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정조와 다산의 운명적 만남
[책 속 명문장] 정조와 다산의 운명적 만남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8.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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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다산 정약용은 어린 시절, 당시 걸리면 대부분 목숨을 잃는다던 천연두를 앓았다. 목숨은 건졌으나 한쪽 눈썹이 갈라져 보기 흉한 정도가 됐지만, '눈썹이 세개인 사람'이라는 뜻의 '삼미자(三尾子)'라는 해학적인 호를 스스로 지어 불렀다. 10세 이전에 지은 시들을 모아 『삼미자집』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현재 전해지지는 않는다. 어려서부터 시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남달랐던 것이다. <15쪽>

정약용은 1783년 세자 책봉 축하를 위해 열린 증광시에 합격해 정조와 첫 대면을 한다. (중략) 정조와 정약용은 공적인 일과를 마친 후에도 종종 만나 다양한 학문적 주제를 놓고 토론했다. 정조는 그 시간을 무척 즐거워했다. (중략) 정조는 정약용이 초시에는 번번이 수석을 하면서도 대과에 최종 합격하지 못하는 것이 속상해 그를 따로 불러 "초시를 몇 번째 본 것이냐?"고 물었다. 정약용이 "네 번째이옵니다"라고 답하자, 한동안 입을 다물고 말이 없던 정조가 "이렇게 해서야 급제는 하겠느냐? 그만 물러가거라"라고 혼을 내기도 했다. 사랑의 질책 덕인지 정약용은 몇 주 뒤 대과에 장원급제한다. 정조는 당시의 재상이었던 채제공에게 지금 있는 재상도 좋은데 제상감이 또 나왔다고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17-18쪽> 

그러나 두 사람의 인연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다. 수차례 정적들의 상소와 공격이 이어졌지만 영정조를 곁에서 보좌한 명재상이었던 채제공이 든든하게 버텨줬다. 그러던 채제공이 1799년 세상을 떠나자 정약용은 낙향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정조는 다산을 더욱 중용하려 했지만, 그의 마음과 달리, 정약용은 자신의 세월이 지나갔음을 직감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조용히 지낸다. (중략) 낙향한 다산을 그리워 한 정조는 한밤에 내각의 서리를 보내, 책을 편찬하는 일이 있으니 들어올 준비를 하라고 전한다. 자신을 향한 정조의 변함없는 마음에 다산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했다. 정조의 마음은 이미 자신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알고 다산을 가까이서 잠시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다산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18-19쪽> 

『세상을 바꾼 한국사 역사인물 10인의 만남』
윤은성 지음 | 미디어샘 펴냄|40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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