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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변하는 탈북자 대우… 어정쩡한 정부 태도에 3만 탈북자 '좌불안석'

기사승인 2018.05.14  15: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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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6년 4월 중국에 위치한 북한식당(유경식당)에 근무하던 여종업원들의 집단탈출을 국가정보원이 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회의'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사건 대응 TF(전담팀)'는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국민이 국정농단세력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범죄행위에 분노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구제와 원상회복 ▲여종업원들의 북한 송환 ▲국정원 해체를 요구했다.

북한 여종업원들의 기획 탈북 의혹은 지난 10일 JTBC 시사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당시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의 지배인으로 일했던 허강일씨를 인터뷰하면서부터 일었다. 국정원을 위해서 일했다는 허씨는 애초 본인과 부인만 귀순하기로 했으나 국정원 직원이 "종업원들을 다 데리고 들어오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이 짜준 코스대로 탈북했고 여종업원 12명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따라왔다"고 폭로했다. 

인터뷰에 응한 탈북 여종업원 4명은 "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 태극기를 보고 남한행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앞서 통일부는 이들의 입국 다음 날인 2016년 4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종업원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4·13 총선 투표일을 닷새 앞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집단 탈북에 '기획 탈북'이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런 정부 입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탈북 여종업원들이) 국가정보원에 의해 납치됐다"며 지속해서 송환을 요구해왔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뤄진 지난 1월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북측은 우리측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의 조건으로 탈북 식당 종업원 송환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하지만 JTBC 보도가 나간 후 통일부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됐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몇 차례 (종업원들) 면담을 시도했는데 당사자들이 면담을 원치 않아 파악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그동안 관계기관에서 통보해주는 내용을 토대로 해서 (관련 내용을) 판단해왔다"고 사실관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탈북 여종업원의 북송 문제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을 교환하는 방식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그 문제는) 조금 진전이 되면 말하겠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진태 "북송 절대 반대… 고문받다 처형될 것"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3일 유경식당 탈북 종업원들의 송환 문제에 대해 "유경식당 종업원들은 출신 성분이 좋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요하게 북송을 요구해 왔는데 (실제 그렇게 되면) 고문을 받다 처형될 것이 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맞으러 새벽 3시에 공항에 나갔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한국인 6명을 석방하긴커녕 유경식당 종업원 13명을 북한에 되돌려 보내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2년 전에는 종업원들 자유의사로 탈북했다던 통일부가 정권이 바뀌자 180도 달라져 이들의 송환을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대한민국 통일부가 아니라 김정은 연락사무소"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혹시라도 정부가 북에 억류된 6명과 탈북종업원 13명을 맞바꾸려 한다면 이는 천인공노할 짓"이라며 "종업원들은 이미 탈북의사를 밝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데 다시 의사를 묻는 것 자체가 잔인한 일"이라고 했다. 

靑 청원 등장… '북한은 세계최악의 인권말살 국가' 

북한 종업원들의 송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란에는 이를 반대하는 10여개가 넘는 국민청원이 올랐다.

그중 지난 11일 오른 '탈북자 식당 종업원 북송검토를 중단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청원인은 "아무리 북한정권과 평화모드를 조성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인권문제"라며 "북한은 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세계 최악의 인권말살 국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탈북자와 납북자 맞교환 검토를 중단하라"며 "인간의 생명을 맞교환한다는 비인륜적 행위는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적었다. 해당 청원은 14일 오후 2시까지 1만78명이 참여했다. 

탈북 종업원들, 거주지 노출에 극도로 불안 

JTBC 방송 보도 이후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자신의 거주지가 언론에 노출된 것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방송에서 자신들의 발언 취지와 다르게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고향에 가 부모를 만나고 싶다"는 말이 '기획탈북이니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왜곡됐다는 것이다.

해당 탈북자들을 만났다는 비정부기구(NGO) 단체 관계자는 "방송사에서 자신들 주거지를 알아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며 "언제 테러를 당할지 몰라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자의 주거지는 보안사항인데 기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북자의 불안한 심경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탈북자 김태희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변을 보호해달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1997년 남한에 정착한 그는 동영상에서 "종업원들의 북송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나라고 보내지지 않을 이유가 있겠느냐"며 "절대로 스스로 북한으로 넘어갈 일이 없으며 만약 제가 북한에 끌려가서 자발적인 것처럼 기자회견을 하는 일이 생겼어도 자발적인 것이 아니니 저에 대한 구출 운동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탈북 브로커 비용… 도강(渡江)에만 인당 6000만원 

2017년 탈북해 남한에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니와 조카의 탈북을 준비하고 있다. "어딜 가든 꼭 함께하자"고 했던 어머니의 당부가 귀 언저리에 맴돌아 마음이 편치않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탈북을 돕는 브로커 비용은 몇해 사이에 크게 올라 강을 넘어 중국으로 들어가는 데만 인당 6000만원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탈북이 확실하게 보장된다면 좋겠지만 도강을 하다가 발각돼 체포될 수도, 현장에서 총살될 수도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브로커가 돈을 노리고 속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락가락하는 한국 정부의 탈북자 대우도 걱정거리이다. 현 상황에서 무사히 중국으로 들어간다 해도 남한까지 오는 긴 여정에서 한국 정부가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2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중국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강물이 녹으면서 북·중 접경 지역의 압록강변에서 지난 겨울에 사망한 북한 주민들 시신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의 한 소식통은 "최근 중국 변경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의 압록강변에서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자주 드러나고 있다"며 "탈출을 시도하다 북한 경비대에 사살된 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시신을 거두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에 중국 쪽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지린성 투먼(圖們)의 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국경에 발을 대는 자는 무조건 한국행을 기도하는 것으로 알고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탈북자는 '통일의 마중물'로, '먼저 온 통일을 이뤄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2016년 10월 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군의 날 연설에서 "북한 주민 여러분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며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고 탈북을 권유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북한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탈북자와 관련한 이야기는 자취를 감쳤다. 북한을 대하는 정부의 접근태도에 대한민국 품에 안긴 3만명의 탈북자와 탈북을 준비 중인 북한 주민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서믿음 기자 dseo@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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