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왔으니 등산 가자… 무슨 산이 최고?
가을 왔으니 등산 가자… 무슨 산이 최고?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8.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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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일엽지추(一葉知秋: 나뭇잎 하나 떨어짐을 보고 가을이 옴을 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길가에 나뭇잎 하나를 떨어뜨린다. 가을이 오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만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게 아쉽다면, 산에 가서 나뭇잎 떨어지는 것도 확인하자. 바야흐로 등산의 계절이다.

등산의 매력을 설명하자면 입이 아프다. 등산가 조지 맬러리가 왜 산에 올라가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답한 것을 생각하면 마치 등산은 ‘태어났으니까 일단 살아보는’ 우리네 인생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미국의 평론가 리베카 솔닛은 그의 책 『걷기의 인문학』에서 등산을 인생에 비유하며 “등산은 위험하고, 죽음에 가깝고, 결과가 불확실하며, 도착의 개념이 분명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르막길을 올라 마침내 정상에 도달하며, 결국은 내려오게 되는 등산의 과정은 인생과 일견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 심오한 면을 생각하지 않아도, 등산은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산에서는 평지와 달리, 위도의 미세한 변화가 고도의 급격한 변화가 된다. 그냥 걷는 것이 2차원이라면 등산은 3차원으로, 평지에서는 볼 수 없는 경치를 보여준다. 일본의 한 학자는 등산하며 보는 산의 풍경을 ‘포개지는 꽃들’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산은 그 모습을 바꾼다. 산의 형태는 오직 하나뿐이지만, 산의 모습은 무한히 많다”고 말한 어느 등산가도 있다.

등산은 성취감도 준다. 솔닛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산 정상만큼 달성과 승리라는 개념에 부합하는 지형도 없다”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시대 등산가 에드워드 휨퍼는 “더 이상 올려다볼 것이 없는 상태요, 모든 것이 밑에 있는 상태다. 그곳에 올라갔다는 것은 끝까지 갔다는 뜻이요, 더 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라고 표현했다. 확실히 솔닛의 말대로, 정상에서는 생물체가 자취를 감추고 오로지 지형 요소와 기후 요소로만 빚어진 세상, 하늘에 둘러싸인 앙상한 지상이 펼쳐진다.

서울과 경기도에는 등산하기 좋은 산이 많다. 사당역과 과천역 근처에서 가까운 관악산은 초보자도 두 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하며 포장된 길이 많아 가족 등반객이 많이 찾는 편이다. 산의 초입에는 물놀이 하기 좋은 넓은 계곡도 있다. 독립문역에서 가까운 인왕산은 관악산보다 가팔라 초보자에게는 조금 힘들 수 있다. 그러나 한양 도성을 옆에 끼고 오르는 ‘인왕산 둘레길’은 그 경치로 유명하다.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데는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도심에서 조금 멀어진 곳에서 자연의 정취에 젖고 싶다면 200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경기도 안양의 수리산이 좋겠다. 조금 가파르지만 포장된 길이 적어 온전히 나뭇잎과 흙만 밟으며 오를 수 있다.

충청도에는 속리산과 계룡산, 장태산, 월악산이 유명하지만 지난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산사, 법주사가 있는 속리산에 가보는 게 어떨까. 다양한 코스가 많지만 대략 정상까지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최고봉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비로봉, 길상봉, 관음봉, 묘봉, 문수봉, 수정봉 등 8개의 봉우리와 문장대, 입석대 등 8개의 대가 있어 한 번의 등산으로는 결코 전체를 감상할 수 없는 산이다. 신라 진흥왕 때 지어진 법주사의 단아한 아름다움과, 33m 높이의 거대한 청동미륵대불도 볼 수 있다.

강원도와 충청도의 경계에 위치한 백운산은 해발고도가 높아 늦봄에도 설경을 볼 수 있는 산으로, 아직 남아있는 더위를 잊게 하는 시원한 산이다. 물한계곡을 끼고 돌아내려오는 코스로, 원점으로 돌아오기까지 7시간 정도 소요된다. 계곡이 산을 감싸 흐르기 때문에 물놀이 하기 좋고, 산을 오르면서 계곡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선암사가 있는 전라남도 순천의 조계산은 양산이 필요 없을 정도로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오르는 길에는 바위에 새겨져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선암사 마애여래 입상을 볼 수 있고, 고즈넉한 선암사는 운치를 더한다.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배를 묶었다는 전설이 있는 정상의 배바위 옆에 서면 드넓은 능선이 펼쳐진다. 이 외에도 목조삼존불감, 고려고종제서 등의 국보와 12점의 보물, 8점의 지방문화제가 있는 송광사도 만나볼 수 있다. 높이 884m로 대략 3시간 40분이면 정상에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외에도,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와 부석사가 있는 경상남도 양산의 영축산과 경상북도 영주의 소백산도 다가온 가을을 만끽하며 걷기 좋은 산이다. 등산으로 계절의 변화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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