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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를 거치면서 잃어버린 것, '사라져가는 도시의 좁은 골목'

기사승인 2018.01.17  15: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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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란기의 『인문으로 만나는 도시골목여행』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우리나라는 전통시대 도시에서 근대화를 거치며 산업화 시대의 도시를 만들어왔고, 최근에는 재개발이니 재건축이니 하면서 자본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점차 인간적인 도시를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아직 인간적인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이 '도시의 좁은 골목'이다. 

<사진출처=발언미디어>

서울 종로의 '피맛길'이 그 이름을 갖게 된 데 나름의 사연이 있다. 높은 사람이 큰길을 지날 때 도성의 민초는 엎드려 조아려야 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길이라고 해 '피맛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했다고 할까. 그런 피맛길이 이제는 도심재개발 때문에 거의 사라져 버렸다. 

<사진출처=발언미디어>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면 '삼일로 창고극장'에 가고 싶다. 2003년, 삼일로에 면한 명동의 삼일로 창고극장이 폐관된다고 보도됐다. 극장이 적자 누적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이유다. 3개월 후에 재개관을 했지만, 폐관 위기는 이후 또 찾아았다. 2015년을 끝으로 삼일로 창고극장은 또다시 폐관됐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변한다지만, 세월이 흐르더라도 변하지 않았으면 싶은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 곁에서 사라진다면 너무 허무하다. 

<사진출처=발언미디어>

돈암동에 '그 남자네 집'의 박완서 집이 있다. 박완서는 『그 남자네 집』에서 자신이 살던 동네를 묘사하면서 한 목욕탕을 언급했는데, 동네 골목 안에 위치한 '신선탕'이다. 이 목욕탕은 후에 신안탕이 됐다가 언제부턴가 '신안정'이란 여관으로 바뀌었다. 

또한 박완서의 딸 호원숙 작가가 '신성탕'을 '신안탕'이라 명칭한 것처럼, 동일한 장소를 두고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사진출처=발언미디어>

북아현동에 '아현리역'이라는 철도역이 있었다. 아현리 골짜기에 마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1930년대 생긴 아현리역이 14년 만에 폐역이 됐다. 일대를 다시 찾아보니, 이 철도가 지나는 아현터널 위에는 이제 붉은 기가 많이 사라졌고 대신 빈집이 늘어났다. 

<사진출처=발언미디어>

옛날 서대문 로터리 부근 교남동 쪽으로 행촌연립이 있었다. 그 옛길은 만조천이 지나는 물길이었다. 만조천은 안산에서 시작해 교남동을 지나 서대문 로터리 부근, 서소문 밖, 서울역 뒤쪽을 흘러 용산 하구로 빠지는 천이었다. 지금은 교남동에 이른바 뉴타운 사업을 한다며 동네를 밀어버리고 높은 아파트들로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 

<사진출처=발언미디어>

예전에는 '목멱'이라 불렀던 남산의 남쪽 아랫자락에는 새말교 부근과 같은 골짜기가 많았다. 지금은 알아볼 수조차 없지만, 여전히 골짜기 능선에 가까스로 세운 집들이 가슴 조리는 풍경을 이루고 있다. '후암동에서도 지대가 높은 곳이니 아래쪽 후암동보다는 일본식 집들이 많지는 않겠지'라는 추측은 여지없이 빗나가 버렸다. 족히 100년이 넘어 보이는 집들뿐만 아니라 현대로 넘어오는 건물들과 수목들과 담장들, 이들이 이루는 풍경은 100년을 차곡차곡 쌓아 포개놓은 그대로이다. 

『인문으로 만나는 도시골목여행』
김란기 지음 | 발언미디어 펴냄 | 344쪽 | 15,400원

권보견 기자 mjko2815@readersnews.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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