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즐기는 진짜 이유... ‘중독’
술·담배 즐기는 진짜 이유... ‘중독’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08 09:2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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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운동·게임·인터넷·알코올·성’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하는 행위이지만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통제할 수 없고, 스스로 노력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 상태에 해당하는 ‘탐닉’의 대상들이다.  

사회가 획일화되고 성과를 강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도피 대상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적당히 사용하면 신체·정서적 재충전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과도하게 집착할 경우 정상적인 삶이 붕괴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고등학생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홀로 중국 유학길에 오른 김(23)모씨가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너 이러다 진짜 죽어”란 우려의 목소리다.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담배와 콜라를 사기 위해 기숙사 1층에 있는 슈퍼에 들를 뿐 3년째 방안에 처박혀 온종일 온라인 게임 속 가상세계에 빠져있다.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게임이지만 이제는 현실 세계의 도피처로 자리매김했다. 

폐지를 주우며 홀로 사는 정(72)모씨는 맨 정신일 때보다 취해있을 때가 더 많다. 오랜 음주로 주량이 늘 때로 늘어 이제는 소주 2병은 마셔야 취기를 느낄 수 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소주 값이 부담되면서 최근에는 빨대를 이용해 술을 마신다. 주변에서 이유를 물을 때마다 정씨는 “빨대로 (술을) 마시면 몇 배는 더 빨리 취하게 된다”며 “싼값에 취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무엇인가에 중독되는 원인으로는 쾌락적 행동을 반복하고 싶은 욕구인 ‘동기 강화’가 지목된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책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에서 “즐거운 행동을 할 때 뇌 속 ‘쾌락 중추’가 쾌감을 느끼고, 이 때문에 그 행동을 반복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동기 강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자극원이 물질(음식 등 직접 요인)이든 행위(게임 등 간접 요인)이든 뇌의 반응은 동일하다는 점이다. 

‘쾌락 중추’의 자극은 우리 몸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우리 신체는 중독 대상에 따라 다양한 후유증을 겪는다. 자극원이 물질일 경우 후유증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알코올이나 마약류에 중독됐을 때는 뇌 위축으로 인해 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특히 기억력과 판단력이 나빠져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알코올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게임·음란물 중독 등 행위에 따른 후유증으로는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해마방회)의 축소 또는 특정 뇌 부분에 걸린 과부하로 뇌의 균형 발달이 저해되는 점 등이 거론된다. 또 일단 중독이 되면 판단 폭이 좁아지고 중독 대상에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 기간 사회적 역할과 개인적 일탈의 경계에 서 있다가 결국에는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사회에서 도태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려면 중독 초기에 인지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본인의 중독 여부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초기 중독자는 자신이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만 먹으면 끊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33)모씨는 10여년 전 군 복무 시절 흡연을 시작해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자신이 중독자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담배를) 끊을 수 있다”며 “담배의 몽롱함 따위는 언제든 떨쳐버릴 수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연을 시작하면서 금단증상에 따른 불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게 됐다. 담배가 주는 몽롱함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금단증상의 불쾌감이 싫은 이유가 컸다. 이유야 어쨌든 결국 그는 뒤늦게 자신이 담배 중독자임을 인정했다.   

이처럼 중독 초기에는 쾌락을 좇아 특정 대상을 탐닉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금단증상으로 인한 불편하고 짜증나는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탐닉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중증 흡연자나 약물중독자 중 상당수는 쾌감보다는 금단증상이 싫어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심리학·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회·환경적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면역력이 약화되고 여기에 개인이 지닌 생물학적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물질에 의한 중독은 비교적 광범위한 임상시험과 치료전문기관 설립 등의 대책이 마련돼 왔고 지금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행위중독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서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중독으로 인한 개인 일탈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한 만큼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중독의 수렁’에서 이들을 건져낼 사회적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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