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가져올 디스토피아… 文정부 잘하고 있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가져올 디스토피아… 文정부 잘하고 있나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7.1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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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인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진통을 낳았다. 노동계는 너무 낮다고, 사용자 측에서는 너무 높다고 했다.

직관적으로 보면 노동계와 사용자 측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보인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노동계 측에서 보면 분배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로운 정책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용자 측면에서 보면 자본주의를 억압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려는 정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언론과 국회에서도 ‘누가 더 이익이고 누가 더 손해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갈등을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으면 좋고 사용자는 낮으면 좋다’는 식의 간단한 의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정말 노동계의 미래를, 나아가 대다수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

영국의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수석편집자 라이언 아벤트는 2018년 출간된 그의 책 『노동의 미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오히려 노동계에 불리하다.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은 필연적으로 고용의 대폭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고, 임금 상승이 정체 상태에 이른 불경기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벤트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은 지금까지 임금이 낮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은 업무에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해왔다. 아벤트는 “최저임금이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른다면 저임금 노동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많은 기업이 사업 모델을 개편할 것”이며 “그에 따라 수백만에 달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일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이러한 기업들은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로 대체하는 등 ‘생산성 향상’에 투자할 것이고, 이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취업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물론,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기업이 생산성을 향상하려 하기보다는 저임금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벤트 또한 “이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엄청난 문제”라며 “지속적인 생산성의 향상은 궁극적으로 인류 전체가 더욱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길이며 보다 적은 것으로 더욱 많이 생산함으로써 모두가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가 2020년까지 도달하려 했던 최저임금이, 혹은 내년에 지급될 최저임금이 ‘적정 수준’인지는 살펴봐야 한다. 목표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문 정부가 2020년 목표로 했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7년 대비 54%로, OECD조차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평할 정도로 높았다. 내년에 10.9% 오를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만으로도 편의점 등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은 국가 정책에 모라토리엄을 실행하겠다는 등 ‘반역’에 가까운 성토를 벌이고 있다. 아벤트가 우려한 최저임금의 대폭 상승에 따른 저임금 노동자, 노동계의 대량 해고가 눈앞에 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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