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이는 여자가? 이제 모여서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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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2.13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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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 없애고 ‘공동육아’로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가사를 하는 남성은 모두 17만명으로, 기준을 새로 정립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업 육아·가사 남성은 2003년 10만 6,000명을 시작으로 2010년 16만 1,000명까지 증가했다가 2011·2012년 각각 14만 7,000명, 2013년 14만 4,000명, 2014년에는 13만명까지 감소했고 2015년 15만명으로 증가로 전환하고서 2016년 16만 1,000명, 지난해 17만명까지 늘어 가장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 증가는 ‘여성 독박육아’라는 사회 문제를 생각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경력단절 여성 인구 180만명 중 65.5%가 경력단절의 이유로 임신·출산(24.9%), 육아(32.1%), 자녀교육(4.1%), 가족돌봄(4.4%)을 꼽았다. 즉 118만명 이상의 여성이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경력단절이 된다. 이에 비하면 남성육아자 17만명은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아이는 여성이 키워야지... 강요 아직까지?

아직까지 여성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만연하다. 직업을 포기하고 아이 키우기를 사회적으로 강요받아 정신병에 걸린 소설 속 주인공 ‘82년 생 김지영’씨의 얘기는 현실이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육아휴직을 한 전국 만 20∼49세 400명(남성 200명,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2017년 11월 24일부터 12월 7일까지 온라인으로 '육아휴직 사용실태 및 욕구'를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 후 복직률은 남성이 92.5%였지만, 여성은 81.0%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육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양육에 대한 남여의 심리차이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한 신문사가 아이를 키우는 부부 15쌍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한 결과 아이 양육에 대해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남성은 73%인 데 반해 여성은 49%에 그쳤다. 아이를 돌보지 않는 남성은 육아의 귀찮음을 대체로 겪지 않기에 양육에 대해 여성보다 행복을 느끼는 반면 여성은 아이를 돌보는 귀찮음 때문에 남성보다 행복을 덜 느낀다.

이 심층 조사에서 40개월 아이를 키우는 강모(36)씨는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모든 걸 힘들게 만든다”고 했고 최모(29)씨는 “늘어진 옷 입고 집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나 자신이 불쌍하다”면서 “대학원을 휴학했는데 학업에 돌아가지 말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독서신문이 만 15세 이하 아이를 키우는 여성 15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 조사 참여자 모두 여성이 양육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의사 김모(32)씨는 “남편과 나 둘 다 의사인데 시댁에서 나만 일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우라고 한다. 차별을 강요받고 있다”고 했다. 또 직장인 채모(35)씨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홀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사회적으로 (양육에 있어서) 남성에 비해 너무 차별을 당한다”고 말했다.

 

‘독박 육아’ 기피... 저출산 문제, 국가 경제 악영향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전국 25∼39세 미혼남녀 총 1천명(남성 489명·여성 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9일 공개한 '2018 출산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4.5%가 맞벌이를 원했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응답은 18.8%를 차지했다. 자녀 출산 시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육아에 드는 시간과 노력'(38.3%), 양육비용(24.4%), '사교육비 부담'(20.4%)을 꼽았다.

아이를 낳으면 여성이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면 경력이 단절되니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출산 기피는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독박육아’ 없애고 ‘공동육아’ 활성화 해야

여성가족부가 지난 1월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제1차 가족정책포럼 - 82년생 김지영 세대 자녀돌봄과 지역공동체 역할’의 화두는 ‘공동육아’였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1인가구,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빠르게 변하고, 아동학대 등 가족 위기도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가족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정부 주도의 획일적 서비스 제공이 아닌, 공동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돌봄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엄마 혼자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돌봄을 어떻게 국가와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사회에 알리고 담론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육 전문가들도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 지역사회와 국가가 돌봄의 책임을 나누는 ‘돌봄 민주주의’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가 집을 비워서 아이를 볼 사람이 없거나,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공동육아 장소에 아이를 맡기면 된다. 아이 부모나 조부모들이 ‘공동육아팀’을 이루고, 시간표를 짜서 차례로 아이들을 돌본다.

이미 ‘공동육아’ 수요가 많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곳도 있다. 세종시는 2026년까지 ‘공동육아나눔터’를 28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엄마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맘 커뮤니티’ 상에서는 공동육아를 희망하는 부모들을 모집하는 글이 늘었다.

한 보육 전문가는 “부모들이 모여 공동육아를 하면 자연스럽게 남성의 육아 참여를 이끌 수 있고, 엄마들의 사회 참여와 개인 시간이 느는 등 삶의 질도 개선된다”며 “그러나 남성의 육아 참여는 아직 미진하다. 여성이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법은 애초에 없다. 사회적으로 남성 육아를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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