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김하나 목사, 무너지는 한국 종교... 자리에 집착하는 이유
설정 스님·김하나 목사, 무너지는 한국 종교... 자리에 집착하는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8.16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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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설정 스님, 김삼환 목사, 김하나 목사.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국 종교계가 극심한 내홍으로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신자에게 본이 되고 이들을 옳은 길로 이끌어야 할 소임을 지닌 종교 지도자들이 돈, 여자, 세습 등의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면서다.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이 미미해지는 요즘, 많은 사람이 종교에 등을 돌리게 하는 눈꼴사나운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열린 설정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됐다. 총무원장 불신임 가결은 조계종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오는 22일 개최 예정인 원로회의 인준만을 남겨두고 있다. 원로회의에서 원로의원 23명 중 과반인 12명 이상이 찬성하면 설정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리를 잃게 된다.  

한국 불교의 최대 종파로 꼽히는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의 은처자, 사유재산 축적, 학력위조 등의 의혹으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10월 설정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제기된 학력위조 의혹과 관련해 설정 스님은 “서울대학교가 아닌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고 해명·사과했다. 하지만 ‘은처자 사이에서 얻은 친딸에게 10년간 약 2억원의 생활비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유전자 검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해명하겠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고건축박물관의 소유권자로 등록된 데 대해서는 “박물관이 경매 처분될 위기에 놓여 우선 개인 명의로 계약했다”며 “수덕사 명의로 이전 작업 중”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1일 MBC 'PD수첩'이 해당 의혹을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욱 크게 확산했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온 데는 ‘불교 대통령’이라 불리는 조계종 총무원장자리의 막강한 권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장은 조계종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수반으로서 전국 사찰 3,100여곳의 주지 임명권과 스님 1만3,000여명의 인사권, 예산 집행권을 지니면서 불교계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또 청와대 오찬 참석 등 정치권과의 접촉도 잦은 편으로 정부는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국무총리에 준하도록 대우하고 있다. 

설정 스님의 해명에도 집행부에 대한 불신과 종단 내부 갈등은 커져갔고, 급기야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를 비롯한 다수의 시민단체는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는 단식투쟁도 이어졌다. 불국사 주지승을 지낸 경력이 있는 설조 스님은 지난 6월 20일 “목숨을 바쳐 유린된 종권을 회복하고 적법하지 않은 사람들이 물러날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고 밝히며 41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지난 7월 27일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을 열고 “종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조속히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그렇게 사태는 봉합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설정 스님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진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종단 내부의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며 “어떠한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며 사퇴 일자를 번복했다. 

지난해 말 선각 스님(해인사 전 주지승)이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수십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았고, 선학원(불교 단체) 이사장 법진 스님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는 등 고위직 스님이 잇따라 범죄에 연루되면서 조계종 내부에서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각종 의혹에 휩싸인 설정 스님이 개혁을 이끄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종단 개혁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그걸 왜 설정 스님이 이끌고 가느냐”며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어 개혁의 동력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기독교계 역시 명성교회 부자 세습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김삼환 목사가 세운 명성교회는 등록교인만 10만명을 넘어서는 대형교회로 지난해 말 아들 김하나 목사가 청빙되면서 부자세습 논란이 일었다. 당시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는 ‘명성교회가 (교단법에 명시된) 세습금지법을 위반했다’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에 ‘명성교회 목회세습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7일 15명의 재판국원 중 8명이 동의하면서 세습 결의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교계에서는 ‘명성교회는 교단을 탈퇴하라’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청빙결의 무효표를 던진 재판국원 7명 중 6명은 8일 총회에 사임서를 제출하는 등 큰 후폭풍이 일었다. 세습 무효 소송을 제기한 동남노회 측은 조만간 총회에 재심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에는 올해 말 은퇴를 앞둔 김지철 소망교회 목사가 자신의 SNS에 김삼환 목사에게 보내는 글을 올리면서 “교회세습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만약 오지에 있는 선교사 아들이 아버지 뒤를 이어 선교사가 되겠다거나,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농어촌 교회 목회를 대를 이어 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얼마나 대견스럽고 하나님 앞에 축복이겠나? 하지만 명성교회 세습은 분명 이런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소망교회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더불어 국내 최대 규모 교회로 꼽힌다. 

청빙 적합 판결이 내려진 후 첫 주일(일요일)인 지난 12일 김하나 목사는 주일 3부 예배 설교에서 “저도 철면피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죄송하고 힘들다”면서도 “사람들이 우리를 의심의 눈으로 볼 때 유일한 분 하나님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지만 물러날 의사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명성교회는 지난 2014년 벌어진 재정 담당 장로의 자살로 ‘800억대 비자금’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교회 재정을 횡령·유용했다는 혐의를 받은 장로가 결백을 주장하며 목숨을 끊으면서 800억원대 자금의 실체가 주목을 받았지만 명성교회는 “(매년 사용하고 남은) 이월 적립금”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장로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4년간 이월 적립금을 ‘혼자’ 관리했으며 이런 사실은 김삼환 목사와 5명의 장로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8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이월 적립금을 교인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조성해 온 것은 일반적인 교회 재정 운영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명성교회 연간 재정은 350억원 수준으로 대한예수교 장로회 최대 규모로 전해진다.  

교단과 교회에 대한 각자의 개혁의지와 애착이 있을 수 있지만, 갈등의 골을 깊이 하면서까지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혹시나 다른 꿍꿍이가 있지는 않을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종교인이라면 헌신과 인내가 필요한 낮고 천한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아옹다옹’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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