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죽여주네요!’... 와인의 유혹을 대하는 법
‘다리가 죽여주네요!’... 와인의 유혹을 대하는 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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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이 샤르도네의 다리 좀 봐요? 죽여주지 않아요!”

이 말을 듣고 흠칫했다면 ‘다리’의 의미를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다리’는 신체 일부가 아닌 잔 안쪽을 따라 흘러내리는 와인 방울을 말한다. 이처럼 생경한 표현이 많은 와인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와인의 ‘다리’는 와인의 당도와 알코올 도수 둘 다, 또는 둘 중 하나가 높은 편임을 알려주는 암시다. 당도와 알코올은 와인의 점성을 높여주므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드라이 레드 와인이나 머스캣(muscat)과 같이 당도와 알코올 도수가 모두 높은 디저트 와인은 다리가 멋들어지게 떨어진다. 다리의 우아함이 와인의 품질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근사한 모습은 식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와인 맛은 크게 신맛, 단맛으로 구분된다. 신맛은 포도의 껍질, 즙, 과육에 포함된 사과산과 주석산에서 나온다. 흔히 신맛이 강한 와인은 ‘싱싱한’, ‘생기 있는’, ‘상큼한’, ‘팽팽한’, ‘직선적인’ 등의 표현으로 묘사한다. 반대로 신맛이 약한 와인은 ‘활기 없는’, ‘맥없는’, ‘축 늘어진’, ‘쉽게 물리는’, ‘부드러운’ 등으로 표현한다. 

와인의 단맛은 정도에 따라 ‘드라이·오프드라이·미디엄·스위트’로 구분한다. 이때 ‘드라이’란 단어를 입 안이 마르는 느낌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은 ‘단맛이 없다’는 뜻이다. 와인 생산자의 선택에 따라 와인에 남긴 당분을 ‘잔당’이라고 하는데 드라이 와인은 잔당이 1L당 5g미만일 경우를 지칭한다. 잔당이 1L당 5-12g의 경우 ‘오프 드라이’, 12-45g의 경우 ‘미디엄’이라고 부르며 미디엄 수준부터 단맛이 비교적 명확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잔당 45g이 포함된 와인을 ‘스위트’라고 부르며 대다수의 디저트 와인이 이에 해당한다.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선택하려면 와인 특징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표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강도 및 바디’는 와인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정도와 풍미의 강도를 말한다. ‘여운’은 와인을 삼키고 난 뒤에 풍미가 지속되는 정도를 말하며 ‘균형’은 와인의 전반적인 조화를 지칭한다. ‘맵시’는 약간 모호한 개념으로 와인이 혀에 감기는 느낌을, ‘마우스필’은 와인의 질감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알쏭달쏭한 용어로 ‘광물성’이 있는데 책 『술 잡학사전』에 따르면 광물성 풍미(돌이나 철 맛)는 돌이 많은 토양에서 재배된 산도가 높은 와인에서 느껴진다. 이러한 토양과 포도의 상호작용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와인 라벨에 표기된 문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하다. ‘리저브(reserve)’란 생산자가 와인을 프리미엄 제품 또는 독보적이거나 특별한 제품으로 홍보할 때 사용하는 문구다. ‘저소출’이란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포도나무 당 수확량을 줄인 것을 의미한다. ‘무방부제’란 이산화황을 최소량인 10ppm 미만으로 첨가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황은 숙취를 유발하기 때문에 함유량이 낮을수록 숙취 정도가 덜하다. ‘바이오다이내믹·유기농’은 정부 공인 인증기관에서 엄격한 지침에 따라 인증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를 통과하지 못한 업체는 ‘지속 가능형 재배/화학 성분 사용 제한’이란 표현으로 친환경 재배를 표현하는데 검증된 내용은 아니다. ‘올드 바인’은 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하층토까지 깊게 내린 뿌리로 인해 깊고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와인을 선택했다면 취향에 맞는 온도 선택도 중요하다. 화이트 와인은 차가운 온도에서는 상쾌한 느낌을 증폭하고 단맛을 줄이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상쾌한 맛은 떨어지고 풍미는 배가된다. 레드 와인은 따뜻한 온도에서 더 부드럽게 느껴지고 떫은 느낌이 줄어든다. 반면 차가운 온도에서는 쓴맛과 신맛의 느낌이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마시기에 적합한 온도는 라이트바디의 화이트 와인과 샴페인은 6-10℃, 풍미가 강한 화이트 와인은 12-16℃, 레드와인은 15-18℃이다.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디캔딩’이 중요하다. 와인을 공기에 노출해 맛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굳이 디캔터를 구입하지 않아도 유리컵 2개에 와인을 번갈아 옮겨 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보통 숙성 기간이 짧은 와인에 사용하며 연수가 오래된 와인의 경우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한다. 

개봉한 와인이 남았다면 보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와인은 개봉 3일 후면 산화돼 맛이 밍밍해지기 때문에 작은 와인 병에 옮겨 담아 산소 접촉면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와인 병 속의 공간에 압력을 가해 산화를 막는 진공펌프 마개를 사용하면 2일 정도 더 즐길 수 있다. 더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다면 아르곤 가스를 주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불활성 가스인 아르곤 가스가 병 속 산소를 밀어내 와인 변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 생소한 용어에 위축되지 말고 당당한 태도로 와인의 유혹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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