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터뷰] 발명특허대전 과기부장관상 수상 청원산업 유세아 대표 “차열 투수블록은 차세대 녹색기술”
[CEO 인터뷰] 발명특허대전 과기부장관상 수상 청원산업 유세아 대표 “차열 투수블록은 차세대 녹색기술”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2.0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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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보도블록 사업한지 15년 됐어요. 이제 소원 성취했어요. 앞으로 보도블록으로 이 같은 상은 다시는 받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리 청원산업의 녹색기술이 인정받았다는 게 더욱 뿌듯하고 신이 납니다” 

인터넷, 로봇, 신약 등 첨단기술이 판치는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에서 보도블록이 당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받았다. 청원산업 유세아 대표의 다소 들뜬 목소리가 소프라노로 치닫는다. 토목건축 부문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대통령상도 노려볼만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발명특허대전에서 토목건축이 대통령상을 받는다는 건 욕심이라는 게 업계 통념이다. 

11월 30일 열린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에서 과기부장관상을 수상한 유세아 청원산업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혹시 보도블록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는가. 대부분 파헤쳐지고 깨져서 눈에 거슬렸을 때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게 늘 아침저녁으로 밟고 다니는 보도블록이다. 이 사업을 15년째 해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밟을수록 기쁜 사람이 바로 유세아 대표다. 청원산업은 보도블록을 39년째 만들고 있지만 유 대표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고는 15년 됐다. 

업계에선 보도블록 제조의 전환점을 2002년 월드컵 때로 본다. 당시 보도블록은 거의 회색 시멘트 제품 일색.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행사를 치르면서 칙칙한 회색 보도블록이 전 세계 TV를 탄다는 게 정부로서는 못마땅했다. 이 틈을 비집고 고개를 내민 게 점토블록이다. 그래서 상암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점토블록을 깔았다. 그러나 점토블록은 한가지 색깔밖에 없어 다양한 색상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 

그 때 유 대표 아이디어가 번쩍했다. 점토 대신 황토다. 당시 거의 모든 업체가 시멘트 블록에 머물러 있을 때 황토 파우더를 넣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게 오늘의 과학기술부장관상에 이르는 멀고도 긴 보도블록의 첫 블록이었다. 

청원산업이 받은 녹색기술제품 확인서 등

유 대표가 회고하는 당시는 20대 중반을 막 넘긴 꽃 같은 나이. “남들은 다 소형고압블록을 만들 때 저는 발상을 완전히 바꿔서 황토투수블록을 만들었죠” 투수(透水), 즉 물빠짐이 좋다는 것. 기업인들에게 대박이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이때를 유 대표는 주저없이 대박이라 한다. “황토투수블록이 2005년 특허를 내고 대박 났습니다. 종로 송파 등 버스전용차선에 다 깔았어요” 황토 파우더는 어떤 것인가. 황토를 갈면 화장품 등에 쓰이는 정제품이 나오고 다음에 침대 등에 쓸 수 있는 제품이 나오는데, 블록에 넣는 황토 파우더는 1, 2차 슬러지를 활용한 것이다. 버리는 것을 쓴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황토의 또 하나 장점은 백토, 분홍토, 적토, 갈색토, 흑토 등이 있어 보도블록 색깔을 다양하게 낼 수 있다는 것. 

보도블록 얘기가 자꾸 어려운 데로 가는 것 같아 말머리를 돌렸다. 그 젊은 나이에 황토가 뭐고 보도블록이 뭐고 그리고 사업은 또 무엇인가. 그러나 이는 유 대표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보도블록은 과학이다. 기술이다. 나아가 이제는 녹색기술이다. 유 대표는 일찌감치 여기에 미쳤다. 

유 대표는 생명공학을 전공한 공대 출신이다. 석사 박사도 다 마친 학구파다. 그러나 사업이야 공부만으로는 안 되는 것, 무슨 비결이라도 있을까.

“저는 결론을 먼저 내놓고 대화를 합니다. 대화 목적을 분명히 합니다”. 보도블록은 지자체에서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다. 고객은 늘 공무원이다. 요즘 청렴한 공무원들은 빙빙 돌려가며 대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비결 설명이 이어진다. “고객을 만나기 전에 꼭 신문 2~3개를 보고 가요. 지면 헤드라인은 거의 다 봅니다. 그래야 세상 돌아가는 것 알고 막히지 않고 대화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정작 중요한 것은 상대방 이슈에 맞춰 대화하라는 것. 이게 노하우다. 영업비밀이다. 

보도블록의 명품이라 할 수 있는 차열블록 ‘어스쿨 블록’. 복사열을 감소시켜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할 수 있고 친환경적이며 경제성도 두루 갖추고 있다.

보도블록에도 과학이 숨어있음을 깨닫는 데는 마주 앉고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과학은 청원산업이 스스로 개척해가면서 15년 동안 보도블록끼리 맞물림 하듯이, 특허와 산업화를 맞물려 했기에 가능했고 그 바탕은 연구개발이었다고 유 대표는 말한다. 즉 ‘공부’다. 

시종 미소를 잃지 않는 유 대표 얼굴이 다시 활짝 핀다.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걸 보니 ‘한 건’ 또 터뜨릴 것 같다. 산자부 산하 기술표준원의 NEP(New Exellence Product)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 인증을 받으면 정부가 20%를 의무적으로 구매한다. “조달청우수제품 인증 받으면 우리 쪽에선 보통 연고대 갔다고 하고 NEP 받으면 서울대학 들어갔다 하죠. 우리는 이제 NEP까지 받게 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셈이죠” 이 NEP는 청원산업의 중요한 도약대가 되며 변신의 동력이 될 것 같다. 내년쯤 베일을 벗을 것 같기도 하다. 

청원산업은 2~3년 주기로 특허를 내고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번 발명대전에서 장관상을 안겨 준 작품이 바로 신제품 차열 블록이다. 열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열을 차단해 도심의 열섬 현상을 개선하고 나아가 노약자나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녹색기술의 결정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기 어렵다. 

어스쿨 블록은 일반 블록보다 훨씬 뛰어난 차열 효과를 보여 노면온도를 20% 이상 저감시킨다.

우선 도시열섬현상을 보자.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여름이면 가뜩이나 태양열에 달궈진 도심을 더욱 달구는 게 여럿 있다. 시멘트로 된 건축물, 아스팔트 도로포장, 그리고 자동차 배기가스 매연과 에어컨 등 인공열, 또 아파트 건축물의 공기 흐름 단절 등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간과한 것 하나. 보도블록이다. 결론은 차열블록으로 노면온도를 20% 이상 낮춘다는 것. 폭염 속 열섬현상으로 도심은 섭씨 40도를 오르내리고 이는 열대야, 집중호우를 부르며 기상재해를 부른다. 즉 기상재해는 뜨거운 노면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차열블록으로 노면온도를 낮춘다는 것은 기상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훌륭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폭염 사망자도 줄일 수 있게 돼 노약자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어서 친환경 녹색기술의 개가라고 할 수 있다. 

유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차열블록은 3년 걸려 개발했어요. 지금은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또 한여름도 아니라 크게 홍보하지는 않고 있어요” 제품 이름은 지구를 시원하게 한다는 ‘어스 쿨(Earth Cool) 블록’이지만 알기 쉽게 하려고 평범한 이름 ‘스톤 블록’을 썼다. 지금 차열블록(스톤 블록)으로 시공한 곳은 전국 6곳이다. 홍보는 내년 한여름이면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자료를 얼핏 보니 아스팔트가 59.4도일 때 인조화강석블록은 58.3도였고 청원산업의 차열 블록 표면온도는 46.3도를 기록했다는 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가 있다. 용인수지 생태공원에서 한 실험 결과치를 보자. 기온 34.2도에 아스팔트 노면 온도는 64.5도까지 올라갔다. 점토블록은 표면이 59.4도를 기록했고 차열블록은 49.0도였다. 

대기온도 34.5도, 습도 62%인 제주시 뙤약볕 아래에서 올해 7월 말 실험한 결과, 차열블록은 아스팔트가 67도일 때 18.4도 낮은 48.6도 수치를 보였다. 소형고압블록은 노면온도 57.5도일 때 아스팔트보다 9.5도 낮은 수치를 보이는데 그쳤다. 이쯤 되면 보도블록은 친환경 녹색기술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상장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유세아 대표

토목건축계의 ‘여걸’ 유세아는 미혼이다. 얼마 전 입대한 김수현이 이상형이라고 했다. “꼭 이상형이라기보다 그냥 좋아보인다는 거죠”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 맞추기를 피한다. 다른 아이돌에 비해 조용히 군대 가고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자기철학이 분명해 보여 호감이 간다며 설명이 구구이 길어진다. 별명 ‘돌직구’ 답지 않다. 

요즘은 기업인에게 독서는 필수다. 무슨 책을 읽나 궁금했다. “한동안 기업인 성공 에세이에 빠져 있었는데, 요즘은 역사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라며 역사는 과거를 알아 오늘을 보고 내일을 헤아리는 지혜를 주는 것임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천하는 책이 『메디치 가문 이야기』(현대지성 펴냄)다. 르네상스의 진정한 주역으로 학문과 예술을 후원하고 숭상하는 메디치 가문의 미덕은 오늘날 기업인들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평도 덧붙였다. 책이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힘이 들었다고 한다.  

유 대표는 연말 즈음이라 여기저기서 상을 받는다. 쏟아지는 축복 속에서도 초심을 잃지 말라고 늘 직원들에게 당부한다. 초심은 바로 ‘공부’다. 유 대표는 복잡한 화학기호를 곁들여 차열 보도블록을 이리저리 들고 돌려가며 설명하느라 매니큐어가 살짝 벗겨진 줄도 몰랐다. 한 쪽 벽을 빼곡하게 채운 각종 녹색기술 인증서가 오래전부터 유 대표를 호위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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