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상회담, 올가을 결실 맺을 수 있을까?
9월 정상회담, 올가을 결실 맺을 수 있을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8.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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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상반기에는 북한 관련 이슈가 화제였다. 4·27 남북정상회담, 5·26 남북정상회담, 6·12 미북정상회담, 그리고 9월에 있을지도 모르는 남북정상회담은 공교롭게도 볍씨를 벼로 키우는 벼농사와 시기가 겹친다.

일반적으로 4월 20일쯤에는 좋은 볍씨를 고르고, 싹이 트기에 필요한 수분을 흡수시키기 위해 볍씨를 물에 담그는 침종 작업과 모판에 볍씨를 심는 파종 작업을 한다.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난 4·27 정상회담은 파종 시기와 겹쳤다. 9시 29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첫 악수를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회담하는 모습이 연출됐고, 오후 4시 36분에는 두 정상이 ‘도보다리’를 걸으며 환담을 했다. 두 정상은 12시간 동안 함께했다.

파종 시기에는 좋은 볍씨가 선별돼 모판에 심어진다. 4·27 정상회담에서 선별돼 모판에 심어진 볍씨는 두 정상 사이의 ‘판문점 선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판문점 선언’의 첫 번째 항목은 ‘남북 관계 개선’이다. 고위급회담 개최, 개성지역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친척 상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및 현대화 등이 선언문에 적혔다. 두 번째 항목에서는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및 전쟁 위험 해소’다.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의 군사적 적대 행위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세 번째 항목에는 ‘종전 선언’,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단계적 군축’,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회담 개최’ 등이 적혔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구체적인 시기 및 방법에 관해 논의되지 않았고, 사실상 한국은 대북제재에서 빠지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는 한계가 있었다.

모판에 파종돼 싹이 난 볍씨들은 5월 중순쯤 더 많은 영양분을 빨아들일 수 있는 못자리로 옮겨진다. 볍씨들은 못자리에서 한 달 동안 파릇파릇한 싹과 튼튼한 대가 올라온다. 시기적으로는 남북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인 5·26 정상회담이 아주 적절히 그 역할을 했다. 하마터면 모판에서 말라죽을 수 있었던 볍씨들이었다. 회담 전날까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미국 펜스 부통령이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이라고 한 것에 발끈한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 담화를 통해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 등으로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6·12 미북정상회담을 취소했다. 급랭 된 북미 간 분위기에 문 대통령이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바란다”고 견해를 밝힌 후 남북이 다시 만난 것이다. 이는 지난 6월 12일 미국과 북한이 만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됐다는 평이다. 남북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6·12 북미정상회담은 못자리의 모를 논에 옮겨 심는 모내기 시기와 겹쳤다. 모가 본격적으로 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최종 작업인 만큼 북미정상회담도 모내기처럼 중요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고, ‘판문점 선언’에서 논의되지 않은 CVID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한이 정해질지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정전 후 70년 가까운 적대관계를 이어온 양국의 현직 정상이 최초로 만나 12초간 악수하는 등 긴밀해 보이는 스킨십을 연출했다. 그러나 두 정상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공동합의문은 사실상 판문점 선언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은 ‘판문점 선언’과 비슷했고, 추가된 점은 ‘미-북 관계 개선’과 ‘포로의 본국 송환’, ‘실종자 유해 복구’ 정도였다. 지속적인 북-미 간 관계개선의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승리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산가족·친척 상봉, 미군 유해 송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철거 등 성과가 있어 지금까지 북한과 관계 개선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인 비핵화는 아직도 확실히 논의되고 있지 않고, 북한의 진심을 확인할 길이 없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 또한 의심이 걷히지 않아 앞으로도 난관이 예상된다.

수확의 계절 9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고, 뉴욕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애초에 일련의 회담들의 목적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북한 비핵화의 방법과 시기, 의지가 이른 시일 내에 확인되지 않으면 더 이상 북한과의 관계 진전은 어려워 보인다. 농촌 현장에서는 올해 보기 드문 폭염에 가뭄 피해가 클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우리 정부의 ‘대북 모내기’의 결실은 그렇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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