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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종현’을 통해 본 연예인의 ‘우울한 세계’

기사승인 2017.12.20  18: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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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함 뒤에 피어난 ‘우울증’ 40% 육박

<사진제공=뉴시스>

한류스타로 이름 날린 고(故) 샤이니 종현이 지난 18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 9~10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솔로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친 바 있는 현직 한류 아이돌의 사망인만큼 그 여파가 크다. 그룹의 작사·작곡과 제작에 깊이 관여했던 종현은 다재다능한 뮤지션이었기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깊은 충격에 빠졌다. 영국 BBC, 홍콩 SCMP, 미국 대중음악 전문매체 빌보드 등 외신에서도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종현의 사인은 지난 18일 오후 4시42분 종현의 친누나가 경찰에 ‘종현이 자살하는 것 같다’고 신고한 것과 종현이 투숙한 객실에 가득 찬 연기 그리고 테이블 위 냄비에 갈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타고 있었던 정황을 보아 자살로 추정된다. 더불어 종현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던 그룹 디어클라우드의 나인이 19일 자신의 SNS에 종현의 유서를 공개했고, 유서에 “우울은 날 집어삼켰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자살의 원인이 우울증으로 보인다.

 

연기자 중 39% ‘우울증 앓아’, 40% ‘극단적 선택 생각한 적 있어‘

자살을 선택한 연예인을 돌이켜 보면 고(故) 박혜상을 포함한 이은주, 김광석, 정다빈, 박용하, 장덕, 최진실, 최진영, 안재환, 유니, 김다울, 장자연 등 수 도 없이 많다. 자살을 선택한 이유로는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배우 박진희가 2009년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석사 논문으로 발표한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 생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연기자 중 38.9%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40%는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 박진희는 과도한 사생활 노출, 악성 댓글, 불안정한 수입,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간 우울증 끝에 자살한 유명 연예인들이 있었지만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스타의 비보는 처음이라 충격이 크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고 있는 연예인들의 우울증 커밍아웃은 ‘이번은 약과야’라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한류스타의 대표주자인 빅뱅 지드래곤은 과거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있게 공연을 한 뒤 호텔에 돌아가 혼자 있으면 찾아오는 공허함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재판 중이던 탑은 지난 6월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위해 처방받은 약물을 과다 복용해 자살 시도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같은 달 AOA 초아가 밝힌 팀 탈퇴 사유 역시 불면증과 우울증이었다. EXID 하니는 Mnet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중에 심리상담사가 되어 아이돌 연습생들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美 외신, “한국 연예인 중압감 높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비판

외신이 종현의 사망을 보도하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 비판했다. 미국 뉴욕포스트 페이지식스는 19일(현지시간) "K팝스타 종현이 명백히 자살로 보이는 사망에 이르렀다.”고 전하며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비판한 점이 눈에 띈다. 페이지식스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연예인들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동료가 경쟁자이고 가장 강한 사람만 살아남는 '헝거게임'과 같은 작업 환경을 조성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가수들을 몰아붙이는 가혹한 K팝 산업”이라며 연애 금지나 식단관리 등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아이돌 성공신화와 아이돌 연습생의 딜레마(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겸임교수)’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무한 경쟁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돌로 데뷔하기 위해 데뷔 전부터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SM엔터테인먼트 전국 공개오디션의 경쟁률은 한때 8천 대 1에 이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최근 엠넷에서 방송한 ‘프로듀스101’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방송에서 혹독했던 연습생 시절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은 연습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데뷔를 한 뒤에도 압박감은 계속된다. 인기를 얻지 못하면 얻지 못하는 대로 성공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인기가 많으면 많은 대로 인기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연예인들의 우울증, 나아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살’도 연예인이 하면 유행이 된다?

종현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된 18세기 말 유럽에서 소설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 자살이 급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2008년 배우 고(故) 최진실의 사망이 사회에 베르테르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자살예방협회에 따르면 최진실이 사망한 다음날 자살자 수가 78명에 달했다. 친동생이자 배우인 최진영, 전 남편 야구 코치 조성민, 전 매니저가 자살로 그의 뒤를 따른 것도 '베르테르 효과'의 일종이다. 지난 2015년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자살사건의 18%가 유명인 사망 후 1개월 이내 집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유명인의 자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가 위험 수준에 달했다는 지적이 제기 되고 있다. 2013년 9월 보건복지부는 ‘자살 보도 권고 기준 2.0’을 발표 했으며,주요 내용은 자살 보도 최소화, 자살 관련 상세 내용 최소화 등이다.

 

연예계에 어두운 그림자, 해결책은?

종현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인해 연예인의 정신건강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연예인의 우울증 문제는 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이와 관련해 샤론정신건강연구소 박상희 소장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연예계가 굉장히 화려하지만 사실 이 사람의 마음이나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처를 주기에 여러 가지로 좀 최적화된 상태에 있다”라고 말했다.

연예계에서는 우울증 외에도 많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SBS '힐링캠프‘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김구라가 공황장애를 겪게 된 이유를 밝혔다고 연기자 장나라가 중국 진출 당시 고소공포증과 폭식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또한 연기자 김하늘이 2011년 영화 ’블라인드‘ 개봉 당시 폐소공포증을 앓았던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연예인의 웃음 뒤에 감춰진 우울은 심각한 수준이며 적절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우울증은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을 하며 그 이유로 우울증이 꼽힌다. 정신건강 전문가 집단인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는 연예인 자살예방을 위해 5대 수칙(문화 조성, 게이트키퍼 양성, 자살 징후에 대한 교육, 전문가 지원체계 점검 및 구축, 사후 개입)을 제안했다. 더불어 한방신경정신과 지하연한의원 임형택 원장은 "우울증상담치료가 우울증환자의 극복의지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활을 하며 의료진과의 상담과 가족상담 등이 치료에 큰 역할을 한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권보견 기자 mjko281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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