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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49)] “독일에선 성적 따라 아이들 줄세우는 일 없어요”

기사승인 2018.05.21  17: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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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괴팅겐 현지 인터뷰] 조영선 하우프트슐레 영어 교사가 한국 교육에 전하는 조언①

<독서신문>은 창간 49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괴팅겐, 튀빙엔, 뮌헨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대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R&E,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독서신문] 

독일 괴팅겐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활약 중인 조영선씨

- 한국 학생: “여기(독일) 너무 이상해.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이 하나도 없어.”
- 독일 학생: “무슨 소리야? 수업시간에 왜 자?”

4월 19일(현지시간) 오후, 대학 도시로 유명한 독일 괴팅겐의 한 찻집. 중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 중인 현지 교민 조영선 씨는 독일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한국의 한 중학생이 본인 자녀와 (2년 전에)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그런데 조 씨는 자녀가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간 지 한 달 만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 독일 학생: “엄마, (한국 학교 수업 때) 몰래몰래 잠자는 거 재밌어요.”
- 조영선 씨: “…….”  
- 독일 학생:“친구들은 좋았지만 수업 시간은 많이 힘들었어요. 한 시간이 끝나고 나면 다음 교시에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또 한 시간을 (일방적으로) 설명하시는 거예요. 그러니 잠이 오더라고요. 수업 대신 그냥 자습하는 시간도 많았어요.”

조영선 씨는 자녀가 지난해 5개월간 한국의 한 일반고등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겪은 ‘교사 주도형 수업’과 ‘반복식 문제풀이 방식’에 문제제기를 했다.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다고 해서 미국 대신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보냈습니다. 자주 한국을 방문하긴 하지만 한국 학교를 다녀보면 한국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지요. 5개월간 친구들과도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그런데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을 해 주고 학생들은 그냥 듣기만 하는) 수업 시간은 무척 힘들다고 호소를 했습니다. 독일 학교로 복귀하는 날이 기다려진다면서 새벽까지 공부하는 한국 친구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하더군요.”

조 씨는 “현재 공부하기를 제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모인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물론 조 씨는 한국에서 ‘교사 주도형 수업’의 사례는 일부이고 수업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도 많을 것으로 본다고 단서를 달았다. 자신의 문제제기가 혹시라도 한국의 교사들에게 결례가 될까봐 배려한 것이다.

독일 비스바덴 딜타이 김나지움의 독일어 시간에 학생들이 발표 기회를 얻으려고 서로 손을 들고 있다.


◆ "독일에선 공부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수업시간에 잠자지 않아"

“독일에서 교생 실습을 할 때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교사가 어떻게 하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말을 줄일 수 있을까'였어요. 학생 주도형 수업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교사가 해야 할 말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조 씨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교사가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만으로 스스로 수업이 진행되도록 하는 방식을 중시한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주도적인 사람은 학생이고 교사는 그들의 배움을 돕는 존재라는 것이다.

“수업 내용을 돕기 위해 그림을 하나 보여준다고 합시다. 교사는 그냥 아무 말 없이 그림만 보여줍니다. 학생들이 그림을 보는 동안 교사는 가만히 기다립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이 스스로 손을 듭니다. 한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나면 그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름을 부릅니다. 중간에 침묵의 순간이 오면 짧은 단어나 질문을 주고 학생들이 다시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합니다.”

한국에서 사범대를 졸업한 조영선 씨는 호주 유학 시절에 만난 네덜란드의 천체물리학 연구원과 결혼한 뒤 남편 근무지를 따라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을 거쳐 8년 전 독일에 왔다. 스웨덴 거주 시절 사범대를 다시 졸업하고 1년간 중학교 영어교사로 일했다. 독일로 이주한 뒤 2016년 4월부터는 괴팅겐의 한 하우프트슐레에서 영어와 가정을 지도하고 있다. 조 씨는 한국 교육이 혁신되고 있겠지만 (자녀를 한국의 일반고에 보내보니)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교사 주도식 강의가 아직도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꺼냈다.

조영선 씨의 독일 교육 이야기를 2회로 나누어 싣는다. 1회는 독일 학교의 수업 및 평가 방식을 중심으로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직업 체험하게 하면서 진로 설계 교육"

- 독일의 중고교엔 어떤 학교들이 있나요?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면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로 나누어 진학합니다. 통합학교로 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우프트슐레를 졸업하고 직업학교로 진학을 원하면 선택의 폭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성적이 허락하는 한 10학년으로 진학해 레알슐레를 졸업할 수 있는 과정을 두었습니다. 많은 학생이 이 길을 택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학교는 졸업 뒤 바로 직장과 연결되거나 자신이 원하는 직업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집중합니다.”

- 수업 방식이 많이 다른가요?
“학교마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난이도가 김나지움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일반적인 수업 이외에 특이한 점으로는 직업상담교사가 상주한다는 겁니다. 이 분들은 학생들이 구체적인 직업군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 직업상담교사가 있군요.
“매년 직업 체험을 합니다. 5학년부터 7~8학년까지 학년에 따라 일 년에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간 학교에 가는 대신 직업 현장으로 가서 일을 해야 하는 날이 있습니다. 9학년 때는 1개월간 그렇게 합니다. 체험 이후 자신의 업무, 느낌, 배운 점 등을 자세히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제출해 점수를 부여 받습니다. 담임이 학생들의 직장을 일일이 찾아가 일하는 것도 참관하고 담당자와도 학생이 어떻게 일하는지 얘기를 나눕니다.”

- 직업체험의 날이 인상적입니다.
“직업체험의 날은 김나지움(한국의 인문계 중고교)에서도 합니다. 아이들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서 직장을 구해야 합니다. 직접 회사에서 일해 보면서, 자기한테 맞는 일, 맞지 않는 일을 판별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7학년 때 상점에서 일주일간 상품 진열을 돕던 제 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상점에서 평생 진열만 하는 일은 못하겠다는 겁니다.”


◆ "독일에선 수업의 주인이 교사가 아니라 학생"

- 한국과 독일 교육의 차이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수업의 주인이 다르지 않은가 생각해요. 독일에서 수업시간에 주도적인 사람은 학생입니다. 교사는 그들의 배움을 돕는 사람입니다.”

- 수업을 어떤 식으로 기획합니까?
“수준을 상중하로 나누어 수업 자료를 준비해요. 학생 간 편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기본 수업은 중간 수준에 맞추고, 수준이 높은 학생에게는 난이도가 높은 추가 과제를 줍니다.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자료를 담은 과제나 난이도가 낮은 과제를 준비합니다. 영화, 동영상, 노래 등을 많이 제공하고 다양한 대화를 연습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 놓습니다. 가급적 말하기(토론) 연습을 많이 하게 합니다.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발표 기회를 끊임없이 줍니다.”

- 빨리 따라가는 학생도 있지 않을까요?
“그들을 위해 추가 자료를 준비합니다. 천천히 하는 학생들이 끝날 때까지 빨리 하는 학생들이 기다리면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죠.”

- 과목별로 교과서가 따로 있나요? 
“다양한 출판사의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교재를 학교 재량으로 선정합니다. 교사들이 과목별로 함께 모여 여러 출판사에 책을 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 책이 도착하면 그것을 점검하여 교과서를 선정합니다. 때로는 출판사의 책 소개 세미나에 참석한 뒤 학생들과 교사들의 필요에 가장 맞는 책을 고릅니다. 그 외에도 교사 재량으로 다양한 자료를 구해서 보충합니다.”

독일 비스바덴에 있는 딜타이 김나지움의 한 학생이 독일어 시간에 글을 쓰는 모습


◆ "과열 경쟁 대신 오히려 친구들 과제 도와주는 문화"

- 평가는 어떻게 하나요?
“최종 성적은 말하기 60%, 필기시험 40%로 구성합니다. 말하기에는 말하기 시험뿐 아니라 대화연습, 과제연구(프로젝트) 발표, 발표 참여도 등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학습태도가 필기시험보다 더 중요합니다. 필기시험에서 100점을 받아도 수업 참여도가 낮으면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습니다.”

- 발표 구술 시험도 중요하다면서요?
“아비투어(고등학교 졸업시험)와 내신에 모두 구술시험이 있습니다. 암기 시간은 한국에 비해 아주 적은 편입니다. 구술시험은 학생 한 명 당 교사 두 명이 배정되어 채점을 합니다. 질문을 받으면 공부한 내용을 요약하여 발표한 뒤 자기 생각을 밝히는 시험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발표 시간을 학생 한 명당 10~15분 정도 배당합니다. 학생들은 혼자 공부하는 것 외에도 같이 앉아서 자신들이 아는 것을 서로 말하고 보충해 주고 고쳐 주면서 함께 시험을 준비합니다.”

- 평가를 공정하게 하겠지요? 
“(객관식 문제의 답안을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무리 없이 채점합니다. 채점기준이 자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합니다.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하는지, 각 내용 당 몇점이 배정되는지 기준표에 맞춰 채점하거든요. 교사 두 명이 부여한 점수를 비교하여 평균을 냅니다.”

- 평가 기준에 관해서도 말씀해 주시지요.
“성적으로는 1에서 6점까지 부여합니다. 1점이 제일 잘한 거고 5점이면 낙제입니다. 성적이 나쁘면 같은 학년을 한 번 더 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1점이면 아주 잘 한 겁니다. 1점 받은 아이 중에 누가 더 잘했는지 차등을 두지는 않습니다. 물론 1점도 1+, 1, 1-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최종 성적표에는 그냥 1점으로 기록합니다.”

- 비슷한 점수대 학생들을 억지로 줄 세우는 일은 없겠군요.
“점수가 비슷한 학생들이 무척 많겠죠. 하지만 문제를 하나 더 틀려서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지는 일은 없어요. 과열 경쟁이 없는 겁니다. 오히려 경쟁보다는 서로 친구의 탐구주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주면서 도와주는 일이 많습니다. 정말 흐뭇한 일이지요. 친구를 경쟁자로 보는 게 아닙니다.”

- 채점 결과에 불만을 표하진 않나요?
“개인적으로 그런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극성 학부형들이 밀집한 학교에서는 불만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하면 학교에서 채점과정에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해 줘야 합니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변호사까지 사서 이의를 제기하는 학부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흔한 사례는 아니겠죠.”

- 채점 관련 사례를 더 들려 주세요.
“얼마 전 저랑 교생실습을 같이 한 독일친구가 교사가 되기 위한 최종 국가고시에서 떨어졌어요. 시험 결과에 부당함을 느끼고 친구는 변호사를 고용해서 이의를 제기했더군요. 2주 전에 결국 재판에서 이겨서 교사자격시험에 통과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교사와 부모의 중요한 역할로 어떤 게 있을까요?
“학생 각자의 관심과 특기가 무엇인지 교사와 부모가 함께 관심을 가져주고 그것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의 성적이 우수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두 의사, 법조인과 같은 전문직이 될 수는 없는데 한국에서는 그것만이 성공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그렇지 못하면 마치 실패자란 느낌을 갖게 되고 행복하거나 자신감 있는 삶을 살기를 어려워하나 봅니다.”

- 독일이 한국에서 배우거나 참고할만한 것도 있겠지요?
“진득이 앉아서 공부하는 인내심은 배울만한 것 같습니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려면 책상에 앉아서 많이 읽고 외우기도 해야 하는데 독일학생들은 이런 부분이 부족합니다.” 

신향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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