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박정욱 기자] 3월 21일은 춘분(春分)이다.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인 춘분은 어떤 날인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을 보자. 춘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춘분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3월6일)과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4월5일)의 중간에 있는 절기이다. 양력 3월 21일 전후, 음력 2월 무렵(올해는 2월5일)이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해 적도를 통과하는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어, 양(陽)이 정동(正東)에 음(陰)이 정서(正西)에 있어 춘분이라 한다.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이 절기를 전후해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춘경(春耕)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는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이날 조정에서 빙실(氷室)의 얼음을 내기 전에 소사(小祀)로 북방의 신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제사(사한제·司寒祭)를 올렸다. 고려시대에는 관리에게 이날 하루 휴가를 주었다는 설명도 있다.
그런데 춘분에 때 아닌 눈이 내렸다. ‘춘분 맞아? 꽃샘추위에 대설특보…낮부터 눈·비 확대’. 연합뉴스의 춘분 날씨를 알리는 기사의 제목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려 대설경보와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곳곳에서 교통통제와 제설작업이 이뤄졌고 학교 휴업 조치도 잇따랐다. 북동쪽에서 유입된 찬바람의 영향으로 기온도 뚝 떨어졌다. 지난 주 20도까지 오른 따뜻한 날씨 뒤인데다가 강풍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봄기운을 즐길 상황이 아니다.
그렇지만 춘분에 맞는 흐리고 궂은 날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을 들여다보자.
우리 조상들은 춘분의 날씨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豊凶)과 수한(水旱)을 점쳤다고 한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권15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에 의하면,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고, 이날은 어두워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해가 뜰 때 정동(正東)쪽에 푸른 구름 기운이 있으면 보리 풍년이 들고, 만약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 춘분에는 맑은 날씨보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있어야 병이 없고 풍년이 든다는 설명이다.
또 춘분에 동풍이 불면 보리값이 내리고 보리 풍년이 들며,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하며, 남풍이 불면 오월 전에는 물이 많고 오월 뒤에는 가물며,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하다고 했다. 옷깃을 여미고 집 밖, 사무실 밖에 잠깐 나가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한번쯤 살펴볼 일이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더위와 추위가 절기의 순환에 따라 변한다는 뜻이다. 제 아무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춘분이 지나면 추위도 지나간다는 것이리라. 춘분 꽃샘추위에 잔뜩 몸을 움츠릴 일은 아니다. 22일 새벽이면 비·눈은 대부분 그치고, 당분간은 맑은 날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주말에는 다시 기온이 올라간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어디 허튼소리일까. 가슴을 활짝 열고 봄기운과 봄의 향기를 즐길 준비를 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