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리아 갑스’
[칼럼] ‘코리아 갑스’
  • 독서신문
  • 승인 2018.05.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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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조선조 최고 청백리로 꼽히는 황희 정승도 ‘갑질’에선 예외가 아니다. 포악한 사위가 살인을 저질렀지만 황희가 사헌부(검찰) 등에 청을 넣고 압력을 행사해 살인사건을 무마한 적이 있다. 사위는 당대의 재상을 등에 업은 갑질이었고 황희는 권력에 대한 권력의 갑질이었다. 그렇게 갑질은 권력의 손아귀에 있었으며 권력자는 예외 없이 힘을 과시했기에 갑질의 역사는 인간과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땅콩회항’만 할 때도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그 때도 일부에서는 ‘그나마 조현아니까 그 정도’라는 알 듯 모를 듯 한 말이 돌았다. 조현민을 보니 알 것 같다. 땅콩은 물컵을 불렀고 회항 갑질은 투척이라는 폭력성 갑질에 이르렀다.

사실 ‘갑질’이라는 말은 요즘 말이다. 과거로 치면 권력형 비리, 부조리쯤 될 것이다. 박정희 시절 추방 1호는 권력형 부패였다. ‘떡고물’이 그 중 하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 부장이 ‘떡을 만지다 보면 당연히 떡고물 떨어지지 않겠냐’는 발언은 당대 권력자의 비열한 축재를 드러내기 족했다. 그러다 자본이 축적되고 재벌이 등장하면서 권력형 비리는 자본가형 비리로 대체되고 ‘금권’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된다. 그 온상에 뿌리내리고 자란 게 오늘날 가진 자의 갑질이다. 즉 과거의 ‘권력형 빽’은 자본가의 득세와 함께 ‘갑질’이라는 괴물로 변태한 것이다. 그 괴물은 폭력성을 수반하기에 ‘갑’에 ‘질’이 붙은 것이다.

2015년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 유아인은 택배기사 정웅인을 불러 야구방망이로 이른바 ‘빠따’를 친다. 정웅인을 반쯤 죽여 놓고 매값이라고 수표를 던져준다. 포스코 ‘라면 상무’도 한동안 갑질 대명사로 입에 오르내렸다. 라면이 짜다며 잡지로 승무원 머리를 때리고 기어이 라면을 3번이나 끓이게 한다. 바로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 한 글이 올라온다. “승무원이 겪었을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습니다.” 이 글을 쓴 이는 바로 ‘땅콩회항’ 장본인 조현아였다. 조현아도 잡지로 승무원을 내리치지 않았나? 이들을 다 묶으면 야구팀 하나는 될 것 같다. ‘코리아 갑스’.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팀에 괜히 미안하다.

이즈음 한 기자의 명쾌한 글이 눈길을 끈다. ‘조양호 리더십’이 붕괴를 일으킨 지점이 바로 ‘직원’이라는 것. 3세들이 경영에 나서면서 조씨 일가 리더십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며 ‘불량 리더십’이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말한다. 업무와 업무가 연결되는 지점마다 마찰음이 들리고 서로 ‘네 탓’이라고 다투고 같은 부서 안에서도 소통이 안 되고 현장의 고충은 억눌려진다. 결국 ‘까라면 까는’ 문화에 직원들은 익숙해진다. 멀쩡한 가장이 회사만 가면 노예가 되는 것이다. 기자의 분석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조양호 회장은 2015년 주총에서 자신의 퇴직금을 50% 올렸다. 2016년 그의 연봉은 66억원에 이르렀다. 지금 물러나도 퇴직금이 600억원대라고 기자는 추정했다. 대한항공 직원 월급은 대기업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이러다 모든 기업인 ‘갑’이 욕을 먹고 투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갑들은 더 많은 을들과 하루하루 힘겹게 자본주의 시장을 헤쳐 나가고 있다. 대다수 갑은 을의 땀과 눈물을 헤아리는 게 직무 1순위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갑이라 불리는 기업인들도 권력 앞에서는 오금 못 펴는 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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