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나는 같은 인생 여정을 밟아 나가는 나의 친구 앤에게 의지했다. 앤의 배꼽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며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릴 수가 있었고, 중학교 2학년의 잔인하고 못난 일상 속에서도 희망과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생각을 품을 수 있었다. 결국 앤은 조시 파이 같은 짜증나는 캐릭터에게 본대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어쩌면 나도 나를 못살게 굴던 비올라 구슨에게 똑같이 할 수도 있었을 터. <17쪽>
내가 『빨강머리 앤』을 처음으로 파고들었을 때, 나는 13살이었다. 나는 그보다 몇 년 전에도 이 책을 읽으려고 노력해봤지만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섬세한 언어와 무게 있는 단어들은 그 당시의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풍부하고 어려웠다. 사람들은 이 책이 어린이용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과 성인에게도 잘 맞는 책이다. 수 년 동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후에야 고아라는 연결고리를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나는 인상적이고 꿈 많은 앤에게 곧바로 친밀감을 느꼈다. <51쪽>
그래도 만일 앤이 우리에게 우정에 대해 가르쳐 주는 것이 있다면 당신이 나를 발견하고, 내가 당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일, 그런 만남을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상한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마지막 결론은 이 세상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정말 좋다는 것뿐이다. <95쪽>
“수요일에 태어난 아기는 슬픔으로 가득하대.”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아가야, 너는 아니야.” 슬픔으로 가득한 사람은 아기가 아니라 테오도라였다. 가슴 미어지는 일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 일은 그녀를 찢어놓을 것이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다른 편에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닌 그녀의 딸이 있다. <151~152쪽>
『빨강머리 앤, 나의 딸 그리고 나』
로릴리 크레이커 지음 | 강영선 옮김│경원북스 펴냄 | 344쪽 |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