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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김성태 등 숱한 정치인 테러… 이유는 ‘불신’

기사승인 2018.05.15  17: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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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폭행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은 사이에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가 지역주민에게 달걀 세례를 당하고 뺨을 맞는 등 정치인들에 대한 폭행 사건으로 소란스럽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정치인이 달걀·페인트·밀가루를 맞는 등 테러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이 테러를 자행하는 데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치인과 시민 사이의 ‘신뢰’ 부재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원희룡 후보는 14일 제2공항 건설 문제를 주제로 한 ‘2018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원 포인트 토론회’에서 지역주민에게 달걀을 맞고 얼굴을 폭행당했다. 논란이 많은 ‘제주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원 후보를 폭행한 이는 지난해 말 원 후보가 추진해 온 제2공항 설립에 반대해 42일 동안 단식 농성을 벌였다.

이는 지난 5일 김성태 원내대표가 폭행을 당한 지 9일 만이었다. 김 원내대표를 폭행한 김모(31)씨는 국회본관 앞에서‘드루킹 특검의 조건 없는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던 김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하다가 턱을 때렸다. 가해자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이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쇼’라고 비방해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14일 오전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면서 “판문점 선언부터 먼저 준비하자, 비준 먼저”라고 말했다.

정치인을 향한 이 같은 테러는 과거 숱하게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전라남도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 평화 마라톤 대회’ 개회식 중에 한 여성이 던진 달걀에 맞았다. 가해 여성은 당시 안철수 연대 팬클럽 회장으로, 경찰 조사에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당을 해체하려는 데 항의하는 의미”라고 진술했다.

정치인 테러에 있어 역대 대통령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한 커터칼 테러를 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해자 지모(50)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억울하게 형을 산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범죄를 계획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1년 민주당 고문 시절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노조 조합원들에게, 대선 후보 시절에는 연설 도중 한 시민에게 달걀을 맞았다. 그는 달걀을 맞은 후 “정치인들이 한 번씩 맞아줘야 국민 화가 풀린다”, “달걀 맞아서 일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맞겠다” 등의 말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9년 일본 방문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수속을 밟던 중 붉은 페인트가 섞인 달걀을 맞았다. 가해자 박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전 대통령이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것에 불만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8년 전남 순천 선암사 법회로 이동하던 중 ‘5·18 광주민중항쟁 청년 동지회’의 한 회원으로부터 달걀을 맞았다. 2012년에는 투표를 하러 집을 나선 전 전 대통령에게 한 시민이 달걀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테러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로 정치인과 시민 사이에 ‘신뢰가 없음’을 지적한다. 공진성 조선대 교수는 그의 논문 「테러와 테러리즘 - 정치적 폭력의 경제와 타락에 관하여」에서 시민들이 궁극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테러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저항으로서의 테러는 기존 권력에 도전하며 공개적으로 이뤄진다”며 “테러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이미 깨어진 신뢰 상태의 표현이기도 하고, 관념적으로만 이미 깨어져 있는 신뢰를 앞당겨 깨뜨리기 위한 도발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공 교수는 “기존의 권력에 의해서는 ‘테러리즘’이라고 불리며 범죄 취급을 당하지만, 저항 세력 자신들은 그것을 현재의 타락한 국가와 미래의 국가 간의 ‘선포되지 않은 전쟁’이라고 여긴다”며 “저항으로서의 테러는 공포를 유포함으로써 제삼자인 주민들이 권력의 약속을 의심케 하고, 권력이 저항적 테러 행위자를 색출하고 처벌하는 과정에서권력이 지닌 폭력적 본성을 드러내게끔 전략적으로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신뢰’”라고 글을 마쳤다.

조재형 PROne 대표 겸 브랜딩연구소장도 그의 책 『위험사회』에서 “위험사회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 두 단어는 신뢰와 분노이며 두 단어는 서로 연계돼 있다”며 “분노는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나 기관, 조직에 드러내지만 신뢰하는 사람에게 분노를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 때문에 위험이나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나 기관은 이해관계자와 시민이 분노하지 않도록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어사전에서 ‘정치(政治)’를 찾아보면 ‘여러 권력이나 집단 사이에 생기는 이해관계의 대립 등을 조정·통합하는 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해관계의 대립 등을 조정·통합하는 일’은 ‘신뢰’가 없으면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테러가 일어난 이유를 분석하고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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