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는 ‘대리인’ 아자황의 두뇌였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대리인’ 아자황의 두뇌였을지도 모른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1.09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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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를 대신해 바둑돌을 놓은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아자황

[독서신문] “앞으로 생명공학과 칩 생산기술이 성공적으로 융합하여 컴퓨터가 인공신경과 생체 칩의 형태로 실용화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육체 안에 이식된다면, 컴퓨터는 더 이상 인간과 인터페이스 관계에 있는 인간의 타자가 아니다. 미래의 컴퓨터는 이식이라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몸과 하나가 되면서 인간 내부에 침투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보다 지능적인 컴퓨터가 오히려 인간을 그 컴퓨터의 일부로 흡수하고, 결국 그 인간을 ‘포스트휴먼’으로 변신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13쪽>

포스트휴먼이 미래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간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혁명을 감당하기에는 불량한 성능을 지녀, 곧 ‘포스트휴먼’에게 밀려 역사에서 퇴출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포스트휴먼이 온다』를 쓴 이종관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1999년 12월 중앙일보가 마련한 특집 칼럼에서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당시 그는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려 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물론 17년이 지난 지금, 포스트휴먼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트휴먼이라는 존재의 출현을 주장해온 트랜스휴머니즘(‘인간’을 과학기술을 통해 인공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물질적 존재자로 간주한다)은 어느덧 착상의 단계를 지나 첨단기기들로 하나씩 구현되고 있다. 

포스트휴먼이 사는 방식은 어떠한 모습일까? “포스트휴먼은 더 이상 인간이 몸으로 사는 실재현실에서 살지 않고, 멀티미디어의 현란한 이미지가 넘쳐흐르며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의해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가상현실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인간은 선택의 여지없이 이미 현실에 숙명적으로 몸과 함께 처해 있지만, 포스트휴먼은 디지털스페이스 상에서 자기가 처할 여러 가상현실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마치 현재의 개인용 소프트웨어가 업로드나 다운로드를 통해 하드웨어를 바꿔도 기능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생체적 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62쪽>

이종관 교수는 말한다. 우리는 이미 포스트휴먼의 실체를 본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금까지 기계, 즉 도구는 사람이 다루는 ‘손 안의 존재자’였다. 그러나 그 도구는 지금 ‘뇌 속의 존재자’로 그 방식을 급격히 바꿔가고 있다.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이 벌인 바둑대결에서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알파고와 이세돌에게 주목했지만, 이 교수는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돌을 놓았던 아자황에 주목한다. “아자황은 그의 두뇌를 전혀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알파고가 그의 두뇌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무명의 아자황은 알파고로 자신의 두뇌를 대치해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겼다” 알파고는 단지 물리적으로만 아자황의 두뇌 밖에 있었을 뿐 기능적으로는 이미 아자황의 뇌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발전이 결국 포스트휴먼의 출현으로 이어진다면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의 미래를 기술주도적으로만 전망하고 실현해나가려는 편협한 사고를 타파하고, 미래 연구에 인간과 인문학을 참여시키려 한다. 

대신 한 가지만큼은 잊지 않으려 했다.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의 문제가 되어버린 인간의 미래 운명에 대한 철학적 사유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철학자나 과학자가 인간을 대상화하여 객관적 언어로 기술하면서 망각하곤 하는 사실을 기억하고자 했다. 그것은 인간이 다른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그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이정윤 기자

『포스트휴먼이 온다』         
이종관 지음 | 사월의책 펴냄 | 440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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