혼 제도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비혼이 증가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기존 결혼 관습에 집착하면 여성과 남성 모두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 이에 남녀 모두에게 고통만 주는 보수적인 결혼관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술 때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것, 부양하거나 돌볼 가족이 없는 것이 누구에게나 유리하며 특히 여성에게 더욱 그렇다고 주장한다. 국가와 사회가 아이의 육아 부담을 나눠지지 않는 데다 남편마저 외면하면서 아내에게만 과도한 짐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에노 지즈코는 ‘남자들에게 분노하기 전에 남자들이 장시간 노동해야만 하는 사회구조를 문제 삼아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사회구조를 논하기 전에 남편이 문제입니다. 사회구조가 문제면 남편과 같이 싸우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나아가 이 책은 결혼을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려는 국가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들은 저출산을 비혼 여성의 책임으로 모는 것은 부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를 낳는 순간 경력이 단절 되고, 육아 책임을 개인 여성에게만 지우며, 비혼모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사회가 바로 문제라는 생각이다.  

“젊은 남녀가 결혼하지 않는다, 이것이 뭐 그렇게 잘못되었는가. 결혼도 출산도 남녀의 개인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 결혼과 출산은 관습과 규범에서 오는 강제력이 없다면 줄어들 것이다.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을 견디며 사는 여자와 남자가 줄고, 사랑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줄어들 것이다. 차라리 그게 낫다.”

책은 기혼자들에게도 생각거리를 던진다. ‘당신은 온전히 자발적 의지로 결혼하고 출산했는가. 그리고 결혼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었는가?’ 이 책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결혼을 축복으로 여기든, 재앙으로 여기든, 우리 사회에 불거지고 있는 ‘기혼 대 비혼’ 문제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 정연심 기자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우에노 지즈코, 미나시타 기류 지음 | 조승미 옮김 | 동녘 펴냄 | 292쪽 | 15,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4호(2017년 10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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