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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원순 약속 안 지켜” 단식농성 박사훈 셔틀연대 위원장

기사승인 2018.03.19  16: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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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소개업자 기승”
“통학버스 지원센터 설치 약속이행 촉구”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서울시청 옆에는 올해 들어 어느 때보다도 서울의 시정을 규탄하는 플래카드들이 많다. 셔틀버스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과 집회, 단식 농성 때문이다.

2017년 12월 1일부터 시작된 셔틀버스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에 12월 중순경부터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11시 진행되는 집회가 더해졌고(매일 30~50명 참여), 3월 5일부터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 박사훈 위원장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셔틀버스 노동자는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로, 이들이 지금까지 제기해 왔던 문제는 회사의 지휘나 감독을 받는 등 현실적으로는 일반 근로자와 유사하게 일을 하면서도 형식상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특수고용직은 근로시간 규제가 없고, 휴게·휴가도 보장되지 않는다. 1년 이상 근무하면 받아야 할 퇴직금도 없다. 그러나 ‘특수고용’ 문제는 서울시가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말이 많았다.

셔틀연대가 서울시에 요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18일 저녁, 3월 5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박사훈 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단식 중인 천막은 서울시청 바로 옆에서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흔들렸다.

-어떤 농성을 벌이고 있으신지...

우리 셔틀 연대는 2016년 12월 29일에 박원순 서울 시장이 ‘통학버스 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불이행 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통학(셔틀)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어린이집, 학교, 학원 등에서 아이들을 싣고 다니는 버스를 말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안전·생명과 직결돼있다. 천만 미래세대의 통학 안전이 달린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도 2016년 12월 통학버스 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셔틀버스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학원, 유치원 등이기 때문에 이들의 농성은 곧 ‘아이들’과 직결돼있다. 유치원 학원 등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이 약 15만 6,000개소라고 할 때, 전국의 셔틀버스는 약 30만대로 추산할 수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교육 시설이 거의 5만여개니, 서울시 통학버스는 7만대 정도다.

-아이들의 안전 때문에 농성을 한다는 말씀이신지...

아이들의 안전만이 아니다. 근본적인 것은 ‘일자리’ 문제다. 예를 들어 버스를 가지고 있는 노동자라고 해보자. 일자리를 구하고 싶으면 상담할 곳이 없다. 그러다 보니 ‘중간불법소개업자’들이 기승을 부린다. 이들이 중간에서 셔틀버스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인데도, 서울시는 통학버스 지원센터를 설립하려하지 않는다.

-불법소개업자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씀은...

학원,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명함을 돌려 “차 필요하면 저한테 연락 주세요”라고 영업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사업자등록조차 안 한다. 원장들은 차가 필요하면 이 사람들에게 연락을 한다. 이 사람들이 셔틀버스 노동자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메시지를 보낸다. “일자리가 있으니까, 필요한 사람은 저한테 연락 하세요”라고. 그래서 연락을 하면 거의 한 달치 급여를 불법소개업자들이 ‘미리’ 가져간다. 돈을 주지 않으면 연락처를 주지 않는다. 소위, ‘불법소개업자들의 부당 중간착취’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한 달을 일해서 받은 급여가 150만원이라면, 이 150만원을 다 가져간다. 셔틀버스 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되면 가정의 생존이 위협받는다. 이러한 현실을 근절하고,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불법소개업자를 대체할 수 있는 ‘통학버스 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박사훈 원장과 다른 셔틀버스 노동자들이 꺼낸 휴대폰 화면에는 소위 ‘불법소개업자’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보통 'xx지역, 오전 x시부터 오후 x시, 급여 xx원'이라고 적힌 메시지였다. 대부분의 셔틀버스 노동자들이 이런 불법소개업자들의 메시지를 받고 있었다. 또한 그는 한 어플도 보여줬다. 이 역시 대부분의 셔틀버스 노동자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어플에는 메시지에서 볼 수 있었던 구인정보가 나와 있었다. 구인정보를 누르자 불법소개업자들의 연락처가 보였다. 그는 “불법소개업자들이 이제는 배포가 커져서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사업자등록도 안 하고, 우리를 뜯어먹고 산다. 서울만 하더라도 수십여명이다”라고 토로했다.

-불법소개업자 문제와 아이들의 안전과 연관성은...

불법소개업자들은 소개비만 받을 수 있으면 아무 차나 소개한다. 학원, 유치원 등 시설에서는 점검되지 않은 차량들을 무차별적으로 소개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매년 셔틀버스 사고로 수십명이 죽는데 국가는 사고가 나면 ‘운전자의 부주의’, ‘관리 부재’ 정도로만 언급한다.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못한다. 이러한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통학버스 지원센터를 설치해서 차가 필요한 시설과 일자리가 필요한 노동자를 연결해주는 동시에 차량 조사도 확실히 해야 한다. 또한, 셔틀버스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막상 집에 쌀이 떨어지고 가정에 지원을 못해주는데 그것이 걱정이 돼서 아이들 안전을 신경 쓸 수나 있겠나.

-불법소개업자들을 통하지 않고, 셔틀버스 노동자들이 직접 일자리를 구하면 된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그건 말도 안 된다. 마치 취업준비생들에게 각자 직접 기업에 발로 뛰어다니면서 일자리를 구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설령 노동자들이 명함을 돌리고 다닌다고 해도, 어디서 일자리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현실적으로 자기가 차 한 대 가지고서 이리 뛰고 저리 뛰기 힘들다. 아예 그런 생각을 할 엄두를 못 낸다. 운이 좋으면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얻겠지만, 대부분은 불법소개업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또다시 중간착취를 당하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제안은 무엇이었는지...

2016년 12월 29일, 박원순 시장이 바로 TF팀을 꾸려서 몇 달 내로 지원센터를 설치하자고 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다산콜센터를 통해 지원센터와 연계하도록 하자, 곧바로 가동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했지만, 그 약속이 지금까지 안 지켜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여기서 천막농성을 하게 됐고 나는 3월 5일부터, 14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그런 상황인 겁니다”라고 말하는 박사훈 위원장의 볼은 움푹 파여 있었고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는 “서울시가 미세먼지 저감 등 효과도 검증되지 않고, 직접적으로 인권과 관련 없는 부분에서는 돈을 쓰면서 왜 약자에게 무관심한지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가 셔틀노동자의 작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권이 위협받는 문제고, 미래세대 통학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에서는 아직 이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시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시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다”며 “센터를 만들려면 조례도 만들어야 하고, 담당하는 주무과도 선정을 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며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별 진척이 안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 통학버스 지원센터를 바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2017년 시의회에서 추경예산을 통해 셔틀버스 노동자들의 처우 계선을 위한 실태조사 예산을 잡았으며 셔틀버스 연대와 함께 세태조사와 토론회를 진행했다”라고 덧붙였다.

헌법 34조 제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적혀있다. 『헌법 쉽게 읽기』의 저자 김광민 변호사는 “헌법이 말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헌법재판소는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하여는 국민소득, 국가의 재정 능력과 정책 등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으로 모든 국민이 물질적인 최저생활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에 맞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행위의 지침’으로 해석하고 있다(헌재 1997. 5. 29. 94헌마33)”며 “생명만 유지하는 삶은 인간다운 삶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기본적 문화생활은 누릴 수 있어야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전국 셔틀버스 노동자들을 대표해 단식 농성을 벌이는 중인 박사훈 위원장이 겨우 생명만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셔틀버스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더 테레사의 시 「한 번에 한 사람」에는 “나는 한 사람을 붙잡는다 /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 난 4만 2,000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시구가 있다. 서울시는 가장 가까이 있는 인권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다른 그 누구의 인권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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