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북] 결혼의 함정과 위기 『카레라이스』
[메트로북] 결혼의 함정과 위기 『카레라이스』
  • 윤효규 기자
  • 승인 2017.12.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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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졸혼'이라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법률적인 부부관계는 유지하되 생활을 독립적으로 하는 '졸혼'은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를 비난하는 것보다 어쩌다 그러한 파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부터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카레라이스』는 '졸혼'을 이슈로 여성의 삶을 다각도로 짚어보고 있다. 단지 이혼, 졸혼이 하나의 대안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세태 속에서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지 간에 이 시대 여성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 소설은 네 여자가 출연한다. 유별나게 밥하기 싫어하는 유나, 불우한 어린 시절의 멍에를 안고 살아가는 로즈, 남편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풍선, 재혼과 자기 일에 성공한 비누다.

이들의 삶은 일반적으로 가진 것이 많으면 다들 행복하리라 믿고 동경해 마지않지만 아무리 물질적 풍요를 누려도 삶에 대한 성찰과 자아실현이 없으면 누구 못지않게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강남지역에 어울리지 않는 비루한 외모인 비누를 은근 멸시하기까지 했던 유난이 점점 비누에게 경도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화가로서의 삶을 굳건히 이뤄가는 비누의 삶이 유난에게는 하나의 전형으로 비쳤을 지도 모를 이다.

"나는 성취라는 게 없으니까. 그냥 주방에서 밥 질만 삼십 년이 훨씬 넘었지. 당신은 폼 나게 회계법인 대표까지 했지만 나는 밥장이 여편네야. 나는 너무 지겨워" 자신의 삶을 찾고 싶었던 유나의 외침이다. 가정에서 희생적 삶을 살아온 여성들의 자의식 발동을 누가 멈출 수 있겠는가?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구시대적 잔재를 걷어내고 여성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한다.

『카레라이스』
김은령 지음 | 청동거울 펴냄 | 251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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