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굿즈에는 ‘훅(hook)’ 효과가 있다. 갈고리처럼 손님들을 ‘낚는’다는 뜻이다. 편의점에서 1+1 행사를 하면 그 상품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는 것처럼 굿즈를 사기 위해 서점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네서점에서 자체 제작한 굿즈는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단골손님을 만드는 효과도 낸다.
시집 서점 ‘위트앤시니컬’은 아침달 출판사와 함께 굿즈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 인기가 꽤 좋다. 가령 위트앤시니컬 오픈을 기념하며 만든 ‘140자 원고지 노트’는 반응이 좋아 ‘일상시화 원고지 노트’, ‘오은 원고지 노트’도 순차적으로 제작됐다. 손문경 아침달 대표는 “오은 원고지 노트는 시인 오은의 이름 자음을 딴 ‘ㅇㅇ’와 그의 시그니처 컬러인 주황색을 모티프로 했다”고 설명했다.
위트앤시니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굿즈는 ‘원고지 매트’다. 원고지를 모티프로 디자인 한 책상용 패브릭 매트인데 시집을 올려둘 수 있도록 여백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이 굿즈는 입소문을 타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콜라보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또, 백석, 윤동주, 김소월, 김영랑의 시 중 아름다운 문장들을 발췌해 제작한 ‘미인미가(美人美歌) 문장엽서’도 만나볼 수 있다.
상담을 통해 개개인에 맞는 책을 처방해주는 ‘사적인 서점’의 굿즈로는 책싸개와 책주머니가 있다. 책싸개는 ‘서비스’로 제공되는 굿즈인데, 손님들이 산 책을 정성스레 포장해주며 책을 읽으면 일상이 얼마나 즐거워지는지를 알려주고자 제작했다. 6개월마다 디자인이 바뀌고, 지금 제공하는 책싸개는 보르헤스의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해요’라는 캠페인 문구가 적혀 있다. 이를 갖기 위해 일부러 택배 주문을 하는 손님들도 있을 정도다.
정지혜 사적인 서점 대표는 “독서는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취향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굿즈를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연장선상으로 책 두어 권을 담을 수 있는 책주머니도 판매한다. 책을 선물할 때 별다른 포장 없이 책주머니에 담아 줄 수도 있고, 집 앞 카페나 공원에 가서 책을 읽을 때 필요한 소지품과 책을 담아서 간편하게 들고 가기도 좋다.
고양이책 전문 서점 ‘슈뢰딩거’에서는 ‘KEEP CATS AND READ BOOKS’ 문구가 쓰인 1주년 기념 에코백과 귀여운 고양이 배지, 스티커, 엽서 등을 판매한다. 이처럼 각 서점 굿즈에는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어 손님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어쩌면 굿즈 마케팅의 효과는 ‘책을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만든다’는 데 있을지도 모르겠다. / 사진=아침달·사적인 서점·슈뢰딩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