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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모친 승천', '돼지 관종' ··· 이래도 되나?

기사승인 2018.01.16  10: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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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미디어, 상업성 도 넘어
사회적 맥락, 타인의 감정 이해 부족이 문제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근래 '미디어'와 '기업의 광고 행태'가 가관이다. 지난 12일 ‘푸른한국닷컴’의 한 기자는 ‘박지성 모친상, 하늘로 오르는 태몽 꿈 모친 하늘로 승천’이라는 기사로 박지성 모친상 소식을 전했다. 박지성은 이날 조모상도 당했다.

<출처=푸른한국닷컴>

문제는 제목이 아니라 기사 내용이었다. 해당 기사는 “박지성 어머니 장명자 씨는 ‘용과 큰 뱀이 자신의 몸을 친친 감고 하늘로 오르는 태몽 꿈을 열 달 내내 꿨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는데 정작 본인이 빨리 하늘로 승천했다”고 했다.

‘정작 본인이 빨리 하늘로 승천했다’는 표현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 네티즌은 “초등학생도 보는 기사에 고인을 욕보이는 패드립(패륜 + 드립의 합성어로 디씨인사이드에서 태생된 단어. 부모님이나 조상과 같은 윗사람을 욕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아 놀릴 때 쓰는 말)을 써도 되냐. 기자가 정신이 빠진 것 같다”고 했고, 한 네티즌은 “기자도 사회학을 다루는 사람인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해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었다.

 

롯데푸드, 책 내용도 모른채 '83년생 돼지바'

지난 13일 롯데푸드의 인스타그램에서도 몰이해에서 비롯된 한차례 소란이 있었다. 지난해 페미니즘 인기로 5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자사 제품 ‘돼지바’ 홍보에 패러디 한 것이 문제였다.

<출처=롯데푸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은 한 여성이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83년생 돼지바’라는 제목의 책을 읽는 사진이었다. 돼지바가 출시된 해가 1983년이므로 이 사진이 아무 문제없어 보이나, 일부 네티즌들의 심기를 거스른 문제는 책 표지에 쓰인 문구였다.

책 표지에는 ‘돼지바’의 상징인 돼지 한 마리와 함께 ‘사람들이 나보고 관종(관심병 종자)이래’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원 소설 속 문장은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이다.

가족 때문에 꿈도 포기하고 직장도 포기한 김지영 씨가, 아이를 돌보며 공원에서 커피 한 잔을 하다가 근처 지나가는 직장인들에게 ‘맘충(무개념 주부)’이라고 무시당한 설움을 표현한 문장이다.

‘맘충’을 ‘관종’으로 바꾸고, 돼지 그림을 그려 넣은 패러디는 ‘관종’이라는 단어와 ‘돼지’라는 상징에 내포된 ‘페미니즘 혐오’와 이어져 논란이 커졌다. 인터넷상에서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흔히 “일부 뚱뚱한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무기로 내세워 외모적 열등감을 정당화하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환호 받으려 한다”는 논리를 편다. ‘돼지’라는 상징과 ‘관종’이라는 단어가 결합하면 일부 네티즌들에게는 페미니스트들을 조롱하는 패러디로 읽힐 여지가 충분한 콘텐츠가 된다.

롯데푸드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은 "고객 분석이나 사회적 맥락, 원본의 이해 없이 재치 있는 콘텐츠라고 착각했다니 답답하다"고 항의했다.

인스타그램에 비난이 거세지자 롯데푸드 측은 사진을 삭제하고 “베스트셀러 패러디에 집중한 나머지 책이 담고 있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보고 독서신문의 한 독자는 “남성은 여성을 이해하는 척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독자는 “『82년생 김지영』의 독자는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이 문제다. 남성 독자는 소수다. 남성의 이해를 위해 김지영의 얘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82년생 김지영의 비애

1990년대까지도 한국은 출생 성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나라였다. 김지영 씨가 태어났던 1982년에는 여아 100명당 106.8명의 남아가 태어났는데, 남아의 비율이 점차 높아져 1990년에는 116.5명이 됐다. 자연적인 출생 성비는 103명에서 107명이다.

정부에서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펼칠 때였다. 의학적 이유의 임신중절수술이 합법화된 게 이미 10년 전이었고, ‘딸’이라는 게 의학적인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성 감별과 여아 낙태가 공공연했다. 1990년대 초, 셋째아 이상 출생 성비는 남아가 여아의 두 배를 넘었다.

김지영 씨는 어른이 돼 작은 홍보대행사에 다니다 출산과 동시에 퇴사했다. 김지영 씨의 남편인 정대현 씨는 밤 12시가 다 돼 퇴근하고, 주말에도 하루 정도는 출근한다. 시댁은 부산이고, 친정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김지영 씨가 딸의 육아를 전담한다. 정지원 양은 돌이 막 지난 여름부터 단지 내 1층 가정형 어린이집에 오전 시간 동안 다닌다.

김지영 씨가 회사를 그만둔 2014년, 대한민국 기혼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결혼, 임신, 출산, 어린 자녀의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출산기 전후로 현저히 낮아지는데, 20~29세 여성의 63.9퍼센트가 경제활동에 참가하다가 30~39세에는 58퍼센트로 하락하고 40대부터 다시 66.7퍼센트로 증가한다.

출산한 여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2003년에 20퍼센트를, 2009년에야 절반을 넘었고, 여전히 열 명 중 네 명은 육아휴직 없이 일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 결혼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이미 직장을 그만두어 육아휴직 통계 표본에도 들어가지 못한 여성들도 많다. 또 2006년에 10.22퍼센트이던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꾸준히 그러나 근소하게 증가해 2014년에 18.37퍼센트가 되었다. 아직 열 명 중 두 명도 되지 않는다.

여성을 힘들게 하는 것은 출산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만 원으로 봤을 때 OECD 평균 여성 임금은 84만 4000원이고 한국의 여성 임금은 63만 3000원이다. 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 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국 중 최하위 순위를 기록해, 여성이 일하기 힘든 나라로 꼽혔다.

소개한 부분은 굉장히 단편적으로 이 외에도 훨씬 많은 ‘김지영 차별의 역사’가 책에 들어있다. 이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이 단지 소설 속 주인공인 ‘김지영 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칼을 쥔 사람에게는 책임이 따른다. 모친과 조모를 같은 날에 잃은 박지성의 슬픔과 이 시대 수많은 김지영 씨가 겪어온 비애, 그리고 자신들이 속한 사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미디어와 기업은 실패다. 자성해야 한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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