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고요'…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고요'…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4.19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유럽을 중심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남녀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늘어나는 추세다. 비혼이 증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프랑스,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유럽 내 10개국의 경우 혼외출산이 전체 출산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혼외출산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프랑스로 신생아의 59.7%가 결혼하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다음으로는 불가리아·슬로베니아가 각각 58.6%, 에스토니아가 56.1%, 스웨덴이 54.9%로 집계됐다. 

이런 현상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거부감을 갖거나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인구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스타트는 지난 수십 년간 동거나 한 부모 가족 등 변형된 형태의 가족 구성이 증가하면서 결혼이 유일한 가족 구성 방법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늘어났다고 해석했다. 

'결혼 제도가 몰락하고 있다', '결혼제도의 실종이다' 등의 우려가 터져 나온다. 

◆ 비혼 늘어가는 추세… 무엇이 문제일까? 

작가 우에노 지즈코는『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에서 "한국과 일본은 여러 면에서 닮았다"며 "일본에서 일어난 사회 변화가 단시간에 응축돼 나타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일본이 겪는 저출산화·비혼화의 전철을 한국이 그대로 밟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일본은 지난 1960년대 중반 혼인율이 97%에 달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결혼하면서 '전원 결혼 사회'라고 불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구 다섯 명당 한 사람이 결혼하는 이른바 '비혼 사회'로 바뀌었다. 그 이유에 대해 우에노 작가는 "결혼하면 여자는 시간을 잃고, 남자는 돈을 잃는다"고 말했다. 여자는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는 보수적인 결혼관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고, 남자는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크다는 뜻이다. 

최근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1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앞으로 결혼을 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15%로 조사됐다. 반면 '결혼하지 않을 것 (비혼)'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15%, '비혼을 생각하나 이후 바뀔 수 있다'는 51.7%였다. 

비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는 남녀 모두 "일과 개인 생활 모두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남성은 "경제적인 부담이 커서", 여성은 "결혼 후 나를 위한 시간·비용 투자가 어려울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 가족이 준 상처… 트라우마 

가족이 준 상처나 어릴 적 겪었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결혼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극심한 가난과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을 경험한 후 가정이란 공동체에 트라우마를 지니게 된 까닭이다. 

서울 만리동에 사는 김미경(여·36)씨는 비혼주의자다. 어릴 적 가난으로 인해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을 자주 봤고, 그로 인해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 권유에 떠밀려 결혼했다가 자신과 자녀를 한평생 불행하게 하는 것보다 혼자 사는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신분석학자 마리안네 라우발트는 책 『물려받은 상처』에서 "부모 중 한명의 해결되지 않은 트라우마로 인해 아기와 애착 대상의 상호작용이 방해받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부모 자신이 겪은 학대 혹은 방치를 아이가 다시금 경험하게 하는 상황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혼과 출산이 동일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녀를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결혼을 가로막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 "결혼은 내 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내 자리를 찾는 것"

유정림 작가의 책 『결혼레시피』의 한 대목이다. 작가는 "사실 결혼 전 나는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이었다"며 "엄마가 모든 앞가림을 해주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다"고 결혼 전 모습을 설명했다. 그런 그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결혼'이었다. 

그는 "결혼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 우리 남편은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든, 그 어떤 높은 자리에 있는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다른 이들보다 나를 자랑스러워했다"며 "엄마의 자리는 '무직'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무한한 권한을 누리는 자리임을, 나와 우리 가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 근간을 이루는 가정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이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