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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50)] “교사들은 학업역량 부족한 아이들에게 더 관심 쏟아”

기사승인 2018.05.28  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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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괴팅겐 현지 인터뷰] 조영선 하우프트슐레 영어 교사가 한국 교육에 전하는 조언②

<독서신문>은 창간 49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괴팅겐, 튀빙엔, 뮌헨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대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R&E,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한국과 독일은 교장의 사회적 지위도 많이 다른 듯합니다. 독일에서는 교장이 사무적인 일을 처리합니다. 보통 공문서는 거의 교장과 행정직원 담당이고, 평교사는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저는 단 한번도 공문서를 써본 적이 없습니다. 수업 준비를 하는 일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교사가 공문서 작성을 따로 하지 않으니 정말 다행인거죠. 교장실도 위압감 없이 편하게 업무를 보거나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4월 19일(현지시간) 독일 괴팅겐 시내 찻집. 독일 괴팅겐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 중인 조영선 씨는 독일과 한국은 교사의 권한과 혜택에서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조영선 씨는 "한국에서는 권위의식과 군대식 위계질서가 곳곳에 자리 잡아 아랫사람을 부당하게 부려먹는 일이 있는 것 같다"면서 "독일에서는 교장도 당연히 수업을 하고 운동장을 감독하는 일도 한다"고 밝혔다. 조 씨는 "그에 반해 평교사는 자기 수업만 마치면 퇴근한다"며  "만약 3교시가 첫 수업이라면 그에 맞춰 천천히 출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사의 자녀가 어리거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면 시간제(파트 타임)로 일할 수 있습니다. 사정이 바뀌어서 전일제(풀타임 상근제)로 일하고 싶으면 1년 전에 신청하면 되지요. 결근한 교사의 수업을 대신 들어가면 그 시수에 해당하는 만큼 후에 수업시간을 면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수업을 미리 많이 해 두면 한 학기 동안 안식년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 "불평등한 학습 기회 받지 않도록 노력”

독일 교사들은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특별히 더 신경을 쓴다고 한다. 부모의 학력이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학생들이 불평등한 학습 기회를 받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그 예로 숙제 시간을 학교 수업 시간표에 정식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들 수 있다. 

"숙제를 하다가 어려운 것이 있을 때 학교에서 교사에게 바로 도움을 요청하게 합니다. 요즘 독일학교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각각의 학생이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조 씨는 "학업이 우수한 아이들은 적절한 과제만 주면 알아서 잘하니까 오히려 신경을 덜 써도 된다"면서 "하지만 수업을 못 따라오는 아이들에게는 교사의 시간과 노력의 대부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 "독일에선 갑질 현상 별로 없어"

"한국은 우수한 학생들을 양성하는 교육에 너무 많이 초점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그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아이들은 교사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부를 못하면 그것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교사가 맡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학부모가 개인 돈으로 과외를 받게 하거나 학원에 보내더란 말입니다. 결국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습보충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게 되겠지요. 한국에 있는 조카들을 봐도 정말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교육을 받는 질이 너무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조영선 씨는 한국 교육의 과열현상이 '갑질'과도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갑질을 당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하려고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독일에선 한국과 같은 갑질 현상은 별로 없다고 한다.

조영선 씨에게 독일 교육 이야기를 들어본다. 독일 학교의 수업 및 평가 방식을 소개한 구술대담에 이어 이번 기사에선 독일의 교사 처우와 교사 양성 제도를 들어본다. 한국에서 국립대 사범대를 졸업한 조 씨는 현재 독일 괴팅겐의 한 하우프트슐레에서 영어와 가정을 지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공부를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고 도태됩니다. 독일에서도 공부가 전부는 아닙니다." 

- 관련된 사례가 있을까요?

"교생실습 중 저의 부족한 독일어 때문에 늘 주눅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수업을 참관한 선생님들께서는 항상 제가 잘한 점만 들려 주셨습니다. 거의 90%는 칭찬이었는데 그 정도가 무척 강했습니다."

- 지적 대신 칭찬만 한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진심을 다해서, 때로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칭찬을 해 줍니다. 제가 스스로 비판한 내용이나 부족해서 개선하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한 부분만 전문적인 조언을 해 줍니다."

- 인상적인 경험을 하셨군요. 

"한번은 왜 그렇게 많이 칭찬을 하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별로 지적하지 않아서 궁금했거든요."

- 그랬더니 뭐라고 하던가요? 

"사람들은 자기가 잘하는 점을 생각보다 발견하지 못한다더군요. 늘 못하는 것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타인이 그런 장점을 더 잘 보기 때문에 그것을 말해 준답니다."
 

◆ "독일 교사들은 최소 2과목을 가르칠 수 있어야"

- 그래도 단점을 지적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단점은 말을 안 해 줘도 대부분 본인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랍니다. 굳이 한마디 (잔소리를) 더해서 기를 죽이거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면 오히려 더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 대신 장점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교육 철학 자체가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 수습기간에 또 인상적인 사연이 있었나요? 

"정말 많은 힘과 위로를 받은 1년 반 간의 수습기간이었습니다. 목표는 교생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직을 더 사랑하고 장점을 더 강화하게 돕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교사의 역할을 즐겁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얼마나 잘 하는가 검사하고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어요. 제가 한국에서 교생 실습을 하던 방식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 독일 사범대의 교사 양성 과정을 소개해 주시지요.

"독일에서는 교사가 되려면 최소 2과목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어와 체육' 전공 교사라든지 '수학과 음악' 전공 교사라든지요. 한 과목만 전공해서는 정식 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이것도 한국과는 아주 다른 제도지요. 그래서 사범대에서 5년간 두 과목과 더불어 교육학을 공부한 뒤 교생실습을 합니다. 중학교 수준은 1주일에 본인이 직접 하는 수업이 8시간 정도 있고, 4~5시간 정도는 현직 교사의 수업을 듣습니다. 세미나도 참석합니다."

- 세미나는 어떻게 합니까?

"세미나는 전공과목별로 하나씩 있고 또 교육학 세미나도 있습니다. 세 개의 세미나는 각각 2주에 한 번씩 있고 한 번의 세미나는 주로 4~5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따라서 일주일에 세미나가 이틀간 있을 때도 있고 하루만 열릴 때도 있겠죠. 나머지 날은 자기 학교에서 근무합니다. 교무회의도 다 참석하고 소풍과 수학여행도 따라갑니다. 현직교사들이 하는 일을 다 하는 겁니다. 이런 일정이 1년 반 지속됩니다. 이때 월급이 세후 1,300유로(한화 165만원)정도 나옵니다. 자녀가 있으면 수입이 더 늘어납니다. 월급은 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 세미나 내용도 소개를 해 주시지요?

"세미나는 교생 10~15명 정도로 구성하고 한 시간 가량 집중토론을 합니다."

- 그 다음에 어떻게 하나요?

"이후에 전공에 관련된 주제를 놓고 교생들이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고 이어서 관련된 그룹 활동 및 토론을 합니다. 세미나 외에도 과목별로 선생님들이 교생들의 수업을 참관합니다. 1년 반 뒤 실시하는 국가고시에서는 두 개의 전공과목 수업을 시강해야 하고 45분씩 구술시험도 봅니다. 국가고시 전에 소논문(15장 정도)도 써내야 합니다. 최종점수는 ▲국가고시, ▲세미나 교사 점수, ▲해당 학교 교장 점수, ▲논문 점수를 합해서 나옵니다."


◆ "초등학교 5학년부터 어떤 종류의 학교로 진학할지 결정"

- 교생을 마친다고 해서 바로 교사가 되진 않겠지요?

"교생 실습 기간에 치르는 마지막 시험이 국가고시입니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증이 나옵니다. 그러면 사실상 교사가 됩니다. 다만 새 직장에서 일한 지 3년 지나면 교장의 평가결과에 따라 국가공무원이 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국가고시를 통과하면 각자 알아서 여러 학교에 이력서를 보낸 뒤 면접을 보고 임용을 받습니다. 자신이 원하면 대부분 한 학교에서 계속 근무합니다. 국가공무원이라고 해서 일정기간 뒤 근무지를 옮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 대략 언제 진로를 정합니까? 

"초등학교 1~4학년 성적으로 5학년부터 어떤 학교로 진학할지 결정합니다. 저는 이 제도에 반대합니다. 진로를 결정하기에 4학년은 너무 이릅니다."

- 학과 선택은 어떻게 하나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특정 학과를 지망하는 경향은 없습니다.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돈 많이 버는 직업이 물론 인기가 있긴 합니다. 똑똑한 아이들이 그런 쪽으로 더 많이 가기도 하지요. 하지만 똑똑한 학생이 그런 쪽으로 갔다고 해서 그 아이는 성공했고 나머지는 낙오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문화는 아닙니다."

- 관련된 사례가 있을까요? 

"친구 딸이 아비투어(고교 졸업 자격시험으로 한국의 수능에 해당)에서 최고점수를 받고 원하는 학교는 어디든지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1년간 캄보디아에 가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해 보기로 결정하고 8월에 출국합니다.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몰라서 일단 다른 경험을 해 보겠다는 것이지요. 100% 아이가 직접 내린 결정이랍니다. 이런 학생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 그럼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하지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그에 맞는 쪽으로 진로를 설계합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학생은 요리 쪽으로 결정하면 됩니다."

- 자녀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하시나요?

"자녀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내일 시험을 보는데 스스로 준비하지 않는다고 해도 제가 다그쳐서 책상에 앉혀서 강제로 공부시키지는 않습니다. 공부를 안 해서 시험점수가 나쁜 경험을 하지 않으면 다음에도 또 강제로 시켜야 할 테니까요. 자신의 공부에 책임지고 스스로 일정을 조정하게 합니다."

- 진로는 어떻게 설정했나요? 

"지금은 음악을 전공하겠다고 해서 제 마음이 분주합니다. 유명한 선생에게 개인지도를 받도록 알아봐 주어야 하는지 등등…. 그런데 자신이 알아서 선생도 찾고 밴드 공연도 쫓아다니면서 연습을 합니다. 제가 해 주는 일은 별로 없어요. 한국에서 음악 전공하는 자녀를 키우는 상황과 완전히 다를 겁니다."

- 독일 교육에서 글쓰기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글쓰기 그 자체가 굉장히 많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시험에서 자신이 아는 지식과 생각을 문장으로, 발표로 설명해야 합니다. 개념을 설명하고 예시를 들고 그 관련성을 제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과제를 끊임없이 줍니다. 글쓰기 비중이 한국에 비해서 무척 많이 큽니다."


◆ 영어 시험에선 "상상력 발휘하여 단편소설 쓰라" 출제할 수도

- 담당 과목인 영어를 예로 들어보시겠습니까?

"영어 시험에는 제목만 주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단편 소설을 쓰라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문법, 단어, 문장력, 내용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거죠. 수업 중에 준비를 하기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로 골탕을 먹지는 않습니다. 문법과 독해와 말하기, 듣기를 별도로 구분하여 시험을 보는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지요."

- 한국에서는 그나마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던 '논술전형'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습니다.

"(수업 및 평가방식에서) 한국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인생에서 원하는 바가 바뀌지 않는 한 평가방식을 개선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객관식이든 논술형이든 문제 형식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험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는 한 소용이 없을 겁니다. 독일의 아비투어든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든 논술형 교육 및 평가를 한다고 해서 사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 근원적으로 사회 구조를 개혁해야겠군요.

"한국에도 문제의식을 지닌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공부를 열심히 시켜서 아이들 고생하게 하는 게 별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늘어나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겠지요."

- 한국사회에서 사는 게 피곤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독일에서는 왜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가면서 큰 불만이 없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내 자식만큼은 나처럼 살지 않게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억울한 경험이 이 악순환을 이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갑질'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의 직종(직업, 직장, 업무)에서 무시를 당하고 부당한 대우을 받는다면 누구라도 자녀가 자신과 똑같은 일을 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갑질이 독일에선 훨씬 적습니다."

- 한국 교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겠지요?

"인문교육, 도덕교육, 철학교육을 포함한 인성교육이 제대로 살아나야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겠지만, 어떻게 올바른 사람이 되는지, 어떻게 더불어 살 수 있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를 수업 시간에 중요하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요?" 

신향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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