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이 책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 섬사람 이순호 시인의 이야기다. 십년 넘게 뭍에서 글로 돈벌이를 하다가 귀향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혼자 돌집을 짓는 과정을 정리했다. 집을 짓는 동안 시인이 느낀 감정과 얻은 지혜, 궁리, 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스스로가 찾은 답도 녹여냈다.
지금의 제주는 돌의 나라가 아니라 돌의 무덤이 되고 있다. 집 지을 돌을 얻는 과정에서 깨달은 진실은, 제주도 돌이 난개발에 파묻혀 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저자는 그 사라져 가는 제주도 돌들 중에 산담의 돌을 얻었다. 산담은 무덤 주변을 삥 둘러 쌓아놓은 겹돌담이다. 제주도는 바람이 심해 돌담을 쌓아 무덤을 보호하는 관습이 전해 내려온다. 이는 마소와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는 용도이기도 했다.
집을 짓는데 필요한 기둥은 1층(외벽 12개, 내벽 6개, 중앙 1개, 계단지주 1개)과 2층(6개)을 합해 모두 26개다. 도리로 사용할 기둥은 1층(외벽 12개, 내벽 6개)과 2층(6개)을 합해 24개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다듬고 어루만져야할 통나무가 50개다. 엔진톱, 7인치 그라인더, 4인치 그라인더, 샌딩페이퍼, 대패, 먹통, 직각자, 목공끌, 나무망치, 지그 등 꽤 많은 도구가 동원됐다.
저자는 전동공구와 관련해 세운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모자란 힘을 보태줄 조력자 공구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줄 공구가 그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힘을 보태준 전동윈치였다. 저자는 전동드릴과 충전드릴로 작동이 가능하며, 400㎏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전동윈치로 통나무 120여개를 인근 과수원에서 집터로 운반했다. 30여일이 걸렸다.
부지불식간에 2층 지붕이 스스로 날았다. 저자는 제주 민요에 '미친 년 널 뛰듯' 바람이 분다는 노랫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엉겨붙어 쓸 수 없게 되버린 아스팔트 방수시트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니 기어이 서러워져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집, 사람의 무늬』
이순호 지음 | 글상걸상 펴냄|224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