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까 혼자살까] 『결혼 레시피』, 인생이라는 식탁 4대 레시피는 '희 로 애 락'
[결혼할까 혼자살까] 『결혼 레시피』, 인생이라는 식탁 4대 레시피는 '희 로 애 락'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10.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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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결혼 33년, 젊은이들에겐 특히 미혼 남녀에겐 참으로 끝이 안 보이는 까마득한 세월이다. 세월의 무게는 짐작도 못한다. 그러나 그 비슷한 연배 남녀(거의 환갑 안팎)들은 쓰고 달고 시고 매운 세월의 맛을 알고 보드라운 듯 축축하고 매끄러운 듯 거친 그 감촉을 이해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처녀총각에겐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다. 오랜 결혼생활에서 우러나오는 부부의 사랑, 애들을 키우며 느끼는 행복 등이 가정이라는 식탁의 주메뉴로 꾸며 놓았다.

물론, 부부 마찰 등이 양념처럼 배어있다. 그리고 친정 이야기나 시댁 이야기는 풍부한 파스텔 색조의 그림으로 한쪽 벽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결혼 33년차 주부 유정림은 담담한 기록자다.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처녀 총각은 빨리 결혼하고 싶을 거다. 책 『결혼 레시피』가 보장한다.

저자 유정림은 일반 부부 눈으로 봐선 유복하다. 남편이 대학 교수이고 아들 딸 자녀들은 훌륭히 장성했다. 갤러리도 있으니 부러움을 살만하다. 그러나 세월엔 앙금이 없을 수 없는 것, 그녀는 앙금을 조용히 걷어내기도 하고 먼지를 말없이 털어낸다. 그 지혜가 책갈피에 녹아 있다.

주부가 소품이라는 데 동의하는가? 젊은이들이여 잘 들어보라. “나는 튀는 역할보다는 받쳐주는 무심히 놓아둔 그런 소품이 되고 싶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소박한 꿈과 소박한 일상을 살아내다 보니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좋기만 하다. 내가 있기에 남편과 아이들이 자기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32쪽> 참으로 당당한 소품 아닌가. 내 몫 다했으면 됐지, 뭐!!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아닌 사람, 학창시절 선생님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 교육자는 제외,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맏아들도 제외. 그러나 싫어하는 세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 남자를 만날 줄이야. 그러기에 조건은 실제와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아버지 사랑이 남달랐다고 회고한다. “밀양에서 종친회를 마치고 시댁 어른들이 다들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나한테 사인을 보냈고 나는 아버님 옷이 조명을 잘 받겠어요. 춤추러 가요, 라고 해서 직계 일가친척 분들과 나이트클럽을 통째로 빌려 마음껏 춤을 췄다.

경비부담은 아버님 몫이었지만 그 정도로 며느리를 좋아하셨다. 남편과의 관계가 정말 힘들 때면 당일치기로 부산까지 가서 돌아다니다가 아버님만 만나고 올라온 적도 있다” <78쪽>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말은 남편에게도 해당될까? “사람들은 보통 남의 남편이 자상하면 부러워하면서 내 남편을 미워한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적어도 나는 남의 남편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서로에게 주어진 환경과 부부의 성격, 그 밖의 주어진 모든 것이 다른 게 결혼생활인데, 똑같은 레시피를 갖고도 다른 맛이 나오는 게 요리라는 것을 이해하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143쪽>

부부는 둘의 문제보다 자녀문제로 다투는 일이 많다. “부모 중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 하는데 그것은 엄마인 내 몫이었다. 아빠가 악역을 맡으면 아이는 아빠와의 사이가 회복되기 어렵다. 엄마는 늘 곁에 있기에 관계가 흩트러져도 금방 회복된다” <153쪽>

남편과 아내는 신뢰가 우선이다. 신뢰는 때로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논쟁을 벌여도 남편이 나를 대접해주어 인정받는 것이 엄마의 자리에서도 권위를 찾아준다.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는 ‘무직’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무한한 권한을 누리는 자리임을, 나와 우리 가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178쪽>  / 엄정권 기자

『결혼 레시피』 시작하는 부부가 알아야 할 일, 사랑, 관계의 모든 것       
유정림 지음 | 라온북 펴냄 | 260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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