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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개헌안 통과는 “옳지 않아” 우려…

기사승인 2018.03.15  13: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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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채사장 “엘리트주의는 문제”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이 찬성률 99.7%로 통과됐다. 중국 국가주석을 2연임까지로 제한한 조항이 폐지됐으며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시진핑 사상’)이 헌법에 삽입됐다. 일각에서는 높은 찬성률과 종신집권 야욕을 지적하며 민주·법치주의의 붕괴와 1인 독재로의 회귀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찬성률로 개헌안이 통과된 적이 있다. 바로 1972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이다. 당시 유권자의 91.1%가 투표를 하고 92.2%가 찬성했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그의 책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에서 “이 절대다수의 찬성은 전혀 민심을 대변하지 못했다”며 “국민투표 한 달 전부터 비상계엄령이 선포돼 국회는 해산됐고 언론, 출판, 보도, 방송은 검열됐으며 모든 정치활동은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넘게 ‘박정희 우상화’에 길들여져 있던 국민들에게 새 헌법에 대한 일체 토론이 금지됐다”고 비판했다. 새 헌법에 따라 박정희 후보는 단독 입후보했고 체육관 선거에서 99.99%의 득표율(대의원 2,359명 전원 투표, 2,357명 찬성, 무효 2표)로 대한민국 8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6년 후, 유신헌법에 따라 다시 9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런 방식으로 완성된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한국사회에 미친 결과를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중국의 개헌안 통과를 두고 학계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군사전문가 데이비드 섐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교수는 "장기집권 추진은 권력의 개인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치 엘리트의 권력을 제한하고 규제하기 위해 세웠던 원칙이 하나둘씩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이후 중국 정치를 제도화하고자 많은 애를 썼으나,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이를 되돌리고 있다"며 "(장기집권 추진은) 중국 정치의 제도화를 퇴보시키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키신저 중국연구소의 로버트 데일리 소장은 "지식인과 지방 관료의 침묵은 정책 성공을 위해 필요한 지방 정부와 시민사회, 기업 등의 피드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천제런(陳杰人) 중국정법대학 교수는 "우리는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많은 인재가 중국 내에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며 "중국의 운명을 한 사람이나 소수에 맡기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중국 인민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초래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비판 세력의 실종과 이로 인한 정책 리스크의 확대를 꼽았다.
 

엘리트주의, 사회 전반에 문제 일으켜

베스트셀러 작가 채사장은 그의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서 “엘리트주의가 현실화 됐을 때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엘리트주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엘리트주의란 사회의 중심이 엘리트라고 보는 견해의 총칭으로, 역사적으로 등장했던 독재, 귀족제, 과두정치, 전제정치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 그 이름이 어찌 됐건 간에 소수에 의해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동일하다.

저자는 “엘리트주의, 독재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는다”고 말한다. 소수에 의한 정치는 최고 권력자를 쉽게 타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불완전하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채택되고 유지되는 것은 인류가 역사적 경험들을 통해 소수의 독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문제점과 한계를 갖는지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대와 중세의 절대군주 아래서 백성들은 노예였으며, 근현대에 등장한 독재자들, 독일의 히틀러,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 북한의 세습적 독재자들은 개인적 실책과 부패로 인해 민중을 폭력적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엘리트주의를 따르는 국가에서 소수의 권력자가 지혜롭고 현명해 대중들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해도 문제다. 저자는 “경제체제의 구분과 정치에서의 보수·진보 구분을 고려해본다면, 완벽하고 이상적인 엘리트를 선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체제로서의 엘리트주의는 명백한 한계를 갖는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특정 집단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소외되고 희생되는 집단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소외되는 정도를 줄여야 하는데 이때 충돌하는 이해 당사자들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는 절차인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상적인 개인에 의한 이상적인 독재와 엘리트 정치는 실현될 수 없다”며 “민주주의는 엘리트주의의 비현실성을 압도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엘리트주의가 현실화됐을 때,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설명했다. 그는 “(엘리트주의는) 첫째,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그것이 자본가이건 노동자이건 이익 분배에서 배제된 다른 집단의 불만을 고조시킨다. 둘째, 엘리트주의는 스스로의 완전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불만을 가진 집단을 필연적으로 억압한다. 셋째, 이런 억압을 정당화하거나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권력자는 정보를 은폐하거나 왜곡한다. 넷째, 정보의 은폐와 왜곡을 숨기기 위해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보가 사실인 양 과장해서 교육한다. 다섯째는 이러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편협한 사람들이 성인이 됐을 때 그들 스스로가 사회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한다”며 “결국 사회는 병든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개헌안이 통과된 마당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테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이든 세계 정치이든 엘리트주의가 초래할 문제점을 인지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감시해야 할 것이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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